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두 아들 ‘디지털 경영’ 전면 배치…승계 본격화
신창재 장남 신중하, 그룹데이터 TF장 발탁되며 역할 확대
차남 신중현, 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실 신설되며 실장으로
교보생명, '디지털 전환' 강조…'지주전환' 앞두고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 전략
업계 "디지털 부문 역할 중요해진 만큼 경영승계 염두한 인사로 볼 수 있어"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디지털 전환'을 강조해 온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두 아들 신중하‧중현씨에게 디지털전략을 맡기면서 3세 경영승계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의 장남 신중하씨는 지난달 교보생명 그룹경영전략담당 겸 그룹데이터TF장에 발탁됐다. 신 TF장은 2022년 그룹데이터팀장으로 발령된 지 2년 만에 TF장에 올랐다. 기존 그룹데이터팀장에서 역할과 권한이 확대된 것이다.
신 회장의 차남 신중현씨는 지난달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팀장에서 디지털전략실장으로 선임됐다. 신 실장 선임은 기존 1실 2담당 조직 체제가 3담당 2실 체제로 개편되면서 디지털전략실이 신설됨에 따라 이뤄졌다.
교보라이프플래닛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디지털전략실을 신설했다"면서 "디지털전략실은 각종 사업 전략 수립과 데이터 분석, 서비스 고도화, 신규 서비스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강조해온 바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는 '개방형 혁신'이 중요하다"면서 "사내에 혁신 문화가 충분히 활성화돼 있지 않으면 수년간 구축해 온 디지털 인프라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복합 불확실성 환경에 대비하며 디지털 시대 성장 동력을 가시화하자'를 경영방침으로 내걸기도 했다. 2022년에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다양한 세대의 기호 변화를 반영한 보험상품과 비보험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모든 비즈니스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디지털 채널 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고객이 감성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고객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의 두 아들이 모두 디지털 전략 부문의 중책을 맡게 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승계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내 보험업계에서 오너 경영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대형보험사는 교보생명 외에 한화생명과 현대해상이 있다.
한화생명의 경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서 성과를 내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 정경선 전무가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를 맡아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과 현대해상의 오너 3세들이 임원으로 선임되며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에 비해 교보생명의 경우 경영승계 과정이 더딘 상황이다. 때문에 신 회장의 두 아들이 중책을 맡은 것이 승계 과정을 서두르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디지털 부문의 수장으로 임명한 만큼 사내 영향력과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그간 신 회장이 강조해 온 '디지털 전환'이 자회사 간 시너지 극대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신 TF장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고 중요해진 만큼 경영승계를 염두에 둔 인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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