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주린이도 '귀에 쏙쏙'…증권사 리포트가 달라졌다
1410만 개인투자자 시대…20세 이하 5년간 7.84배↑
버톡커 도입·숏폼·리포툰…증권가 "록인 효과 기대"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증권사 리포트가 달라졌다. 글로 읽어야 했던 리포트가 영상으로 구현되더니, 이제는 웹툰 형식의 '리포툰'(리포트+웹툰)까지 등장했다. 리포트 자체를 쉽게 쓰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성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주식투자에 청소년이나 대학생도 대거 뛰어들면서 '더 쉽고 재미있게' 리포트를 제공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을 소유한 개인투자자는 약 1410만명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9년 약 612만명과 비교해 두 배 넘는 증가세다.
전 연령대에서 투자자 수가 두 배 가량 증가한 가운데 20대 이하의 젊은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었다.
2019년까지 9만8612명 수준에 머물렀던 20세 이하 투자자는 지난해 77만3414명으로 무려 7.84배 폭증했다. 이에 전체 개인투자자 대비 비중은 1.6%에서 5.5%로 뛰었다. 같은 기간 20대 투자자도 38만1910명에서 137만9841명으로 3.61배 증가했다. 이에 전체 대비 비중은 6.2%에서 9.80%까지 확대됐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주식투자 열풍이 이어졌다"면서 "'주린이'(주식+어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남녀노소, 많은 사람이 주식투자에 뛰어들었고, 이에 대응해 리포트도 재미있게, 이해하기 쉽게 변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각 증권사는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로 고객을 묶어 놓는 록인(lock-in)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다른 증권사의 관계자는 "직관적인 서비스나 시각적 콘텐츠를 제공해 고객의 눈과 시간을 사로잡으려는 게 최근 플랫폼 서비스의 트렌드"라며 "증권사도 MTS 고객을 더욱 유치하고 록인하기 위해서 복잡하고 어렵던 리포트를 더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전달하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방식은 '영상' 리포트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 교보증권, 한화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iM증권, LS증권 등이 자사 리포트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영상 콘텐츠를 유튜브 등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선보이고 있다.
영상 길이는 대체로 짧다. 일례로 교보증권은 '2025 연간전망 컨텐츠'를 시리즈로 업로드 중인데, 편당 5분 내외로 영상을 구성했다.
교보증권의 관계자는 "짧은 영상이나 짧은 글을 선호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며 "핵심적인 내용이나 중요한 내용을 압축해서 짧은 영상으로 보기 쉽게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2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일컫는 이른바 '숏츠'를 공략한 증권사도 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022년부터 자사 리서치센터의 리포트를 가공해 짧은 영상이나 이미지로 리포트 가동성을 증대한 숏폼 콘텐츠 '현포트'를 매주 공식 SNS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홍보효과도 봤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2022년 오흔 이후 현포드의 누적 조회수는 매년 50%가 넘는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자사 애널리스트나 전문 아나운서가 아닌 가상인간을 내세워 리포트 영상을 서비스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은 가상인간 '한지아'를 활용한 3∼4분 길이의 리서치 보고서 콘텐츠 '지아의리포트'를 선보이는 중이다. 삼성증권도 인공지능(AI) 아나운서가 매일 오전·오후 당일의 리포트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리서치 핵심터지'와 '삼성증권 마감브리핑'을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엔 만화 형식도 도입하는 추세다. 삼성증권은 최근 기업분석 리포트를 4컷 만화 형식을 활용한 숏폼으로 구성한 '투자네컷'을 공식 유튜브를 통해 론칭했다. 투자 경험이 적은 초보 투자자를 공략한 콘텐츠로, 캐릭터인 '서치'와 '앤츠'가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기업과 산업을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11일 공개한 첫 영상은 이틀만에 25만회 조회수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키움증권은 기업 리포트를 웹툰 형식으로 제공하는 '리포툰' 서비스를 개시했다. 키움증권의 관계자는 "AI를 활용해 스토리텔링과 시각적 요소를 결합한 웹툰 형식의 리포트를 기획했다"며 "투자자들이 리포트 핵심 내용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리포트 자체의 이해도를 높이려는 노력도 한창이다. 일례로 KB증권은 리포트 내에 전문용어 뜻풀이를 참고할 수 있는 '디지털 단어 사전'을 서비스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용어 해설을 주석으로 달고, 산업에 대한 용어를 보고서 뒷장에 QR로 붙인 자료를 발간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증권, SK증권 등도 개인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쉬운 용어를 사용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리포트 원본과 함께 요약본을 서비스하는 추세도 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리서치센터 보고서를 핵심만 쉽게 간추려 '쉽게 보는 리서치'라는 이름으로 배포 중이다. 한화투자증권도 홈페이지와 공식 블로그, MTS 등 고객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에 원본과 요약본을 함께 업로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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