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 직매입 확대에 PG업계와 갈등…'골목상권 침해' vs '단순 거래중계 서비스'
PG협회, BC카드 대형가맹점 대상 직승인 확대에 "PG업권 침투" 규탄
BC카드 "가맹점 수수료‧시스템 구축비용 절감 위한 결제 과정 서비스"
PG업계 "결제 과정서 PG업계 배제되는 형태…불공정경쟁 소지 있어"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율 인상 막기 위한 것일 수 있어" 해석도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PG(전자지불결제대행)업계가 BC카드의 '직승인 확대'에 대해 골목상권 침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BC카드는 가맹점에 효율적인 '거래 중계 서비스'에 해당돼 카드 결제 과정의 서비스에 해당될 뿐이라는 입장이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PG협회는 전일 성명서를 내고 "BC카드가 NH농협카드 및 주요 은행계열 카드사를 대상으로 VAN(부가가치통신망) 직매입 영업을 확대하고 대형 가맹점을 타깃하며 VAN 및 PG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PG업체 본연의 업무에 침투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PG사는 신용카드사와 직접 계약을 맺기 어려운 온라인 가맹점을 대신해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정산하는 역할을 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가 결제하는 경우 쇼핑몰이 PG사에 수수료를 지불한 뒤 결제를 요청하고, 이를 카드사에 보내면서 정산을 받는 구조다. 오프라인의 경우 VAN사가 이 역할을 한다.
PG협회는 "PG사는 가맹점과 카드사간의 결제 통로를 제공하며 전자상거래시장과 지급결제시장 발전에 기여해왔다"면서 "산업과 시스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PG와 VAN 본연의 업무를 인정하고 보호해줘야 한다"면서 PG와 VAN의 역할을 결제생태계의 '골목상권'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PG와 VAN은 1990년대 등장한 이후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결제 처리를 중개하며 전자상거래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카드사를 대신해 자체적으로 인적, 뭋적 투자를 계속해왔다"며 "신용카드 산업이 지난 30년간 정부 주도로 성장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강조했다.
PG협회는 BC카드에 "정부가 부여한 신용카드사업 허가권을 무기로 생태계 질서를 무시하고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는 등 골목상권에 대한 갑의 횡포를 멈추라"면서 "생태계에서 스스로 포식자가 돼 약자와 동반자를 해치며 군림하지 말고 반복적인 BC카드의 전산장애로 인한 소비자와 가맹점주들의 불편과 손해를 해소하는 등 본질사업 강화에 먼저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G업계는 BC카드의 직매입 확대가 소비자-가맹점-PG(VAN)사-카드사로 이어지는 결제 과정에서 PG사와 VAN사를 배제하는 형태라며 가맹점에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PG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BC카드는 단순 거래중계 서비스라고 주장하지만, 대형가맹점의 비용 인하를 위해 결제 프로세스에서 PG사와 VAN사를 배제하고 끼어드는 것"이라며 "결제산업은 각 업권의 업무 구분을 통해 구축되고 성장한 것인데, BC카드가 PG업권의 업역을 침범해 생태계가 무너진다면 산업의 발전은 더뎌질 것"이라고 말했다.
PG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와 PG업계, 이커머스 가맹점 모두 안정적인 결제 인프라 안에서 성장하는 가운데 특정 카드사가 생태계를 뒤흔들면 산업 내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며 "가맹점수수료율이 인하를 거듭하면서 카드업계는 수익보전을 위한 방법으로 PG사에 수수료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BC카드는 카드사와 가맹점 직승인에 필요한 거래 중계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기존 대형 가맹점은 자체 비용을 투입해 직승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각 카드사와 직승인 계약을 맺어 상대적으로 낮은 결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개별 가맹점에 효율적인 직승인 계약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자체 비용이 투입되는 직승인 시스템을 대체할 공용 '거래 중계 서비스'가 필요한데, 일부 카드사가 이를 BC카드에 위탁해 가맹점의 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이 없는 직승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BC카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가맹점은 '거래 중계 서비스'를 통해 수수료 및 시스템 구축 비용을 절감하고, 각 카드사는 결제 관련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거래 중계 서비스는 카드 결제 과정의 서비스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PG협회의 주장이 카드가맹점수수료율 인하가 전망되는 가운데 PG사가 카드사에 납부하는 수수료율이 인상될 것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PG협회는 성명서에서 "대기업 모회사 KT의 등에 업혀 대형 가맹점을 대상으로 PG와 VAN사를 자처하는 BC카드의 '갑의 횡포'를 저지하고 공정과 상식이 바로 서는 시장 질서가 구축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당국의 면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면서 "부당한 상황에 목소리를 내는 PG, VAN사 대상 수수료율 인상을 강요하는 등 보복성 조치에 대해서도 정부와 금융당국의 실질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업계는 지속되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PG사는 법적으로 수수료율이 제한되지 않아 가맹점을 대상으로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율 인상을 막으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PG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시스템 운영 등을 위한 비용을 감안하면 가맹점에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며, 수수료 수익 자체도 그렇게 크지 않다"면서 "PG사에 수수료율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가격 결정권을 가진 카드사가 PG사의 업역에 침투하는 것은 주의깊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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