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성 하나은행장, 새 리더십 주목...‘손님·영업’ 중심 경영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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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하나은행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면서 올해 경영 전략에 적잖은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수익·건전성 관리와 신사업 발굴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최근 공격적인 영업으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하나은행이 은행권 ‘리딩뱅크’ 경쟁서 우위를 이어갈지도 관심사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호성 신임 하나은행장은 지난 2일 취임식에서 하나은행 체질 강화와 선도 금융사 위상 강화를 위한 ‘3대 핵심 전략’으로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손님 기반 확대 △안정적 수익 기반 구축을 위한 사업 모델 혁신 △손님 중심의 기업 문화 재정립을 제시했다.
이 행장이 가장 강조한 건 ‘손님’과 ‘영업’이다. 그는 전 직원이 손님 중심 영업 마인드와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모든 과정에서 손님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손님 우선’ 기업문화를 하나은행의 DNA로 뿌리내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은행장이 직접 현장 속에 뛰어들어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 행장은 2023년 하나금융그룹 비(非)은행 자회사인 하나카드 대표이사로 취임해 2년의 임기를 보낸 뒤 하나은행장으로 이동했다. 이 행장의 하나카드 대표 시절 성과는 단연 ‘트래블로그 카드’다. 최근 가입자 700만명, 환전액 3조원을 각각 돌파하면서 해외 체크카드 시장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하나카드의 해외 체크카드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49% 증가했다.
하나은행 안팎에선 이 행장의 이 같은 사업적 안목과 영업 노하우가 맞물릴 경우 본업 경쟁력이 크게 제고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 행장은 하나은행 소속 재직 시절 대기업영업본부장, 강남서초영업본부장, 중앙영업그룹장(전무), 영업지원그룹장(부행장), 영업그룹장(부행장) 등을 역임하며 조직 내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인정받아왔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흐름에 도태되지 않는 노력과 함께 금융의 기본인 신뢰를 바탕으로 금융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의 안전성·건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이 행장의 다양한 노력은 하나은행이 새로운 생각과 변화를 추구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혁신과 성장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올해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은행권 CEO의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행 긴축 완화로 은행 영업·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대출 자산 확대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높은 금리와 대출 성장으로 끌어올린 수익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영업 전략 수정도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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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하나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305조1770조원으로 전분기(308조1480억원) 대비 1%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특히 같은 기간 기업대출 잔액이 175조1820억원에서 171조7210억원으로 2% 줄었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2분기 1.46%에서 3분기 1.41%로 0.05%포인트(p) 하락했다.
금리 하락 흐름에 이자 부문으로 기울어져 있는 이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것도 과제로 지목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하나은행의 총영업이익 6조5198억원 중 이자이익(5조7826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88.7%에 달한다. 여기에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 관리 필요성도 제기된다.
은행권에선 대출 확대를 통한 단순 양적 성장을 넘어 차별화된 경영 전략 마련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최근 들어 공격적인 영업으로 은행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만큼 성장 탄력성을 극대화할 전략도 요구된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경쟁사를 제치고 연간 당기순이익 1등 은행인 ‘리딩뱅크’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 행장은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금융 환경에서 영업 현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명확하고 분명한 방향 제시를 통해 하나은행이 ‘손님에게 인정받는 대한민국 대표은행’으로 비상할 수 있도록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2019년 5월 통합 하나은행이 출범한 이후 5대 은행장에 오른 이 행장의 임기는 2025년 1월 2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로 2년이다. 이승열 전 하나은행장은 하나금융 부회장으로 전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