올 하반기엔 ‘채용 오류’ 상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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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농협, 신용보증기금 등 합격자 발표 번복해 취준생들 상처
취준생들, "우리를 두 번 죽이는 일 없기를"
(뉴스투데이=오지은 기자) #. 취업준비생 이민지(26·여) 씨는 지난해 하반기 농협은행 6급 공채에 지원했다. 서류합격자 발표일이 되자 떨리는 마음으로 새로고침을 연타하고, 홈페이지에서 그토록 바라던 ‘합격’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가족, 친척, 친구들에게 그간의 고생을 얘기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었는데, 2시간 뒤 갑자기 ‘인크루트(주) 오류로 농협은행 1차 전형 합격여부를 20시 이후 다시 확인바랍니다’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20시 이후 다시 확인하자 ‘불합격’이라는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다시 받아야 했고, 개별적으로 사과 전화를 받았다. 허탈하게도 추가 합격과 같은 보상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
2016년 하반기 공채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매 공채 시즌마다 불거지는 문제가 있다. 바로 ‘채용 오류’ 문제이다.
대표적으로 농협은행은 지난해 6급 하반기 공채를 진행했던 10월, 1차 서류전형 합격자 2478명을 확정해 채용대행업체에 넘겼다.
그러나 대행업체 측의 데이터 작업 실수로 불합격한 1990명에서 ‘합격’ 문구가 노출되고 말았다. 오류 인지 후 즉시 해당 페이지를 폐쇄하고 확인 작업에 들어갔으나, 상처받은 취준생들의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농협은행은 합격인 줄 알고 필기시험 문제집을 사거나 인터넷 강의를 신청하는 등의 피해에 대해서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전액 보상했으나 ‘채용대행업체의 실수’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형평성과 공정성을 위해 원칙대로 채용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전달하는 등 불합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용보증기금 또한 지난해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 온라인 필기시험을 진행하던 중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해당 수험생들이 혼선을 빚었다.
이 경우 신보는 온라인 평가 과정에서 실제 서버에 오류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지원자 전원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지만, 해당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에서도 신입직원 채용 필기시험 합격자를 공지했지만 답안지 처리과정에서 일부 영역에서 채점 오류가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은 합격자 발표 후 3시간 뒤인 오후 8시경 필기시험 응시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합격자 통지 결과를 취소하고 3일 오전 다시 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통보했지만 수험생들은 뒤바뀐 결과에 밤새 마음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작년 넥슨에서도 인턴사원에게 입사 합격 통보를 한 뒤 오리엔테이션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불합격시킨 사례가 있어 한 차례 큰 논란이 일었다. 이는 애초에 합격 확정자가 아닌 차순위 후보자에게 미리 합격을 알린 인사 담당자의 실수로 밝혀졌다.
게다가 당사자는 동원 훈련으로 인해 OT에 참석을 못했는데, 이미 합격 통보가 발송돼 당황한 채용 담당자가 상황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불합격 안내와 함께 그 이유로 ‘입사OT 미참석’이라는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한 것이다.
지난 4월에는 소방공무원 채용 시험 채점 오류가 발생해 6명의 합격 여부가 번복됐다. 아모레퍼시픽에서도 올 5월 상반기 채용 서류 전형 결과 발표 과정에서 서버 오류가 발생해 지원자들에게 불편을 끼친 바 있다.
이처럼 대규모의 인원을 한꺼번에 지원접수, 평가, 결과 통보를 하거나 공정성을 담보로 외주업체에 맡기다 보니 실수가 발생하기 쉬운 조건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합격’ 하나만 바라보고 노력한 취준생들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이쯤되면 채용 과정 전반에 걸쳐 투명성에 의심이 간다”고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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