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기예금 3% 턱걸이...기준금리 인하 땐 ‘연쇄 하락’ 불가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현재 3% 수준인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머지않아 2%대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은행들도 앞다퉈 수신금리를 하향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기조가 사실상 막을 내린 가운데 이자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장기 상품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6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금리(기본+우대금리)는 3.00~3.10%로 집계됐다. 같은 만기 기준으로 이들 은행이 지난해 12월 취급한 정기예금 평균금리(3.12~3.23%)와 비교하면 상·하단 모두 하락세가 뚜렷하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에서는 정기예금 금리가 이미 2%대로 진입한 경우도 나타난다. 현재 케이뱅크는 1년 만기 상품에 2.9%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전월 취급한 평균금리인 3.11%보다 0.21%포인트(p) 떨어진 수치다. 카카오뱅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3.10%로 나타났다. 토스뱅크의 경우 3개월과 6개월 만기 상품에 각각 3.10%, 3.20%의 금리를 준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 하락도 본격화했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영향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분을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1년물) 금리는 지난달 31일 2.86%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지난해 말 대출 관리 강화 차원에서 실시한 대출금리 인상 영향으로 정기예금 금리 인하는 소극적으로 접근했다. 자칫 예대마진(예대금리차) 확대로 인한 ‘이자 장사’ 논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대출금리가 다시 내려가고 있는 데다, 한국은행이 이르면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수신금리 연쇄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자금 유입도 줄어드는 흐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040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1조원 급감했다. 만기 도래로 인한 잔액 감소 뿐 아니라 시장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정기예금에 가입하려는 막차 수요도 막바지에 접어든 점 역시 영향 끼쳤다는 평가다.
정기예금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수요 자체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전 상품에 가입할 경우 만기를 길게 가져가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1년 단위 계약 후 만기가 도래했을 때는 시장금리가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 기준 2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를 2.50~2.80%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3년 만기 상품도 금리는 동일하다. 이 금리는 만기 때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향후 시장금리 하락 리스크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중 1년 이상 2년 미만 비중은 55.6%로 가장 많았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가 인하된다는 건 기정사실화된 얘기고 관건은 인하 횟수와 연말 금리 수준인데, 채권금리는 기준금리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여러 환경을 반영해 움직여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며 “예금은 가입 기간 중 해제하면 이자가 거의 안 나오기 때문에 가계 자금 운용 상황에 따라 상품을 선택하는 걸 추천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