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660)] 줄도산과 실업 우려 커지자 좀비기업 살리기에 적극 나서는 일본 정부
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7.11 23:30 ㅣ 수정 : 2024.07.11 23:30
회사 이익으로 은행이자도 못 내는 기업만 25만 곳에 달해 좀비기업 우려 커져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기시다 총리가 물가인상 억제를 위해 전기와 가스요금 경감을 8월부터 재개하고 유가보조금을 연말하고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이번 달 초 발표했다.
여기에 연금수급 세대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고 농림수산업자와 중소기업에게도 지방교부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는데 이를 두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기시다 총리가 낮은 지지율을 의식하여 좀비기업들에게 산소호흡기를 계속 달아주고 있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이들은 일본 경제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공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서고 있는 것은 맞지만 대규모 경제대책은 아직 시기상조이며 무차별적인 지원금 남발보다는 진짜 사회적 약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구제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이익으로 은행 이자조차 변제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이어지면 일본에서는 이를 좀비기업이라고 부른다.
2022년 기준 일본 내 좀비기업은 무려 25만 곳 이상으로 리먼쇼크의 후폭풍에 시달리던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일본 정부가 무이자, 무담보로 추진한 제로제로 융자 프로그램이 원래라면 도산했어야 할 기업들을 억지로 살려놓은 탓이 크다.
정부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줄도산과 실업을 우려했겠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아닌 일시적 마취와 진통제 처방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은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기술혁신을 실현한 기업 비율이 35%에 그쳐 G7 국가 중 꼴등을 기록했다. 2022년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 역시 OECD 38개국 중 31위로 경제대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낮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가쿠슈인대학의 다키자와 미호(滝澤 美帆) 교수는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의 원활한 퇴출을 장려하는 것이 현 일본의 과제라면서 이러한 기업들을 존속시킴으로써 발생하는 폐해가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무코야마 토시히코(向山 敏彦) 교수 역시 실업을 피하기 위해 기업도산을 막는다는 선택도 있지만 그보다는 혁신을 낳는 시장경쟁 촉진과 노동시장 유동화에 더 중점을 두어야만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 가지 희망적인 요소라면 창업의 바로미터인 신설법인 수가 2023년에 15만 건을 돌파하며 과거 최다를 경신하였다는 점이다. 이와 동시에 이직희망자 역시 과거 최다인 1만 명을 넘어섰는데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일본 경제가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자연도태를 정부가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