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 결국 어닝쇼크…'HBM 등 기술 경쟁력 확보' 과제로 남아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는 2024년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어닝 쇼크(전망치를 밑도는 실적)'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이번 실적 악화의 주된 배경은 반도체 부문 부진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은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을 향해 이례적인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4년 3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79조원과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이다.
매출 74조원과 영업이익 10조4000억원을 기록한 올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6.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84%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7.21%, 영업이익은 274.49%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80조9003억원과 영업이익 10조7717억원이다. 그러나 이날 나온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컨센서스를 밑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와 비교해 줄어든 데에는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범용 D램 시장이 스마트폰 및 PC 수요가 줄어 회복이 더디고 가격과 출하량이 모두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 '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6월 2.1달러 △ 7월 2.1달러 △8월 2.05달러 △9월 1.7달러로 3분기 내내 하락곡선을 그렸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일반적으로 3분기는 스마트폰과 PC 등 주요 IT(정보기술) 기기 신제품 출시와 관련한 완제품(세트) 및 부품 생산이 선행해 직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박강호 연구원은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에 못 미친다면 주요 IT 기기 수요 및 판매가 예상과 달리 부진한 것”이라며 “9월 범용 D램(DDR4 8Gb1Gx8) 고정거래가격이 전월 대비 17.1% 하락한 것은 현재의 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분석했다.
AI(인공지능)가 이끄는 고(高)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HBM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이 50% 수준에 이른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3분기 모바일과 PC 메모리 수요 둔화를 AI 서버 강세에 따른 HBM 수요 확대로 상쇄할 전망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과 PC용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하고 환율 영향,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돼 실적이 주춤하다"며 "그러나 서버 수요 강세로 모바일과 PC 메모리의 단기 수요 둔화가 혼합(Blended) 평균판매단가(ASP)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비트(Bit) 출하량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직전 분기 대비 감소할 전망"이라며 "전방 IT 세트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HBM과 서버용 DDR5 위주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SK하이닉스 실적은 비교적 견조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2022년 27억달러에서 2029년 377억 달러로 연평균 46% 성장이 예상된다.
또한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8%에서 2025년 30%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점을 보여주듯 현재 HBM과 일반 D램의 가격차는 5~7배 수준이다.
이처럼 큰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경쟁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 최대 HBM 공급처인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에 4세대 HBM ‘HBM3'를 납품하기 위한 품질 검증을 통과했지만 5세대 HBM 'HBM3E'는 퀄(품질)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8단 HBM3E를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했고 9월에는 HBM3E 12단 제품 양산을 시작해 올해안에 고객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게다가 향후 HBM 기술격차가 계속 좁혀지고 값싼 제품을 앞세운 중국기업까지 HBM 시장에 뛰어들면 시장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스마트폰과 PC 등 IT 기기 수요가 증가해 기존에 삼성전자가 이끌어온 메모리 부문 실적이 회복하겠지만 AI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HBM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실적 부진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차세대 HBM으로는 각 고객사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HBM이다. 맞춤형 HBM 선점 여부가 경쟁사와 격차 해소와 경쟁력 회복에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자 이례적으로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 이름으로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경영진 역시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우려 여론을 의식한 듯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지난 5월 DS부문 수장을 맡게 된 전영현 부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HBM 기술력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전 부회장은 DS부문 수장이 된 후 7월 메모리사업부 안에 HBM 개발팀을 신설해 조직을 격상시켰다. 그리고 HBM 개발팀에 HBM3와 HBM3E, 차세대 HBM4 기술개발에 집중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 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많은 분들이 삼성의 위기를 말한다.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 처해있는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으로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더 나아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