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올해 ‘통 큰’ 자사주 매입·소각...밸류업 본궤도에 주주환원 힘준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금융지주가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밸류업’에 대한 시장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 확대로 금융권 최초 총주주환원율 40% 달성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장에선 경쟁사 대비 높은 자본적정성 지표가 KB금융의 핵심 무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일 2024년 상반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이사회서 결의한 3200억원에 더해 올해 총 7200억원 규모의 자사주가 매입·소각된다. 이는 지난해(5720억원)와 비교해 1480억원(25.9%) 증가한 수준이다.
KB금융은 현금배당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2021년 1조1450억원에서 2022년 1조1500억원, 2023년 1조1740억원에 이어 올해는 매분기 3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을 현금배당할 계획이다. 주당배당금(DPS)은 올 1분기 784원에서 2분기 791원으로 결정됐다.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DPS의 자연적 우상향을 도모했다는 게 KB금융 설명이다.
시장에선 KB금융이 국내 금융지주 중 최초로 총주주환원율 40%를 돌파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KB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2021년 26.0%, 2022년 26.2%로 오른 뒤 지난해 37.7%를 기록했다. KB금융이 올해 계획한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모두 반영했을 때 총주주환원율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KB금융이 이 같이 공격적으로 주주환원 규모를 늘릴 수 있는 건 경쟁사 대비 양호한 자본적정성 지표를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 6월 말 기준 KB금융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3.59%로 3월 말(13.42%)보다 0.17%포인트(p) 상승했다. 아직 2분기 실적 발표 전인 금융지주들의 CET1 비율은 1분기 기준으로 △신한금융 13.09% △하나금융 12.89% △우리금융 11.95% 수준이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로 나눈 값으로, 위기 상황에서 금융사가 지닌 손실 흡수 능력을 보여준다. 금융사들은 CET1 비율 목표치를 설정하고, 남는 재원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선 제고해야 하는 지표다. 통상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CET1 비율 13% 이상 유지를 목표로 관리하고 있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에 대한 보고서에서 “회사가 목표로 하는 자본비율인 13% 중반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총주주환원율 30% 달성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며 “높은 자본비율을 바탕으로 한 총주주환원율 상향에 따라 큰 폭의 주주환원 확대가 기대된다”고 평가한 바 있다.
KB금융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는 정부가 증시 부활을 위해 추진한 밸류업과 맞물린다. 금융주(株)는 대표적인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국내 금융지주 중에서도 체급이 가장 큰 KB금융은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주주환원 확대 등으로 ‘밸류업 대장주’로 꼽혀왔다.
KB금융 재무 담당 임원은 전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매크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력과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에 기반해 일관되고 차별화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자체 밸류업의 역사를 바탕으로 하반기 예정된 ‘밸류업 공시’를 비롯해 지속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금융은 본격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이행을 위해 4분기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계획이다. 현재 그룹 이사회와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인데, 중장기 주주환원 계획과 자본비율 관리, 자본 활용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