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인터뷰 ‘안녕하세요’(9)] 한강 노벨 문학상의 숨은 조력자, 곽현주 한국문학번역원 본부장..."작가의 의도를 번역해야"

김연수 전문기자 입력 : 2025.01.11 07:06 ㅣ 수정 : 2025.01.11 07:06

한국문화번역원서 한강 작품 76종 해외출간 지원…28개 언어권 번역
한강 작품을 번역해 온 분들의 노고가 노벨문학상 수상 결실 맺어
곽현주 본부장, “노벨상 수상 소식에 형언할 수 없는 감격 솟구쳐”
한강, “원작에 충실한 훌륭한 번역이 작가 감정과 톤을 제대로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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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학번역원의 곽현주 본부장 [사진=한국문학번역원]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단지 개인의 성취를 넘어, 한국문학의 세계적인 위상을 증명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 영광 뒤에는 한국문학번역원의 곽현주 본부장을 비롯한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있었다.

 

곽 본부장은 지난 20년 동안 한강 작가의 작품이 세계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국제 문학 행사와 번역 출판을 꾸준히 지원해 왔다. ‘채식주의자’가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까지, 그리고 노벨문학상이라는 정점에 이르기까지 그의 노력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동안 한강 작가의 작품은 28개 언어로 76종 번역 출판되며 국경과 언어를 넘어 공감과 감동을 전달해 왔다. 2026년 창립 30주년을 앞둔 한국문학번역원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흔히 “번역은 문학의 날개이자, 문화를 잇는 다리”라는 말이 있다.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곽 본부장을 만나 그간 한국문학번역원의 행적과 한강 작가와의 작업 과정 등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곽현주 본부장과 일문일답.

 

Q. 한강 작가의 작품 번역은 언제부터 시작하였는가.

 

A : "<채식주의자>를 2010년 베트남어로 처음 번역출판 지원했다. 이후 2011년 프랑스어, 2013년도 스페인어, 중국어, 포르투갈어 번역출판 지원이 있었다. 한강 작가의 작품 번역출판 지원이 본격화된 것은 2016년 한강작가의 <채식주의자> 영역이 맨부커국제상을 수상한 이후라고 볼 수 있다. 이후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희랍어시간>, <흰> 등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해외출판사의 번역출판지원 신청이 급증했다. 2010년 이후 번역원에서 지원한 한강 작가 작품의 해외출판사 번역출판 건수는 지금까지 28개 언어권으로 76종 작품의 해외출간을 지원했다. 또한 해외출간된 한국문학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다양한 국제문학교류행사에 한국 작가들이 참여하고 초청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 국제적인 문학교류 행사 지원을 1500여건 해왔는데, 한강 작가의 경우 그동안 43개의 국제적인 문학행사에 참가하고 초청되는 것을 지원해 왔다."

 

Q.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더불어 본인과 한국문학번역원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A : "2024년 10월10일 저녁8시,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스웨덴 한림원에서 발표하는 시간, “South Korean, author, Han Kang” 이라는 발표 소리에 처음 순간은 믿을 수가 없었고, 이후 형언할 수 없는 감격이 솟구쳐 올라왔다. 정말 가슴이 먹먹하고 이내 뿌듯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번역원은 2026년도 설립 30주년을 맞게 되는데, 그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꾸준하게 애써온 노고에 대한 크나큰 보상처럼 느껴졌다. 이제부터가 세계문학으로서 한국문학이 시작된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번역원은 한국문학의 감동이 세계인의 가슴에 계속 이어져 가도록 번역출판지원 사업을 더욱 활성화하고 원어민 번역가를 보다 체계적으로 육성해 가기 위해 다각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의 예산증액 요청도 추진하고 있다."

 

Q. 한강 작가의 독특한 문학적 세계를 다른 언어로 옮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A : "문학번역은 작가가 의도하는 의미, 작가의 문체 등을 종합적으로 해외독자들에게 소통시켜 주어야 하기에 단순히 문자적으로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문제가 아니므로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 번역가는 한국어의 구조, 한국적인 사고의 체계나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이해하면서 작가의 문체가 담고 있는 의미를 충실하게 외국어로 표현해야 하기에, 작품의 세계와 작가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맨부커 국제상 수상 간담회에서 한강 작가는 번역이 원작에 충실하다는 기준은 감정과 톤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가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는 번역은 세계적인 독자들 사이에 깊은 생각의 이야기꽃을 피우게 하는 예술행위라고 했고, 한강 작가의 <흰>과 <작별하지 않는다>를 스웨덴어로 번역한 안데쉬 칼손과 박옥경 부부는 한강 작가의 묘사는 날실과 씨실의 감정선이 촘촘하게 짜여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렇게 작가의 예리한 문체를 생생하고도 품격있게 번역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 번역가에게는 작가의 의도, 작품의 의미, 번역어에 대한 충실성 그리고 독자에 대한 충실성을 고루 갖춘 역량이 요구된다."

 

Q. 20년 간 꾸준히 한강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고 홍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A : "무엇보다 한강 작가의 뛰어난 작품세계에 있고, 한강 작가 작품을 해외 현지 언어로 생생하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해온 많은 번역가분들의 노고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번역원의 다양한 사업을 완성도 있게 추진하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일해 온 번역원 관계자분들, 정부의 예산지원, 국내외 출판관계자 등 많은 분들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Q. 한국문학번역원에 대해 생소한 분들을 위해 규모와 역할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A : "1996년 설립된 한국문학번역금고를 시작으로 해서 한국문학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2001년 재단법인 한국문학번역원 시절을 거쳐, 2005년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해 법정기관화 되었고, 2016년 문학진흥법으로 소관 근거법이 변경됐다. 제가 입사 전까지는 직원이 10명 정도였는데, 2006년 입사 이후 20여명으로 늘었고, 현재는 상근직원이 70여명이 넘는다. 핵심사업은 번역출판지원으로 1996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44개 언어권으로 2186종의 한국문학이 해외출간됐다.

 

2013년까지는 국내에서 소개하고 싶은 작품을 중심으로 번역출간을 지원하는 공급자 중심의 방식이었으나, 2014년부터 해외출판사에서 원하는 작품을 번역‧출간 지원하는 수요자 중심의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성장과 함께 한국문학작품이 번역돼 해외출간되는 속도도 빨라져, 해외출판사의 번역출간 기간은 평균 1년 이내로 단축됐다. 또한 인기 있는 한국의 젊은 작가 작품들이 1~2년 안팎의 시차를 두고 국내와 비슷한 시기에 해외에서 출간돼 소개되면서, 국내 독자와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 큰 시간적 간격 없이 한국문학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됐다."

   

Q. 일반적으로 문학번역 작업 중에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운 점인가. 

 

A : "문학번역에서 끊임없이 대립되고 있는 두 가지 관점은 작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절하게 번역했느냐를 논하는 충실성의 문제와, 번역문을 해외독자가 읽을 때 자연스러운가를 논하는 가독성의 문제이다. 작품에 대한 충실성은 높더라도 번역본이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다면 결코 좋은 번역물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고,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융통성 있게 번역되었더라도 작품 충실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올바른 번역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어에 있는 표현이 외국어에는 없을 수 있고, 문화적인 차이가 있기에 번역 작업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은 최대한 원작에 근접하는 의미를 이끌어 내도록 번역하되 원작의 언어적, 문화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낯선 부분을 적절히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Q. 번역원에서 한국문학전문번역가를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는데. 

 

A : "문학번역은 문학작품의 예술적인 가치를 표현하고 감동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도착어인 외국어와 출발어인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풍부한 원어민 번역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번역아카데미는 현재 대학원 과정과 같은 2년제 교육과정을 시행하고 있으며,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어, 러시아어 등 7개 언어로 운영되는데, 매년 120여명의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다. 

 

주로 해외 한국학대학을 졸업한 원어민 학생들이 입학하는데, 1차 서류심사, 2차 필기시험, 3차 면접시험까지 통과되어야 합격이다. 요즘 번역아카데미 입학 모집인원은 100여명 정도인데, 응시생들은 400여명이 넘고 있어 경쟁률이 높다. 교육과정은 정규과정, 야간과정, 아틀리에로 운영되는데, 정규과정은 총 4학기이며 9월에 개강하고 있다."

 

Q. 한강 작가의 작품 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을 세계에 더 알리기 위한 번역원의 미래 계획은.

 

A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번역원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넘어서 세계문학으로서 한국문학이 뿌리내리도록 하는 그간의 사업들을 재정비하고 확충해서 더욱 선순환적으로 운영해 가고자 한다. 

 

한국문학이 번역 출판되어 해외에 유통되는 과정을 넘어서 학술적 탐구와 비평을 통해 한국문학이 깊이 이해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가고자 한다. 또한 글로벌 문학 네트워크를 강화를 위해 국내외 유관기관과 협업을 더욱 공고히 해 갈 것이다. 

 

또한, 번역아카데미를 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으로 전환해 가고자 한다. 번역아카데미 수료생들의 우수한 번역 실력은 그간 국제문학상을 수상하거나 입후보에 오른 한국문학작품을 통해 입증이 되고 있으나, 수료증만으로는 한국문학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생활해 가는 것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학위가 필요한 경우 수료 이후, 다시 국내외 대학원에 입학을 해야 하므로 시간적, 비용적인 부담이 발생한다. 번역아카데미를 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으로 전환해 석사학위를 부여하게 되면, 졸업생들은 한국문학 전문번역가로서 공신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보다 안정적으로 한국문학 번역가로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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