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신 단계 뜯어본다”...농협은행, 내부통제 강화 ‘고삐’

유한일 기자 입력 : 2025.01.17 08:24 ㅣ 수정 : 2025.01.17 08:24

취약점 전면 재정비·디지털 내부통제 강화
전담 인력·조직 확대하고 전문성도 제고해
금융사고 발생 시 관리자 대기발령 조치도
강태영 신임 행장 “금융사고 제로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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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영 NH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 사진편집=뉴스투데이 이가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NH농협은행이 ‘내부통제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해 잇따라 발생한 금융사고로 추락한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조직 역량 결집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준법감시 인력 확대와 관리 책임 강화 등 고강도 대책을 마련·실행한 게 눈에 띈다. 농협은행은 올해 ‘금융사고 제로(Zero)화’를 선언하고 내부통제 고도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강화 추진 과제는 ‘내부통제 취약점 전면 재정비’와 ‘디지털 내부통제 고도화’로 압축된다.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감사 제도 개편, 관련 인력 및 조직 재정비, 내부통제 전문성 강화 같은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금융사고 사전 감시·조기 적발 추진도 포함됐다. 

 

먼저 농협은행은 올해 중 ‘순회감사 제도’ 폐지를 검토한다. 이 제도는 농협 퇴직자를 다시 채용해 2~3개의 영업점에 대한 감사와 모니터링을 하도록 한 것인데, 문제가 있는 여신에 대해 ‘정상’ 평가를 내리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돼 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농협은행은 이 제도를 대신해 ‘자점감사 모니터링반(관제센터)’를 신설·운영한다. 앞으로 자점감사 방식을 수기에서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또 금융사고 취약점 파악을 위해 취급되는 모든 여신 단계에 대한 해체·분석도 이뤄진다. 농협은행은 총 15개 테마, 73개 과제를 정하고 올해 중 집중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취약 요소에 대한 집중적 관리를 위해 ‘금융사고 위험지도’도 작성한다. 본부 점검 항목을 전면 재설계하고, 핵심 취약 요소에 대한 필요 자원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내부통제 관련 인력 및 조직에 대해서도 전면 재정비가 이뤄진다. 올해 준법감시 인력이 전년 대비 2배 규모로 확대되고, 사고예방팀·책무관리팀 등을 신설해 총 9개의 내부통제 전담팀이 운영된다. 또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책무구조도 대응을 위해 ‘NH책무통제시스템’도 단계적으로 구축·적용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은 △책무명세 △책무정보 △책무관리로 구성돼 있으며 책무 이해부터 배분, 준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농협은행은 올 하반기 일명 ‘내부통제 전문가 인증 제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이 제도는 컴퓨터 시험으로 자점감사, 금융사고 사례, 여신 절차, 정보기술(IT) 등을 평가해 내부통제 전문성 및 책임성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올해는 사무소장, 자점감사자를 대상으로 하고 내년 중에는 전 임직원으로 확대 시행된다. 농협은행은 평가 결과를 인사에 적용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금융사고 발생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강화된다. 본부장의 경우 관할 사무소에서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2회 발생할 시 곧바로 직권정지 및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진다. 영업점장은 금융사고가 한 차례만 일어나도 이 같은 처분을 받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 적용된다. 농협은행은 본부별 점검·관리를 위한 매뉴얼을 제작·배포하고 교육과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이 농협은행이 내부통제 체계에 대한 대대적 재정비에 나선 건 잇따라 발생한 금융사고 영향이다. 지난해 농협은행이 공시한 금융사고는 총 6건으로 규모만 45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내부통제 강화를 공언했지만 잊을만하면 되풀이돼 왔다는 점이다. 은행의 생명인 신뢰에도 타격이 불가피했다.

 

지난 3일 취임한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임직원들에게 ‘고객 신뢰’와 ‘내부통제 혁신’을 당부했다. 특히 강 행장은 올해 농협은행의 ‘금융사고 제로화’를 공언할 만큼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의지가 크다고 평가 받는다. 특히 강 행장은 농협은행 디지털전략부장, 디지털전환(DT) 부문 부행장 등을 역임한 디지털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차별화된 디지털 내부통제 강화 전략이 추진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강 행장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업무 관행에서 벗어나 규정과 원칙에 충실한 사업 추진으로 고객이 우리를 믿고,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업무 재설계를 통해 모든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고 취약점을 전면 재정비해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사고 제로화를 실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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