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역대 최대' 갈아치운 카드론 규모…풍선효과‧수수료율 인하에 증가세 지속
9개 카드사 10월말 카드론 잔액 42조 넘어서…현대카드 증가폭 최대
9월 채권상각 기저효과 등에 일시 감소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
학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지속에 카드론 비중 증가…재무건전성 악화"
"당국의 대출규제 지속에 카드론 증가 지속 전망…건전성 리스크 확대"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은행권에서 대출취급을 줄이면서 증가해 온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규모가 지난달 또다시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웠다. 카드사들은 고위험 자산인 카드론이 증가하면서 건전성 관리 압박을 받는 모양새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지난달 말 기준 연간 누계 카드론 잔액은 39조1503억원으로 전월 말 38조6463억원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최고치였던 올해 8월 38조7881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NH농협카드를 합하면 규모는 42조2202억원으로 전월 말 41조6870억원에 보다도 늘었다. 이 역시 기존 최대치였던 41조8309억원을 상회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카드론 규모가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9월말 5조6378억원에서 지난달 말 5조7605억원으로 1227억원(2.17%) 늘었다. 우리카드는 3조9298억원에서 4조306억원으로 1008억원(2.57%) 증가했다.
이어 △신한카드 951억원(1.17%, 8조1079억원→8조2030억원) △롯데카드 828억원(1.55%, 5조3340억원→5조4168억원) △KB국민카드 746억원(1.10%, 6조7582억→6조8328억원) △NH농협카드 292억원(0.96%, 3조407억원→3조699억원) △하나카드 198억원(0.71%, 2조7922억원→2조8120억원) △삼성카드 66억원(0.11%, 6조425억원→6조491억원) △BC카드 17억원(3.88%, 438억원→455억원) 순으로 증가했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말 38조7613억원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며 증가해 왔다. 올해 9월 소폭 감소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카드론 잔액이 증가한 건 은행과 저축은행 등 타 금융권에서 대출 취급 규모를 줄인 영향이다. 5대 은행의 10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812억원으로 전월말 730조9671억원과 비교해 1조1141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월 5조6029억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게 감소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9월 카드론 잔액이 감소했던 것은 채권 상각 기저효과"라며 "은행권에서 대출 취급을 줄이고 있는데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카드론으로 수요가 몰렸다"고 설명했다.
카드론은 카드사 입장에서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상품이다. 높은 금리로 제공되기 때문에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고수익 상품인 만큼 고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차주의 특성상 다중채무자가 많은 데다 금리가 높아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달 21일 한국신용카드학회가 주최한 컨퍼런스 'KOCAS Conference2024'에서 "2018년 가맹점수수료율 개편 이후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수익이 감소하면서 카드론 수익이 증가했다"면서 "카드론 수익 비중 증가는 재무건전성 악화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컨퍼런스에서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카드사의 모집비용, 판관비, 마케팅 비용 축소를 초래한다"며 "또 본업인 신용판매 축소를 초래하고 영업자산 중 위험자산 비중 증가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카드사는 2012년 시행된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통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해 왔다. 하지만 지속되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카드론에 의존해 왔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카드사의 영업자산에서 카드론은 22%를 웃돌면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카드론이 늘면서 연체율이 상승하게 되자 대환대출도 증가했다. 9개 카드사의 대환대출 잔액은 2022년 1조2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1조6555억원으로 늘었다.
서 교수는 "카드론 중심의 대출채권 확대와 신용판매업의 축소는 적격비용제도와 관련이 있다"며 "카드론 증가로 인한 연체 급증은 대환대출 확대로 이어지는 등 위험자산 증가의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카드론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익을 방어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건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따라붙는다"면서 "당국의 대출규제 기조가 지속되면서 카드론 잔액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여 건전성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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