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차기 사무총장 선거서 주목받는 '한국통' 메소네 주미 가봉대사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세계는 정치 위기, 무력 분쟁, 불평등 심화, 심각한 환경 변화 등 전례 없는 격변기를 겪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 전쟁 국가에서 유엔의 역할은 더 커지고 있고, 전 세계의 교육‧과학‧문화 보급과 교류를 위해 설립된 유엔의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가 하는 일도 많아졌다.
유네스코는 이 같은 상황에서 현 사무총장인 프랑스의 오드리 아줄레(Audrey Azoulay) 여사의 뒤를 이을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일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평화주의와 보편주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현대적이고 포용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오늘날의 다양한 도전들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물을 찾고 있다.
내년 유네스코 사무총장 후보로 노엘 넬슨 메소네(Noël Nelson MESSONE) 주미 가봉 대사와 칼레드 엘 에나니’(M. Khaled EL-ENANY) 전 이집트 관광부 장관이 등록했다. 두 후보 중 누가 유네스코의 수장이 될지 주목된다.
■ 한국 외교‧정치‧경제에 정통한 인물…반기문 UN 사무총장 재선시 아프리카 지지표 결집
한국은 내년 10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치러질 유네스코 사무총장 선거에서 메소네 박사를 지지할 확률이 높다. 한국어를 곧 잘하는 메소네 박사는 한국 경험이 풍부하고, 당선 후 우리나라의 교육‧문화‧경제 발전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메소네 박사는 10대 시절인 1975년 외교관인 아버지와 함께 서울 서교동에 살면서 1년을 보냈다. 이후 서울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한국인 친구도 많았는데,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 총장의 UN 사무총장 재선 시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표를 독려하며 도움을 준 경험도 있다.
메소네 박사는 한국의 외교‧정치‧경제 등에 정통한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1994년 미 켄터키대학 패터슨 외교‧국제통상대학원에서 정치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당시 지도교수가 문정인 교수로 그를 한국을 가장 잘 아는 아프리카계 외교 전문가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파리 소르본 누벨 대학교에서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1991년 미 켄터키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메소네 박사가 태어난 가봉도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다. 가봉은 한국과 수교한 최초의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이며, 포니 자동차, 럭키 골드스타 전자제품 등 한국산 제품을 가장 먼저 도입한 국가이기도 하다. 가봉의 고 오마르 봉고 대통령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깨끗한 자연과 생물 다양성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마지막 에덴'이라고 칭한 중앙아프리카에 위치한 가봉은 지난 7월 메소네 박사를 공식 후보로 발표했다. 한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인 가봉과 메소네 박사를 향한 한국의 마지막 선택이 1년 남은 것이다.
■ 가봉 외교부 장관‧주유엔 대사‧유엔 산림포럼 의장 등 국제기구 중책 경험
신뢰할 수 있는 많은 소식통에 따르면 메소네 박사는 유네스코를 개혁적이고 민첩하며 현대적인 조직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고 한다.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으로서 그는 신뢰를 회복하고 회원국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더욱 힘쓸 수 있는 인물이라 알려졌다. 그는 내부 논쟁을 탈정치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소리도 들린다.
메소네 박사는 국제기구 경험이 많은 아프리카계 유엔통으로 꼽힌다. 베네룩스, ACP/EU, ICC, ICJ 주재 대사(2010), 주뉴욕 유엔 상임대표 대사(2011-2014)로서 가봉을 대표했다. 기후 변화에 관한 당사국 총회 세션에서 가봉의 수석 협상 대표를 지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2011년 6월), 유엔총회 제4위원회(2012년), 제11차 유엔 산림포럼(2014-2015년) 의장을 역임했다.
국제경험만큼 자국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으며 탄탄한 인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메소네 박사는 가봉에서 외교‧지역통합부 차관(2007-2009), 산림‧환경부 장관(2014-2015), 아프리카 환경장관회의 부의장, 외교부 장관(2017-2018), 헌법기관 관계부 장관(2018-2019) 등을 역임했다.
메소네 박사는 이 같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네스코가 다른 유엔 기구들과 긴밀히 협력해 전반적인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메소네 박사가 당선되면 1974년부터 1987년까지 유네스코를 이끌다가 지난달 세상을 떠난 세네갈의 아마두 마타르 엠보우에 이어 유네스코 창립 이래 두 번째로 아프리카 출신이 유네스코를 이끌게 된다.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한국과 가장 가까운 글로벌 리더 중 한명으로서 우리나라 국익 상승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