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IT 업황 악화에 반도체 또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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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이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밑돌아 ‘어닝쇼크(실적충격)'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대비 매출은 5.18%, 영업이익은 29.19% 각각 줄어든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2023년 4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10.65%, 영업이익이 130.50% 늘어난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매출 71조9200억원·영업이익 6조6100원 △2분기 매출 74조700억원·영업이익 10조4400억원 △3분기 매출 79조1000억원·영업이익 9조18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액 300조800억원과 영업이익 32조7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은 15.89%, 영업이익은 398.17%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2023년은 심각한 메모리 업황 부진으로 반도체 시장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2022년 대비 각각 14.3%, 84.9% 급감한 이례적인 시점이다.
반도체 첨단공정 확대, 스마트폰 및 가전 수요 확대 등 모든 사업군에서 호조세를 보인 2021년 매출(279조6000억원)과 영업이익(51조6300억원)과 비교하면 2024년 매출은 7.32%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6.61% 감소한 것이다.
이는 매출은 늘고 영업이익은 줄어든 이른바 ‘호황형 적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호황형 적자는 일반적으로 원자잿값 상승,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실제 삼성전자 연간 시설투자금은 △2021년 48조2000억원 △2022년 53조1153억원 △2023년 53조1139억원 △2024년 56조7000억원(예상치)으로 실적과 관계없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여러 증권사도 인건비, 재고 관련 등 일회성 손실과 반도체 R&D(연구개발) 투자 등이 이번 실적에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이번 실적 부진 배경에 삼성전자는 ‘DS(디바이스솔루션, 반도체사업)부문 IT제품 업황 악화로 매출 및 이익 하락’과 ‘DX(디바이스경험, 모바일·가전) 부문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 및 업체간 경쟁 심화’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공시자료를 통해 “메모리 사업은 PC·모바일 등 기존 주력 제품 수요가 주춤한 가운데 고용량 제품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미래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R&D 증가 및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생산량 확대) 비용 증가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 “비메모리 사업은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부진하고 가동률 하락 및 R&D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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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반도체 업계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이 우세해 삼성전자가 올해 1·2분기까지 분위기를 반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HBM(고(高)대역폭메모리) 등 AI 산업과 관련된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는 두드러지지만 레거시(범용) 제품 수요는 약세인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 우세하다”며 “그러나 올해 하반기 상승 기대감이 큰 것은 AI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와 관련됐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시선은 삼성전자의 HBM 기술 경쟁력 회복으로 몰렸다. HBM 공급을 늘리려면 미국 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 납품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업계 1인자다. 현재 엔비디아의 HBM 최대 공급처이자 시장을 이끄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제2의 슈퍼호황기’를 누렸다.
삼성전자는 HBM3E(5세대)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애초 지난해 하반기에 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국 해를 넘겼다. 현재 회로를 일부 수정해 엔비디아 공급을 재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8일 "삼성전자는 HBM을 새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삼성전자는 이를 매우 빠르게 작업하고 있다. HBM 개발 성공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해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업계는 올해 HBM 시장 점유율 구도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점친다. 이와 함께 HBM4(6세대) 양산 시점도 주요 관전포인트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HBM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 올해 물량이 이미 지난해 모두 완판됐다"며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SK하이닉스가 올해에도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추가 물량이 있더라도 시장점유율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HBM4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데 엔비디아가 내년에 출시할 새로운 AI 칩에 HBM4를 탑재할 예정”이라며 “HBM4 공급 시기와 수량에 따라 시장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