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다이어트 중...인력·점포 줄여 생산성 높인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이 디지털 전환에 따른 영업 환경 변화와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조직 규모를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임직원은 1년 만에 1000명 이상 줄었고, 대면 영업 점포 역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고정비 절감을 통한 생산성 극대화 전략에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다.
18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경영 현황 보고서를 종합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임직원 수는 총 6만5038명으로 전년(6만6119명) 대비 1081명 감소했다. 2021년 말(6만7622명)과 비교하면 2584명 줄어든 수준이다.
은행별 임직원 수를 보면 지난해 국민은행은 1만4405명으로 전년 대비 624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233명 줄어든 1만3117명, 하나은행은 122명 감소한 1만1098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해 우리은행(1만3227명)과 농협은행(1만3526명)도 전년 대비 각각 86명, 16명의 임직원을 줄였다.
은행권은 대면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영업 점포도 줄여나가고 있다. 국민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2022년 12월 말 854개에서 지난해 12월 말 795개로 59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은 1106개에서 1101개로 5개, 우리은행은 713개에서 711개로 2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의 임직원·점포 축소가 시작된 건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한 시점과 맞물린다. 그동안 대면 점포 중심으로 이뤄진 영업 환경이 모바일·인터넷 뱅킹 등 비(非)대면 쪽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인력 및 인프라에 대한 재배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은행이 올 1분기 취급한 신용대출과 정기예금 중 비대면 비중은 각각 83.9%, 87.6%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은 신용대출 중 95.5%가 디지털 채널에서 이뤄졌다. 담보대출 역시 디지털 비중이 75.0%에 달했다.
특히 은행들의 이 같은 행보는 영업 효율성 제고로 직결됐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직원 1인당 충당금 적립 전 이익(충전이익)은 평균 3억3400만원으로 전년(2억9160만원)보다 14.5%(4240만원) 증가했다. 충전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등 영업이익에서 판매관리비를 뺀 금액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은행권의 수익성이 견조한 가운데 임직원·점포 감축으로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가 절감되면서 생산성이 올라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면 점포 없이 시중은행 대비 적은 인력으로 영업하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지난해 직원 1인당 충전이익 평균은 6억933만원에 달한다.
다만 최근 은행들의 적극적인 희망퇴직 단행 등으로 줄어든 임직원 수가 신규 채용으로 다시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5대 시중은행이 예정한 올 상반기 신규 채용 인원은 총 106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규모가 줄긴 했지만 1000명대 채용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점포 감축 역시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저하 문제가 떠오르면서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사전영향 평가와 대체점포 마련 등을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내점 고객이 급격히 빠지지 않는 이상 은행 마음대로 점포를 닫는 데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은행의 영업점 수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데 절대 인구수가 감소한 탓도 있지만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업무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은행의 지점 수가 자산과 자본에 비례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은행 영업점이 가지는 공공재적 성격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