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7.05 00:02 ㅣ 수정 : 2024.07.05 00:02
금리인상 전망에 장기채 발행 곤란, 단기채 금리도 5년 새 3배 이상 증가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엔화를 둘러싸고 역대급이라는 말이 반복되는 최근 외환시장에서 7월 1일에는 1달러=161엔 70전마저 돌파하며 1986년 12월 이래 약 38년 만에 엔저기록을 갈아치웠다.
만약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금리인하를 미뤄서 미일 간 금리차가 계속되고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면 올해 말에는 1달러=200엔을 넘보는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추측까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여파로 최근 일본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애를 먹기 시작했다.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인상 방안을 모색하는 와중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회사채 장기보유에 따른 금리변동과 실적악화 리스크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기업 입장에서 회사채는 변제까지 시간여유가 많은 거액의 자금을 비교적 저렴한 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은행 융자기간이 대부분 5년 내외인데 반해 회사채의 경우에는 만기 10년이나 20년을 넘는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그만큼 설비투자와 M&A 등에 충당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회수하기가 용이했다.
하지만 일본 아이엔 정보센터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올해 1~6월 사이 회사채 발행액은 총 7조 3000억 엔을 기록하여 상반기 기준으로는 과거 최고액을 경신했지만 이 중 만기 10년 이상 회사채 비율은 20%로 2016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총액만 놓고 보면 회사채시장이 활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투자자 수요는 10년 미만 단기 회사채에 집중되었다는 의미다.
한 예로 올해 5월 소프트뱅크는 7년채와 10년채, 15년채를 발행하려던 당초 계획을 수정하여 3년채와 5년채만 발행했고 셀프계산대 화폐처리기를 생산하는 글로리(グローリー)도 10년채 발행에 투자자 수요가 모이지 않아 당초 예정했던 100억 엔에 한참 부족한 42억 엔만 조달하였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이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던 2016년만 하더라도 회사채시장에서는 발행액 증가와 상한기간 장기화가 당연시되었다. 2019년에는 부동산 대기업 미쓰비시 지쇼(三菱地所)가 무려 50년채를 처음으로 발행하기도 하였는데 당시에는 일본 물가와 금리가 향후에도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장기채뿐만 아니라 단기채도 가파른 금리인상을 겪고 있다. 올해 3월 소니그룹은 이율 1%의 10년채를 발행했는데 5년 전에 같은 10년채 금리를 0.3%로 발행했던 것에 비해 3배 이상의 이자를 부담한 셈이다.
한편 일본은행은 이번 달에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국채매입 감액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동시에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채금리 뿐만 아니라 회사채 금리도 더욱 상승압력을 받으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