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통신] 홍콩판 ‘쯔위 사태’ 두고 중국 對 홍콩간 기 싸움

강병구 입력 : 2016.06.10 14:50 ㅣ 수정 : 2016.06.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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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콤의 중국 눈치보기로 뿔난 홍콩시민들이 랑콤 매장으로 몰려가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시나웨이보이미지]


프랑스 랑콤의 '중국 눈치보기'로 제대로 뿔난 홍콩 시민들 '랑콤 보이콧'

중국과 홍콩간의 정치대립 또 다시 논란의 도마에

(뉴스투데이/충칭특파원=강병구 기자) 지난 1월 한국과 중국, 대만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쯔위 사태’와 판박이 사건이 이번엔 중국 대륙과 홍콩 간에 발생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중화망은 10일 보도를 통해 현재 ‘허윈스 사건’으로 인해 대륙과 홍콩간의 정치대립이 나날이 민감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륙에선 ‘허윈스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의 주인공인 허윈스는 본래 데니스 허(何韵诗, 39세)라는 홍콩에서 태어난 인기 화교 가수이자 배우이다.

하지만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랑콤이 오는 19일 데니스 호(Denise Ho)를 초대해 신제품 판촉을 위한 콘서트를 열 계획이었으나 이 소식이 알려지자 문제가 생겼다. 중국의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웨이보에 데니스 호의 과거 반중 행적 등을 거론하며 문제제기를 하면서 지난번 ‘쯔위 사태’와 같이 중국 네티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데니스 호의 티베트 독립운동지지. 2014년 홍콩을 마비시킨 민주화 시위였던 ‘우산혁명’ 당시 체포 됐던 이력을 거론하며 "랑콤이 콘서트를 취소하지 않으면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 “중국에 반대하는 기생 같은 데니스 호를 우리도 반대하자”라는 강경한 입장을 외쳤다.

심지어 환구망은 10일 보도를 통해 “홍콩 독립을 외치는 자에겐 다시는 중국의 돈을 벌지 못하도록 견지해나가자”라는 장문의 칼럼으로 많은 중국 네티즌들의 환영을 받기도 했다.

그러자 결국 랑콤 측은 지난 5일 자사의 페이스북을 통해 “데니스 호는 이번 행사의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혼란을 초래해 미안하다”며 중국 네티즌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리고 “안전상의 우려로 콘서트 중지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 접속이 가능한 홍콩의 시민들은 이 발표를 접하자 분노하며 ‘랑콤 불매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일부 홍콩 시민은 시내 중심가 랑콤 매장에 몰려가 랑콤의 모 회사인 “로레알 제품을 사지 말자” “랑콤은 자기 검열을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는 ‘랑콤 보이콧’과 함께 반 중국 구호가 적힌 전단이 나붙었다. 우산혁명의 상징이었던 노란 우산도 등장하며 또 다시 대륙 내 ‘반중 정서’가 불같이 확산되는 중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 빼어난 외모와 가창력으로 홍콩의 대중스타로 자리잡은 데니스 호(허윈스). [사진출처=바이두이미지]


홍콩 갑부 리카싱 아들 리즈카이의 데니스 호 지원사격으로 더욱 불붙어

랑콤의 데니스 호 사건으로 번진 홍콩의 반중정서와 대륙의 홍콩독립타도간의 대결은 또 다른 돌발사태로 인해 확산됐다. 홍콩 1위 재벌 리카싱(李嘉誠) 차남인 리즈카이(李澤楷, 영문명 리처드 리)의 회사가 지난 8일 자사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데니스 호를 자사의 평생모델로 채용하겠다고 밝히며 SNS상에선 2차전으로 번졌다. 

홍콩 최대 통신회사인 PCCW를 소유한 리처드 리는 데니스 호를 자사의 홍콩 최대 음원재생회사인 MOOV의 평생 모델로 채용하겠다고 중국을 겨냥해 '선전포고'를 했다. 이 소식이 번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왓슨스, 존슨앤드존슨, 리스테린 같은 리카싱 집안이 소유한 브랜드 이름을 거론하면서 해당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자고 주장했다.

사태가 심상치않게 돌아가자 리처드 리는 꼬리를 내린 것 같다. 홍콩 매체 왕이신문은 지난 8일 리처드 리 회사의 “데니스 호 평생 모델 채용은 사실이 아니며 홍콩 독립반대를 지지한다”는 PCCW의 입장을 내보냈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공세를 그치지 않았다. 데니스 호와 리처드 리와의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심한 성적 비난까지 서슴지 않는 상태다.

중국 대륙과 홍콩 간의 ‘독립’ 문제는 중국의 티베트, 신장위구르와 같은 지역보다 더욱 민감한 사안으로 중국 정부에겐 굉장히 조심스러운 대상이다.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이후, 홍콩에선 아직까지 중국에 대한 극도의 강한 거부감이 존재하고 있으며 홍콩의 지식인들은 끊임없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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