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렸는데, 최근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소폭 조절하며 대출 문턱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기관의 대출태도 강화 기조도 전 분기 대비 크게 완화된 것으로 조사돼, 지난해 대출 절벽에 내몰렸던 실수요자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SC제일은행이 대출금리를 소폭 인하했다.
먼저 신한은행이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0.05~0.30%p 내렸다. 약 반년 만에 대출금리를 조정한 셈이다. 상품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 주택구입자금 대출 가산금리는 0.1%p,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0.05%p 낮췄다.
SC제일은행도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의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0.1%p 높였다. 우대금리가 확대되면 실제 대출금리는 그만큼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오는 20일부터는 0.1%p의 다자녀 우대금리 조건도 기존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된다.
신한은행과 SC제일은행이 대출금리를 낮추면서, 다른 은행들도 그동안 임의로 올렸던 가산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을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비교적 금리가 낮은 곳을 찾아 몰린다”며 “속도 차이는 있겠지만 영업을 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경쟁사가 대출금리를 내리면 같이 내리게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3분기 이후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높여왔는데, 새해 들어 가계대출이 감소 조짐을 보이면서 높은 가산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3조7690억원으로, 지난해 말 734조1350억원보다 3660억 원 줄었다.
은행들은 올해 1분기 가계대출 문턱이 지난해 4분기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은행의 대출태도 종합지수는 ‘–1’로 전 분기 ‘–27’보다 26포인트p 올랐다. 한 분기 사이에 강화 의견이 크게 줄어 완화 의견과 거의 비슷해졌다.
한국은행은 이 조사에서 금융기관 대출태도, 대출수요, 신용위험에 대한 평가를 가중 평균해 100과 –100 사이 지수로 산출했다. 지수가 양(+)에 가까울수록 ‘대출태도 완화’라고 응답한 금융기관 수가 ‘대출태도 강화’보다 많은 상태고, 음(-)으로 갈수록 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