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금융시장에 닥친 한파…살 길 모색하는 은행권

김세정 기자 입력 : 2025.01.13 09:13 ㅣ 수정 : 2025.01.13 10:32

KDI “트럼프 출범·탄핵 정국, 경기 하방위험 가중”
신평사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경제에 부정적”
금융권, 자본비율 관리‧‘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영업통’ 은행장 전면 배치‧조직 ‘효율화’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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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진 대내외적 이슈로 2025년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란 전문가들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미국 자국우선주의 등이 경기 침체 위험을 고조시켰다. 여기에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이 더해져 국내 정세가 불안해지자 환율 상승 등 경제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경제 위기 속 은행권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방안들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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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리픽]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금융권에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되면서 은행의 재정 건전성과 수익성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2025년 불확실성 최고조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대외 불확실성과 12·3 비상계엄 발 국내 정치적 불안이 이어지면서 경기 하방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KDI ‘1월 경제동향’ 발표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0.7)에 비해 크게 하락한 88.4를 기록했다. 특히 현재경기판단(70→52)과 향후경기전망(74→56)이 급락했다.

 

KDI는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심리도 악화했다”며 “환율, 주가 등 금융시장 지표의 동요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지만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무디스, 피치, S&P 등 국제신용평가사들도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3대 신평사 인사들은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이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나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지난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2.1%보다 0.3%p 낮춘 수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 한국개발연구원(KDI·2.0%), 아시아개발은행(ADB·2.0%), 한국은행(1.9%)보다 낮다.

 

■ 1500원 문턱 넘보는 환율…‘CET1 관리’ 촉각

 

새해 들어서도 환율은 1400원대 중후반에서 출렁이고 있다. 국내 정치 불안,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등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절하율은 –5.3%로 계산됐다. 이는 20개 주요국 통화 가운데 러시아 루블화를 제외하면 가장 큰 폭의 가치 하락이다.

 

금융사들은 지난해 세웠던 경영계획에서 환율 전망 수정을 검토하는 등 강달러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올해 사업계획을 구상하면서 1300원대 환율을 적용했다"며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에 문제가 없도록 환율 변동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CET1은 금융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위기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주주 배당 여력도 높다고 판단된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는데 이는 CET1 하락으로 이어지고, 주주환원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금융당국에선 금융지주회사들에 CET1 13%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는 환율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이에 따른 비상 경영계획 수립에 나섰다. 1500원에 육박하는 전망치 수정도 검토 중이다. 

 

이들은 매일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재무 지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서한을 보내는 등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적극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금융권의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한다. 

 

스트레스 완충자본은 은행들이 위기 상황에 대비해 추가 자본을 의무적으로 적립하게 하는 규제다. 위기상황분석(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른 보통주자본비율 하락 수준에 따라 최대 2.5%p의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한다.

 

만일 스트레스 완충자본을 포함한 최저 자본 규제 비율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이익배당이나 상여금 지급 등이 제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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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투데이]

 

■ ‘영업통’ 전면 배치‧조직 ‘효율화’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쇄신’, ‘조직 효율화’에 초점을 둔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4곳의 은행장이 전격 교체됐는데, 영업 수익 확보와 내부통제 강화 등이 주요 과제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고환율과 경기침체 등을 고려한 듯 ‘영업통’ 은행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비은행 계열사 대표가 은행장에 오른 첫 사례로 주목 받았다. 이 행장은 KB라이프생명 대표로 재임하면서 KB생명보험과 푸르덴셜생명보험의 성공적 통합을 이뤄냈고, 취임 첫해 256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연임한 이유도 ‘우수한 경영 성과’라는 평가다. 정 행장은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했고, 경쟁사들이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르는 동안에도 무탈하게 넘어갔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하나카드 대표 재임 시절 연회비 관리 전략과 플랫폼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해외여행 상품 ‘트래블로그’를 출시해 흥행시켰다. 지난해 3분기 해외 체크카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완 우리은행장도 영업통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외 영업 현장을 두루 경험하며 특히 중소기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소기업전략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기획과 영업력을 두루 겸비했다는 평가다. 특히 디지털전환(DT)부문 부행장 재임 시 뱅킹 앱을 그룹 슈퍼플랫폼으로 전환한 디지털 전문가로, 데이터에 기반을 둔 마케팅을 실현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은행권은 본부를 축소‧통합해 조직을 슬림화하는 한편, 인공지능과 디지털 사업 등 신성장 동력이 될 분야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치‧경제 불확실성에 더해 내수부진으로 이자 이익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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