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김세용 GH 사장의 10가지 공간복지 디테일, 삼포세대의 충격에서 출발

임은빈 기자 입력 : 2024.10.17 06:48 ㅣ 수정 : 2024.10.17 07:01

김세용 사장 "2015년 뉴욕에 있는 외국대학 강연시절, 외국학생들이 한국의 삼포세대에 대해 말할 때 큰 충격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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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용 GH 사장. [사진=YTN 사이언스 '클래스 온' 캡처]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김세용(59)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은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등을 지낸 도시 및 주택 전문가이다. 그가 최근 언론사 기획 특집에서 '공간복지'라는 개념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내 눈길을 끈다.

 

'공간복지'라고 하면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집을 짓고 경제적 상황이 넉넉지 못한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주택복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김세용 사장의 '공간복지' 개념은 종합적이다. 주거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좀 더 정교한 철학이 담겨져 있다. 

 

김 사장은 지난 4일 YTN 사이언스 '클래스 온'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간복지'를 주제로 20여분 동안 대담을 가졌는데, 그 관점은 다각적이면서 상호연결돼 있다. 

 

■ 공간복지 1=조급증에서 탈피, 목적에 맞는 도면 설계와 주택 공급

 

김 사장은 우선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에 부임했을때 대개 전임 사장들은 행정직, 인문계를 전공하셨던 분들이다. 제가 처음으로 건축가로서 사장이 됐다. '도면 보고 얘기합시다'라고 하니 직원들이 조금 긴장을 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이제는 도시 개발에도 철학과 밑그림이 중요하다"며 "분당은 건설부터 첫 번째 입주까지 3년 반 걸렸다. 설계는 반 년이 채 안걸렸고, 그때에는 굉장히 빠르게 공급하는 게 최고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런 때를 벗어나야 된다. 그래서 내가 하나의 주택을 짓더라도 왜 짓는지 어떤 방법을 써야 되는지 어떤 철학이 있는지 이런 걸 충분히 생각을 한 후에 집을 짓는 시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목적에 맞게 도면을 설계해서 주택을 건설하고 공급하는 게 공간복지의 출발점인 셈이다. 

 

■ 공간복지 2= '장기 거주' 가능한 주택공급 확대

 

김 사장은 "우리나라 주택 정책의 아쉬움은?"이라는 진행자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인에게 집은 굉장히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평균 거주 기간이 2년 남짓 밖에 안된다. 임대주택도 대개 6년, 10년 나눠져 있는데 '임대기간이 끝나면 난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유난히 주택에 대한 소유욕, 내집마련 욕구가 다른 나라보다 조금 강하다. 아직까지는 우리가 정책을 집행하고 주택을 공급함에 있어서 그런 부분들을 놓치고 있을 때가 많다. 우리가 그만큼 주택 공급을 안정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장기 거주가 가능한 주택공급 확대가 한국인의 욕망을 해소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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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용 GH 사장. [사진=YTN 사이언스 '클래스 온' 캡처]

 

■ 공간복지 3= 도시 속 '협소한 삶'과 '지방 소멸'을 동시에 해결하는 거대담론

 

김 사장은 "지금 한국사람들 중에 9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60%가 5층 이상 아파트에 거주한다. 4층 이상의 빌라, 다세대까지 합치면은 80% 이상의 사람들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만족하십니까? 답은 둘다 아마 부정적일 것 같다.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수없이 많은 주택을 만들었고 꽤나 큰 도시를 꾸준히 만들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나 큰 도시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자동차가 대중화되고 지구상에 도시 우리가 요새 말하는 베드타운이 퍼지기 시작한게 딱 100년 정도 밖에 안된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22년 통계를 보면 지구상에 1000만 이상의 도시가 30개를 넘어섰다. 불과 1972년까지 지구상에 100만 이상의 도시가 30개 정도 밖에 안됐다. 아주 단순하게 말씀드리면 도시가 10배 이상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금은 전국민의 6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그리고 8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공동주택으로 집의 형태, 도시의 형태가 완전히 바뀌었다. 단 두 세대 만에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만족하는 도시, 만족하는 주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야 될 것이냐?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공동주택에 바글바글 살아야 될 것이냐? 비슷한 사례가 다른 나라에 있는가? 비교해봐도 유럽에서 가장 수도권 집중이 심한 곳 파리이다. 대략 20% 정도. 일본의 동경은 한 30% 된다. 아메리카 대륙쪽에는 아예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가 없다. 그만큼 수도권 집중이 심한 나라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또 "지방은 어떻습니까? 계속해서 인구소멸, 지방쇠퇴 또는 '지방도시가 20년안에 절반이 사라진다' 이런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인구구조도 바뀌고 고령화도 진행되고 지방은 쇠퇴하고 있고 수도권 집중은 심화되고 그 다음에 국민들의 주거에 대한 불만은 계속해서 높아가고 이걸 어떻게 우리가 해결해야 되느냐 이거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상당히 달라질거라 본다"고 예측했다.

 

김 사장에 따르면, 과도한 도시 집중은 두 가지 폐해를 초래한다. 첫째, 너무 큰 도시의 공동주택에서 '협소한 삶'이 일상화되고 있다. 둘째, 지방소멸을 재촉하고 있다.  도시 속 협소한 삶과 지방 소멸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게 공간복지의 거대담론인 셈이다.  

 

■ 공간 복지 4=김치를 담가먹는 장소인 한국 아파트의 베란다, 공간복지의 디테일

 

김 사장은 이처럼 거대도시 현상의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흥미로운 한국형 아파트의 특징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말씀드리면 1960년대에 아파트가 처음 지어지고 사람들에게 보급될 때 가장 걱정했던거 주부들이 아파트에서 살기 위해서 입주하면서 가장 걱정했던거는 장독대를 어디다 두지 김치는 어디다 묻을까 이런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만 해도 한국 사람들의 생활상이 아파트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타협을 해서 전세계 유례가 없이 베란다에 물이 흐르게 했다. 거기서 김장도 하고 장독대도 놓고 김치도 거기서 담가 먹었다"고 말했다.  한 국가나 민족의 삶의 행태를 반영하는 주거공간 설계도 공간복지의 디테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아파트의 베란다는 그 디테일의 사례이다. 

 

■ 공간 복지 5=공간 양극화 해소...비아파트 지역의 복지시설 대대적 확충

 

김 사장은 "앞으로 우리는 어떤 도시에 살고 싶을지 또 어떤 도시가 우리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도시인지 제가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며 "첫 번째 '공간이 복지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주민들의 60%가 아파트에 살고 있고 40%가 비아파트 지역에 살고 있다. 아파트 지역은 비교적 양호하다. 독서실도 있고 경로당도 있고 그 다음에 보육시설도 비교적 잘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아파트 지역에 가보면 버스타고 경로당에 가야 된다. 보육시설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공간이 더 이상 양극화돼 있지 않게 비아파트 지역에 복지시설을 우리가 차근차근 채워넣어야 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즉 공간이 복지인 시대가 됐다. 이게 주민들이 주택에 대한 도시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는 첫 번째 솔루션이다"고 강조했다.

 

아파트와 비아파트라는 공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아파트 지역의 복지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개념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 공간 복지 6=구 도시 외연을 확대하는 신도시 개발 전략에서 탈피,  '콤팩트 시티'로 전환해야

 

김 사장은 "두 번째 아까 말씀드린대로 우리는 숱하게 많은 베드타운 만들어 왔다. 도시가 조금 살기 힘들다 불편하다 그러면 도시를 재생하는 대신에 도시를 외연을 확대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린벨트 해제하고 외곽에 토지 수용해가지고 도시를 계속해서 크게 만들어왔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고 전세계가 다 그렇다"며 "계속해서 인구는 고령화되고 1인 가구,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방만하게 만들었던 도시를 보다 효율적으로 압축해서 만들어야 된다. '콤팩트시티'라는거 이게 바로 또 하나의 해답이 되겠다"고 했다.

 

또 "분당, 일산 이런 1기 신도시들 그동안 우리에게 도시로서 주거로서 많은 역할을 해왔습니다만은 앞으로는 보다 콤팩트하고 효율적으로 방만하지 않게 만들어야 된다"고 했다. 

 

도시 외연을 확대하는 신도시 개발 전략에서 탈피해 기존 도시 공간의 활용을 효율화하자는 주장이다. 소위 '콤팩트 시티'가 그 해법이다. 왜 '콤팩트 시티'가 현대인에게 공간복지가 되는 것일까.  신도시 개발 전략을 끊없는 도시 팽창을 초래함으로써 시민들이 거리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비극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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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용 GH 사장. [사진=YTN 사이언스 '클래스 온' 캡처]

 

■ 공간 복지 7=직주락학(職住樂學), 콤팩트 시티의 이상적 모델

 

김 사장은 "최근에 만들고 있는 도시에서 제가 강조하고 있는 거는 직주락학이다. 직장, 주거, 여유있게 즐길 곳, 대학이나 이런 공부할 수 있는 곳 지금까지는 이걸 다 따로 따로 만들어 왔다"며 "직장은 직장들끼리 몰려있고 주택은 주택끼리 베드타운에 있고 그러다보닌까 출퇴근 거리만 늘어난 거다. 경기도민들은 무려 1시간 반 이상을 길에서 버린다. 도시가 커졌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피곤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찾게 되고 그 다음에 여러가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서 불만을 느끼는게 당연한 일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또 내가 놀러가고 싶어도 경기도 주민들이 홍대 앞에까지 가는 분들이 많다. 이걸 한꺼번에 몰아가지고 복합화해서 직주락학이라는 개념으로 도시도 만들고 그다음에 대형 산업 단지도 만들고 이런 식으로 개발을 하고 있다. GH도 1기 신도시의 재건축을 어떻게 하면은 보다 효율적이고 콤팩트하게 만들 것인가 이거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과 노는 곳, 공부하는 곳 그리고 주거공간이 근거리에 모여 있는 '직주락하'가 콤팩트 시티의 이상적 모델이라는 게 김 사장의 결론인 셈이다. 

 

■ 공간 복지 8=콤팩트 시티를 건설하는 방법론, 모듈러 공법의 대대적 활용

 

김 사장은 "'공간이 복지다'라는 생각 그 다음에 '도시는 보다 콤팩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이 두 가지를 기조로 해서 도시와 주택을 만들어가도 꽤 많은게 변할 것이다. 그러면 이걸 만드는 과정을 어떻게 하겠느냐 첫 번째 더 이상 도시라는거 주택이라는거 현장에서만 만드는게 아니다. 공장에서 짜오는 주택 이런 것들이 활성화돼야 된다. 이걸 우리가 OSC, Off-Site Construction이라 그러는데 예를 들어서 모듈러 주택 같은게 그런게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OSC를 잘 활용해서 보다 퀄리티 컨트롤이 되는 이러한 주택들 이러한 도시들을 만들어 내야 된다. 그래서 제가 GH에서도 항상 강조합니다만은 '모듈러가 앞으로 미래다' 이런 말들을 계속해서 전파하고 있다"고 했다.  

 

콤팩트 시티를 건설하는 효과적 방법론을 모듈러 공법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공간 복지 9=GH, 뒤 돌아서면 잊는 '빌더'가 아니라 품질을 책임지는 '타운 매니저' 돼야 

 

그는 "또 하나 직원들하고도 항상 논의하면서 이제 여러분들은 빌더가 아니다. 그러면 뭐냐 타운 매니저입니다라고 말을 한다. 그동안 우리는 민간이 됐건 공공이 됐건 도시하고 주택을 만들고 입주시키고 나서 손 털었다. 그 다음은 주민들이 알아서 해야 되는 거다. 이제 그러면 안된다. 도시를 만들고 주택을 만든 다음에 끝까지 이거를 정비하고 유지관리하고 나중에 재생하는 것까지 회사가 책임을 지고 가야되는 그러한 타운매니저로 바뀌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저는 지금 수도권 3기 신도시를 추진하고 있고 그 다음에 1기 신도시로 대표되는 노후핵 도시에 재정비 사업도 시작을 했다. 그리고 아울러서 여러 도시들의 도심 재생을 추진하고 있고 수많은 산업단지들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는 품질이다. 왜 그런 말씀을 드리냐면 공공이 만드는 도시, 공공이 만드는 주택에 대해서 불신이 쌓여있다. 불과 20년전만 해도 공공이 만들어내는 주택을 선호했었다. 민간이 만들어내는 주택보다 더 튼튼하다고 사람들이 좋아했었다. 불과 20년 만에 이게 무너져버린거다. 그래서 열심히 강조를 하고 저 스스로도 항상 품질을 우선으로 하는 그러한 경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GH 같은 공기업이 짓고 나면 잊어버리는 '빌더'가 아니라 품질을 책임지는 '타운 매니저'라는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게 공간복지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 공간 복지 10=모든 공간 복지는 삼포세대를 위한 선물

 

김 사장은 "제가 2015년에 뉴욕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를 1년간 했었다. 그 과정에서 굉장히 저한테는 쇼킹한 일이 하나 있었다"며 "외국대학에서 강의를 하다보닌까 전 세계에 있는 학생들이 다 몰려오는데 이 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한국을 형상화해보라'라는 과제를 내줬다. 나중에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발표하는 거를 보닌까 90% 이상이 삼포에 대한 거를 이야기 하는 거다.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저는 그때 삼포를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굉장히 슬픈 이야기. 학생들한테 이걸 어디서 알았냐고 물어보니 학생들이 자료 소스를 보여주는데 유튜브에 우리 한국 젊은이들이 아주 친절하게 번역해가지고 실어놓은 것이다. '야 이거 안되겠다. 기성세대가 뭔가 해봐야겠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건가' 이런 고민들을 계속하고 해결책을 모색한 게 벌써 딱 10년 전에 일이다"고 했다.

 

그는 "이제 그동안 꾸준하게 공간복지, 콤팩트도시, OSC, 타운 매니저 이런 개념들을 발전을 시키면서 지금도 열심히 집을 만들고 도시를 만들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출퇴근 시간도 줄이고 보다 좋은 환경 속에서 아이 낳고 키우고 싶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라는게 제 믿음이다. 제가 하는 노력이 경기도민, 서울시민, 전국에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김 사장은  '삼포세대'라는 치명적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도시 및 주택 전문가로서 해결책을 모색했던 것 같다. 그 결론이 '공간 복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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