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거수기 오명’ 금융지주 사외이사 대거 임기 만료...재선임 이어지나
KB·신한·하나·우리금융 사외이사 72% 해당
감시·견제 기능 약화...체제 개선 요구 커져
급격한 구성 변화보단 점진적 변화 가능성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10명 중 7명이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금융지주는 이들 사외이사에 대한 재선임 및 교체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잇따라 발생한 금융사고가 변수로 지목된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당장 물갈이 수준의 사외이사 교체보다는 중장기적 체제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금융지주별 ‘2024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사외이사 총 32명 중 23명(71.9%)의 임기가 오는 3월 중 만료된다. 회사별로 보면 KB금융은 7명 중 6명(85.7%), 신한금융은 9명 중 7명(77.8%), 하나금융은 9명 중 5명(55.5%), 우리금융은 7명 중 5명(71.4%)의 사외이사가 해당한다.
각 금융지주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두고 있다. 사추위는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상시적 관리 및 검증을 담당한다.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에 대한 재선임 및 교체 여부가 결정되면 매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다뤄진다. 올해 임기 만료 사외이사 규모가 상당한 만큼 이사회 구성 방향 역시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그동안 ‘거수기’ 논란에 휩싸여온 자리다. 경영진을 견제·감시해야 할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상반기 KB·신한·하나·우리금융 이사회의 결의 안건(소위원회 제외)의 사외이사 찬성률은 100%로 나타났다. 사실상 사외이사들이 회사가 올린 안건에 찬성표만 던지는 ‘예스맨’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다.
금융당국도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핵심축인 이사회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외이사는 역할 취지에 맞게 운용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해 11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서 “경영상 중요한 의사 결정이나 업무 집행 과정에서 이사회 감독 기능이 미흡하게 작동될 경우 경영진 권한 집중과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 관행이 공고화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 계열 시중은행에서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와 관련해서도 이사회 책임론이 제기된다. 지난해 상반기 각 금융지주 이사회 내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소속된 사외이사들은 상정된 안건마다 찬성표를 던졌다. 리스크관리위원회는 금융지주 전반의 각종 거래 위험을 인식·측정·감시·통제하기 위해 가동되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에 상정되는 안건은 실무선에서 먼저 문제점과 리스크를 걸러내고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받는 단계라 찬성률이 높게 나오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며 “안건에 대한 사외의사들의 논의가 이어진 뒤 찬반을 결정하기 때문에 관련한 논의가 아예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는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 후보군의 추천 경로 다양화와 적정 임기 정책을 마련하며 자격 검증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기의 경우 통상 ‘2+1(최초 2년에 연임 시 1년씩 추가)’ 방식인 금융지주 사외이사 관례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도 사외이사 구성에 대대적 변화가 찾아오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권도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를 비롯한 지배구조 고도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급격한 이사회 물갈이가 능사는 아닐 것이란 평가다. 각 금융지주별로 정한 규정상 최대 임기를 채운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재선임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KB금융은 사외이사의 연속 임기 제한을 5년으로 설정했다. 2020년 선임돼 3연임한 권선주·오규택 사외의사의 경우 올해 교체 대상이다. 신한·하나·우리금융 사외이사는 규정상 총 6년의 임기를 지낼 수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이정원, 정찬형 사외이사가 최대 임기를 채우고 물러날 예정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윤재원·진혁덕 사외이사가 3연임했는데, 원칙상 1년의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
한 금융지주의 관계자는 “임기를 더 받기 어려운 사외이사 자리에 대해서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과 전문성, 적합성을 고려한 후보가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 선임될 것”이라며 “시기상 다른 사외이사의 거취를 말하기에는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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