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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업종 전망④ : 배터리

캐즘 장기화에 불확실성 커져…기술력·경쟁력 확보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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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교영 기자
입력 : 2025.01.11 07:00 ㅣ 수정 : 2025.01.11 07:00

전기차 캐즘·中업체 사업 확대·美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업황 '먹구름'
美 AMPC 폐지 여부도 '태풍의 눈'...국내 배터리업계 수익성에 직격탄
배터리 3사 총사령탑, 첨단 기술력과 다양한 폼팩터로 경쟁력 강화 다짐

2025년은 연초부터 나라 안팎으로 어지러운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은 또다시 탄핵 정국을 맞았다. 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가까워지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또한 이달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외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통상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내수 부진에 따른 불황 등 악재가 겹쳐 올해 기업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이에 따라 <뉴스투데이>는 새해 벽두부터 대내외 변수가 난무하는 을사년(乙巳年) 산업별 시장을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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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사장, SK온 대표이사 이석희 사장·유정준 부회장, 삼성SDI 최주선 대표이사 사장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빅3'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올해에도 어려운 경영 환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튬인산철(LFP) 등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장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 등으로 그 어느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 K배터리 글로벌 점유율 10%대로 추락…중국 기업에 밀려

 

11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국내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은 19.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은 지난 2021년 31.7%에서 3년 사이 10%대까지 내려앉았다.

 

이 기간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총 배터리 사용량은 약785.6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동기 대비 26.4% 늘어났다.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도 늘어났지만 중국 등 다른 국가 기업 성장폭에 비해 훨씬 낮은 성장률을 보여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국내 업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11.6% 점유율로 전년 동기 대비 6.9% 성장하며 CATL과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SK온이 4.5%로 5위, 삼성SDI는 3.7%로 7위에 올랐다.  SK온과 삼성SDI도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8%, 0.1%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글로벌 1위 CATL과 BYD는 각각 28.6%, 35.9% 성장률을 보이며 합산 점유율 또한 51.1%에서 53.9%로 2.8% 포인트 늘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도 국내 3사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들은 1년 전인 2023년(48.3%) 보다 2.7% 포인트 떨어진 45.6% 점유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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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1∼11월 누적 사용량. [자료=SNE리서치/ 그래픽=뉴스투데이]

 

■ 트럼프 2기 출범…AMPC 축소·폐지론에 전전긍긍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앞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재등장도 국내 배터리 업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통령 출마 당시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명시된 에너지 세액공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 덕분에 캐즘 속에서도 영업이익을 냈다. 의존도가 높은 만큼 관련 정책이 축소·폐지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배터리 3사가 받은 AMPC 보조금 총액은 총 1조3787억원에 달한다. 만약 이를 제외하면 흑자를 낸 곳은 삼성SDI 뿐이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전망도 어둡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배터리 3사 실적은 모두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잠정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 6조4512억원, 영업손실 2255억원으로 2023년 동기 대비 각각 19.4% 감소, 적자전환했다.

 

삼성SDI 역시 지난해 실적이 2023년에 비해  매출액은 28.5% 줄어든 4조2219억원, 영업이익은 62.6% 급감한 127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에 창사 이래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한 SK온이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 배터리 3사 CEO, 경영 화두는 기술·경쟁력 확보

 

이처럼 중국 기업 공세,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배터리 3사 수장들은 일제히 올해 경영 화두로 기술력과 경쟁력을 언급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본원의 기술임을 강조한 것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올해 추진할 핵심 과제로 △연구개발(R&D) 경쟁력 제고 △제품·품질 경쟁 우위 확보 △구조적 원가 경쟁력 강화 △미래 기술·사업 모델 혁신 등을 제시했다. 

 

김동명 사장은 “올해를 '미래 성장을 위한 전환점'의 한 해로 만들어 가자”며 R&D를 통한 차별화된 제품 기술, 경쟁력 향상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성과 창출로 이어질 R&D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차세대전지·LFP·각형 폼팩터(제품 형태) 등 제품 역량은 계속 강화하고 '이길 수 있는 차별화 제품기술’을 위한 자원 투입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고전압 미드 니켈과 LFP, 46시리즈 등 경쟁력 있는 제품 솔루션을 확보하고 각형은 경쟁사 수준 이상 제품력과 원가경쟁력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지난달 초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향후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할 각형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각형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기업 가운데 최초이자 유일하게 파우치형, 원통형, 각형 등 현재 상용화한 모든 배터리 폼팩터를 포트폴리오로 갖추게 됐다. 

 

각형 배터리는 그간 LG에너지솔루션이 주력해온 파우치형 배터리에 비해 공정이 단순하고 생산 단가가 낮아 양산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 사장은 “올해는 의미 있는 수익창출이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단기적인 비용 절감 활동도 꼭 필요하다”며 “경쟁력 있는 염가 소재 확대와 메탈·소재 지분 투자 등으로 재료비 절감 및 스마트팩토리 구축으로 가공비 구조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번 신년사에서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총 12번 언급해 미래 기술·사업 모델 혁신 속도를 높이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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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관련 전시회에 선보인 삼성SDI 배터리 [사진=뉴스투데이] 

 

삼성 SDI의 새로운 수장인 최주선 사장은 “기술이 희망”이라며 “미래 기술력 확보에 생존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최주선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CEO(최고경영자)다. 그는 앞서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를 지내며 우수한 기술전문성 등을 바탕으로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 및 디스플레이 사업의 견고한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사장은 “올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국제정세 불안 지속 등으로 경영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할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더 근본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하는 기술력 중심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준비하고 올라타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사에서도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최고 품질의 상품을 만드는 것이 제조업 본질이자 경쟁에서 이기는 핵심 비결”이라며 기술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유정준 SK온 부회장과 이석희 사장은 공동 명의 신년사를 통해 "전기차 시장 성장세 회복 등 외부 환경 변화를 기다리기보다는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올해 대내외 경영 환경 역시 험난한 길이 되리라 예상한다”며 △포트폴리오 다변화 △ 운영개선을 통한 경쟁력 있는 원가구조 구축 △자강(自强)을 위한 협업과 성장 등을 3가지 과제로 제시했다.

 

유정준 부회장과 이석희 사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셀투팩(Cell-to-Pack) 기술 고도화 등 미래 기술의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며 “이는 전기차 시장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에 따른 경쟁력 심화와 정책 불확실성이 더해져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별로 기술 개발 등을 통한 생존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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