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이어 현대건설까지...글로벌 SMR시장 공략 가속화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건설사들의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너도나도 입찰에 뛰어 들었을 서울 내 알짜 재정비사업에도 건설사들은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며 단독입찰, 유찰과 같은 사태가 1년 내내 반복되는 상황이다.
높아진 공사비를 비롯해 가격 인하를 두고 시멘트 업계와 마찰을 빚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건설업계는 위기탈출을 위한 타계책을 바다 건너에서 찾는 중이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의 영국 법인인 홀텍 브리튼과 함께 영국 원자력청의 주관하는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경쟁 입찰 프로그램에서 최종 후보사 4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고 14일 밝혔다.
2050년까지 영국 내 원자력 발전용량을 24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영국 원자력청은 SMR 배치를 위해 경쟁 입찰을 통한 사업자 선정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원자력청은 올해 말 최종 입찰 후보에 오른 4곳 중 2개사를 선정해 최종 투자를 결정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SMR 글로벌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7월 24일 루마니아 현지에서 미국의 플루어, 뉴스케일, 사전트 앤 룬디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3개사와 루마니아 SMR 사업의 기본설계(FEED∙Front-End Engineering Design)를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SMR사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SMR 개발로 평가받는 뉴스케일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이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기존 도이세슈티 지역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를 462MW 규모의 SMR로 교체한 뒤 상업 운영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유일하게 승인받은 SMR 기술을 보유한 뉴스케일과의 협업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평가받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팀코리아(한수원·한전기술·한국원자력연료·한전KPS·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과 무관치 않다.
이 사업은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에 각 1.2GW(기가와트)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으로 예상 사업비만 약 24조원에 해당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대우건설의 성공에 고무된 건설업계는 해외 원전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원래 원자력 쪽 사업들이 단가가 높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기술력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SMR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가 적지 않다.
최광식 한국수자력연구원 부장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개발현황과 발전방향' 리포트를 통해 "혁신형 SMR에는 기존 대형원전에는 없는 혁신적인 기술들이 많이 채택되어 있는데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과 현재의 인허가 제도는 상충되는 부분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 따라서 2030년대에 혁신형 SMR이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혁신형 SMR에 맞는 새로운 규제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30년대에 본격화될 국내외 SMR 시장에서 혁신형 SMR이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최초호기의 신속한 국내 건설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에 APR1400 원전을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도 있겠지만 국내에 신고리 3,4호기를 건설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원자력발전소를 도입하려는 국가는 건설, 운영이 입증된 발전소를 선호한다"며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정부도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31일 장기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통해 한국형 SMR인 'i-SMR' 기술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이 개발하는 SMR 노형은 모듈당 0.17GW의 용량이며 4개 모듈을 합한 SMR 1기의 용량은 약 0.7GW다. 지난해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3992억원이 투입되며 2028년 표준설계인가 취득 후 2035년까지 모듈 건설 완료를 통해 실증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