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유 기자 입력 : 2024.08.13 09:24 ㅣ 수정 : 2024.08.13 12:56
한국증시, 트럼프 재선 시 시장 불안 우려 증권가 "보호무역 강화 전망, 한국 경제 부담" 해리스, 정책 기조 유지…상대적 안정기 기대
[뉴스투데이=김지유 기자]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구축된 미국 대선 정국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권업계는 한국증시에 트럼프보다는 해리스 당선이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 사이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국내증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자국 보호무역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 한국 경제의 수출 부문에 부담을 만들고 증시 변수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이나 다른 국가들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해리스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게 조금 더 증시 불확실성이 완화되므로 호재”라고 평가했다.
앞서 허 연구원은 보고서 통해 트럼프 당선 가능성은 국내증시 방향성과 내부적인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중국은 물론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해서도 보호무역주의를 펴, 당선될 시 관세 인상을 예고한 상태이다.
허 연구원은 “수출의존도 높은 산업에 트럼프가 불확실성을 더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재당선돼 ‘보편적 기본 관세 10% 부과 정책’이 실행될 경우 한국 수출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수출의존도 높은 산업에 타격을 주어 국내증시에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고 보았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 또한 지난달 말 공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책은 한마디로 ‘자국 이익 우선주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평가했다. 이익 수단으로 중국 관세를 15%에서 25% 정도로 올렸고, 법인세는 35%에서 21%로 감세했으며 업종별 차별화가 심화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 재임 시, 경제 및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며 탈세계화를 가속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재선이 모든 종목의 악재인 것은 아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재선 시 각국 방위비 증가, 우크라이나 재건산업, 미국의 조선업 협력, 전력수요 확보에 따른 원전 가동이 새로운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추구하는 보호무역주의는 수출 주도형 경제를 구축한 한국에 부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방산, 건설, 조선, 원전 등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라고 다각적으로 진단했다.
반면 해리스 당선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보다 긍정적이다.
김 연구원은 “해리스가 됐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승계하는 것이기에 지수 측면에서는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해리스가 지난 바이든 정부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국내증시에 상대적인 안정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허 연구원은 “해리스 당선 시 친환경과 재생에너지 분야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 같다”라며 “CS윈드, 풍력이나 반도체 계열을 좋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해리스 당선 시 기존에 투자가 됐었던 칩스법안(미국 반도체 지원법)이라든지 IRA법안(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유지되고, 이런 관련 법안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산업들이 조금 살아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AI 반도체나 아니면 2차 전지 전기차 분야의 투자심리가 현재 굉장히 악화돼있는데 회복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지난달 13일 피격사건 이후 탄탄한 지지층을 얻었다고 평가되던 트럼프에게 해리스가 파죽지세로 그 지지율을 넘어서며 대선 결과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해리스 부통령이 미 대선 핵심 3대 경합 주에서 50%~46%의 지지율을 보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선거가 100일 안으로 다가온 지금, 각 후보가 득세할 때마다 관련주가 급등하고 갑작스러운 미 증시 폭락이 오는 등 시장은 혼돈 속에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의 정책 방향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으므로 관련 산업의 향방에 대해 꾸준히 주목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