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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부산 이전 사실상 좌초...“금융 중심지 재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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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5.04.07 08:19 ㅣ 수정 : 2025.04.07 08:19

‘尹 탄핵’에 현 정부 정책 좌초
새 정부서 재추진할지 미지수
금융 중심지 성과 다시 도마에
정책 원점 재검토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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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한국산업은행]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통령 선거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현 정부의 핵심 금융 정책이었던 한국산업은행 지방 이전은 사실상 좌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발표부터 추진까지의 과정에서 극심한 노사 대립과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동력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금융 중심지(서울·부산)’ 정책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지방 상주 기관의 수만 늘리는데 주력하기 보다는 발전 정책과 지원 제도 등을 손질해 차별화 전략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또 산업은행 사례처럼 이해관계자간 입장차를 좁혀나갈 수 있는 중재 역량 확보도 과제로 지목된다. 

 


■ 尹 정부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무산...강석훈 회장도 교체될 듯 


 

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제20대 대선이 진행되던 지난 2022년 1월께 발표한 공약에 산업은행 이전을 포함시켰다. 현재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옮겨 국가 균형 및 금융 중심지 발전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핵심 금융 정책으로 추진돼 왔다. 

 

현 정부 초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3년 5월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하며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산업은행 역시 지난해 조직 개편으로 부산에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하는 등 차근차근 부산 정착 준비에 나섰다. 다만 마지막 관문인 ‘법 개정’ 작업이 표류하면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도 사실상 멈춰 섰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 제1항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한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조항을 바꿔야 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6월 이 같은 내용이 골자가 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필요성에 대해 여·야가 뜻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이 진행되면 현 정부 체제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평가다. 여·야가 대선에 화력을 집중하면 산업은행법 개정도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보수 진영 후보들이 다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공약할 수 있지만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는 실현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강석훈 현 산업은행 회장은 오는 6월까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전망이다. 강 회장은 윤 전 대통령 대선 캠프서 활동한 후 산업은행 수장에 오르며 부산 이전의 ‘총대’를 메고 왔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새 정부 출범 후 내각 구성 등의 절차와 시간을 고려하면 한동안 산업은행 회장은 공석이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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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에 세워진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사진=연합뉴스]

 


■ 매 정권마다 ‘금융 중심지’는 화두...지향점·전략 수정 필요성 제기


 

현 정부 출범 후 약 3년 동안 이어진 산업은행 부산 이전 사태가 차기 정부서 재현될 가능성도 잔존해 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도 금융 중심지를 핵심 공약과 정책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유력한 이전 기관으로 지목돼 왔는데, 연계 효과와 조직 반발 등으로 끝내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9년 본격화한 금융 중심지 정책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부산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예탁결제원·한국주택금융공사·신용보증기금 등의 금융 공공기관이 본사를 두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실적이 부산의 금융 경쟁력 제고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여전한 상황이다. 

 

일단 서울과 부산의 금융 중심지 성과에 양극화가 드러나고 있는 게 문제다.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측정하는 지수인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보면 지난해 기준 서울과 부산의 순위는 각각 11위, 25위로 격차가 크다. 부산의 경우 지난 2017년 70위까지 주저앉은 뒤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는데, 10년 전인 2014년(28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보고서를 보면 지금의 금융 중심지 정책 문제점은 크게 △불안정하고 정체된 경쟁력 △외국계 금융사의 유입 정체 및 철수 △서울 집중화 심화 △차별화 전략 부재 △엄격한 규제 환경 △매력적이지 않은 정주 환경 △제한적인 실질적 발전 정책 △유명무실한 지원 제도 등이 지목된다. 

 

산업은행 노동조합 역시 부산 이전 반대의 명문으로 국책은행 기능 약화 우려를 내세웠다. 산업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고객 기업의 70%, 민간 금융사와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협업기관이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해 본점 이전 시 상당한 업무 비효율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노조 자체 조사에 따르면 거래 기업의 73%가 본점 이전 시 타 금융기관과 거래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번 산업은행 부산 이전 사태를 계기로 금융 중심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단순히 지방으로 옮겨가는 금융 공공기관의 수만 늘리는 게 아니라 지역 간 성장 불균형 해소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세부 요인을 손질해야 한다는 평가다. 아울러 금융 중심지 조성 과정에서 이해관계자간의 의견 충돌을 중재할 수 있는 역량 강화도 요구된다. 

 

정혜진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의 경쟁력이 아닌 국내의 지역 균형 발전 논리만을 강조한 정책은 오히려 금융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현재의 금융 중심지 정책은 원점에서 재검토해 시행 성과를 면밀하게 평가하고 엄격한 국내외 여건 진단을 바탕으로 향후 정책 방향 등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hi918@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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