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 기자 입력 : 2025.01.21 08:23 ㅣ 수정 : 2025.02.05 14:40
이재명 대표 “소상공인 지원 충실히 이행 당부” 민주당, ‘국제경쟁력 제고‧금융 지원 활성화’ 논의 윤한홍 정무위원장 “민생행보 가장한 대권 놀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서 은행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 은행권에서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6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은행장들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표는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은행들을 향해 서민을 위한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당부했다. 한편 야권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민주당 대표가 이례적으로 은행장들을 소집한 데 대해, 여당 등 일각에선 이 대표가 벌써부터 대권 행보에 나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일 은행연합회에서 6대 은행장들과 만났다. 이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된 ‘은행권 압박’, ‘대권행보 지적’에 선을 긋고, 서민 금융 지원을 위한 금융권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은행권에 무언가를 강요해 얻어 보거나 강제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여당도 아닌 야당 대표가 은행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에 은행장들과 만나 간담회를 진행한 건 민생·경제 행보를 통해 중도층을 끌어안으려는 외연 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상황이 어려울수록 힘 없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이 훨씬 더 많은 고통을 겪는 게 현실”이라며 “서민 금융 지원이라는 금융권의 충실한 역할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기관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듣고, 정치권이 은행들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들어 보겠다”고 덧붙였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은 경제 방파제로서 존재 의의가 있다”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처한 고물가, 고환율의 복합위기는 은행의 금융 지원만으론 해결이 어려워 비금융 측면에서 지원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조 회장은 “은행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저렴한 결제 키오스크를 설치하면 운영비용이 줄고, 상거래 데이터를 확보해 낮은 금리로 대출 제공도 가능하다”며 “민생경제를 위한 은행의 노력이 상생과 혁신의 조화, 선순환을 촉진해 경제 생태계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래 더불민주당 수석대변인 등 민주당 의원들이 20일 은행장들과의 비공개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세정 기자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비공개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권의 가산금리 조정’ 관련 논의는 없었다며, 간담회 직전까지 제기됐던 과도한 시장 개입 비판에 대해 일축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가산금리 조정 등과 관련해선 전혀 논의하지 않았고, 국제경쟁력 제고, 금융 산업과 금융 지원 활성화 방안 등을 중점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에선 국제 진출을 위해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이 중요한데 국제적 금융 기준, 디지털 규제 등에 대한 개선을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조 대변인은 또 “‘금융 외교’도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이재명 대표와 은행권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방안을 고민해보기로 했다”면서 “현재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국내 신인도 평가에 있어서 민관이 함께 대처한다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유동수 의원은 “은행권에선 연말에 환율 변동 때문에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RWA)에 노출돼 어려움을 겪었다”며 “최근 민간 소비가 줄어들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영업이 어려워 금융권으로도 위험이 전가될 수 있는 만큼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시중 은행장들과 만난 것에 대해, 민생 행보를 가장한 ‘대권 놀음’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은행장들을 소집해 군기 잡기에 나섰다”면서 “이 대표가 ‘무엇을 강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가 아니다’고 변명했지만, 벌써부터 정권을 다 잡은 양 민간 기업을 호출하고 경영에 간섭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법기관도 모자라 시장경제의 중심축인 금융권마저 권력의 칼날을 휘두르며 좌지우지하려는 모양”이라며 “국민의힘이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고 정부가 자율적인 상생 금융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때 ‘금융 폭군’, ‘노골적 개입’이라 비난했던 민주당”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