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6.04 08:23 ㅣ 수정 : 2024.06.04 08:23
5대 시중은행 이자-수수료 이익 불균형 여전 수익원 다변화 요구에도 비이자 증대는 난항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5대 시중은행의 이자 이익이 최근 2년 새 30% 가까이 늘어났지만 수수료 이익은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환경 변화로 줄어들고 있는 수수료 수익 창구를 다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를 종합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수수료 이익 합계는 총 3조55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3조4754억원)보다 2.3% 늘었지만 2021년(3조5731억원)과 비교하면 0.5% 줄어든 규모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2021년 8714억원에서 2022년 8867억원, 2023년 9303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수수료 이익은 6585억원으로 2021년(5700억원)과 비교해 12.0% 늘었다. 농협은행은 2021년 6159억원이던 수수료 이익이 2022년 5941억원까지 줄어든 뒤 지난해 6247억원으로 증가 전환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감소세를 보였다. 신한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2021년 7353억원을 기록했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6854억원, 6533억원에 머물렀다. 우리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2021년 7805억원, 2022년 7351억원, 2023년 687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대비 지난해 수수료 이익 감소율은 신한은행이 11.1%, 우리은행이 11.9%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이자 부문에서 얻은 이익 합계는 총 38조4828억원으로 전년(36조3467억원) 대비 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29조8433억원)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28.9%에 달한다. 2021년부터 8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은행들의 이자 이익도 큰 폭 증가한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이 이자 이익 중심의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수료 이익이 둔화하고 있는 건 해결 과제로 꼽힌다. 금융당국 등에서 은행권에 이자 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8~2022년 국내 은행의 비(非)이자 이익 비중 평균은 12.0%로 미국 은행(30.1%)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이자 비중 확대를 위해선 핵심축인 수수료 이익을 키워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적인 평가다.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이나 상생금융 확대로 각종 금융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5대 시중은행의 송금 수수료 수익은 2021년 1198억원에서 지난해 855억원으로 28.6%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미국은 계좌 관리에 대한 수수료도 고객에 부과하고 금융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철저히 받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은행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며 “정서상이나 관행상으로 이미 받고 있는 수수료도 줄여나가는 상황에 안 받던 수수료를 받겠다고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숙원인 ‘투자일임업’ 진출 허용은 최근 발생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또 비금융 사업 진출을 통한 사업·수익 다각화의 전제조건인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분리) 규제 완화 여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일단 은행권은 전문성 강화를 통한 자산관리(WM) 시장 공략 등으로 비이자 이익 확대 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윤재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해외에서는 기존에 부과하지 않던 예금잔액, 등급 유지, 창구 단순 업무, ATM 관련 수수료 신설 및 인상이 늘어나고 있으며, 디지털 은행의 수수료 신설도 확대되고 있다"며 "수수료 수익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보다는 국민적 편의를 제공하고 효용을 높여주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를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