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가(家) 2대 별이 저물었다. 효성그룹 2대 회장인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지난달 29일 숙환으로 영면했다. 향년 89세. 조 명예회장은 창업주인 아버지 故(고) 조홍제 회장을 이어 그룹을 35년간 이끌며 섬유, 첨단소재, 중공업, 화학, 무역, 금융정보화기기 등 사업부문에서 효성을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키운 기업인이다. 뉴스투데이는 효성, 더 나아가 한국 산업화 일등공신인 조 명예회장 업적과 그가 떠난 후 남겨진 효성家 지분 상속 이슈와 계열분리 등 후속 절차를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를 두 차례 나눠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국내 화학·섬유공업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지난달 29일 별세한 후 이달 2일 서울 마포구 효성 마포본사에서 열린 영결식을 끝으로 하늘의 별이 됐다. 

 

효성그룹은 물론 한국 산업 발전을 위해 중추적 역할을 맡아 ‘민간 외교관’으로 맹활약한 고(故)조석래 명예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재계는 애도의 뜻을 전했다. 

 

재계는 조 명예회장이 떠난 후 그가 남긴 지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 명예회장 슬하에는 장남 조현준 회장,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있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 가치는 7000억원이 넘고 그의 타계에 따른 상속세는 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 명예회장의 보유지분과 상속세가 이들 3형제 가운데 누구에게 갈 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이 가진 효성그룹 관련 주식은 ㈜효성 213만5823주로 지분율 10.14%다. 계열사 지분은 △효성티앤씨 39만3391주·지분율 9.09% △효성화학 23만8707주·지분율 6.16% △효성중공업 98만3730주·지분율 10.55% △효성첨단소재 46만2229주·지분율 10.32% 등이다.

 

이를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조 명예회장이 지닌 ㈜효성과 효성티앤씨 지분은 각각 약 1300억원 △효성중공업 약 2800억원 △효성첨단소재 1580억원 △ 효성화학 150억원 수준이다. 총 72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재계는 다양한 상속 시나리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물론 핵심은 조 명예회장의 유언 여부다. 

 

조 명예회장이 별도의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면 그의 재산은 법정 상속분을 토대로 나눠진다. 이에 따라 △조 명예회장 부인 송광자씨가 3.38%  △조현준·조현문·조현상 3형제가 각각 2.25%씩 나눠 갖는다.

 

이럴 경우 상속 문제를 놓고 유가족이 분쟁을 벌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 명예회장이 상속과 관련해 별도의 유언을 남겼을 수도 있다. 

 

이때 대표적인 시나리오는 장남 조현준 회장에게 상속분을 몰아주거나 형제경영 중인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에게 나눠 분할하는 두가지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우선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조현준 회장에게 모든 지분이 상속된다고 가정해 보자. 조현준 회장의 ㈜효성 지분은 21.94%로 조 명예회장 지분 10.14%가 더해지면 32.08%로 늘어난다.

 

조현준 회장은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형제경영 중인 조현상 부회장이 상속을 균등하게 분할하자는 요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효성그룹이 오는 7월 2개 지주회사로 재편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효성그룹은 '책임경영'과 '그룹 경쟁력 강화'를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2개 지주사로 재편되는 등 그룹이 계열분리를 통해 재편되는 것은 혹시 모를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조 명예회장이 지분을 특정인에게 몰아주기 보다는 균등하게 배분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다만 변수는 차남 조현문 전(前) 부사장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가족과 왕래를 끊고 지낸 지 오래된 만큼 상속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 조현준 회장과 주요 임원을 상대로 횡령·배임 의혹 등을 제기해 이른바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그 이후 조 전 부사장은 그룹 내 지분을 모두 정리하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 사건으로 조 전 부사장은 가족과 등을 돌린 채 지내왔다. 그가 조 명예회장 유족 명단에서 제외됐고 발인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점을 보면 그만큼 갈등의 골이 깊다는 얘기다. 

 

만일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자신의 몫을 요구해 유족이 상속재산을 분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제2 형제의 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분 분할과 함께 상속세도 주목을 받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 비상장 계열사 지분까지 모두 고려했을 때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최소 4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이 막대한 금액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향후 지분 매각, 주식담보대출, 주식의 공익재단 기부 등 다양한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실제 국내 주요 그룹사 오너 일가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채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기자가 효성그룹에 문의를 하니 조 명예회장 지분 상속 문제와 관련한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한편 효성은 조 명예회장 타계로 완전한 3세 경영을 준비 중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동안 효성그룹을 함께 이끌어온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형제가 독립 경영 절차를 본격화하면서 효성은 대전환기를 맞았다. 아버지 조 명예회장이 그동안 일궈온 효성을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킬 두 사람 각자의 경영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그룹이 오는 7월 계열 분리 수순을 밟으면 조현준 회장은 ㈜효성을 중심으로 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ITX 등을 이끌며 섬유와 중공업, 건설 사업을 펼친다. 조 명예회장이 키운 전통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조현준 회장은 기술을 중시한 아버지 뜻을 이어 ‘원천 소재 경쟁력이 곧 혁신 제품과 회사 경쟁력 창출’을 중요한 경영철학으로 삼고 전통 산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친환경 전략을 함께 추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효성홀딩스USA·효성토요타 등 6개 회사가 존속된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이끌어나간다.

 

조 부회장이 맡게 되는 계열사 가운데 핵심은 효성첨단소재다. 

 

조 부회장은 2000년 효성그룹에 입사해 효성첨단소재 전신인 산업자재PG장, 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 이후 그는 2022년부터 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를 맡아 탄소섬유, 아라미드 등 미래 신소재를 통해 효성첨단소재를 키운 주인공이다.

 

새롭게 설립되는 효성신설지주는 효성첨단소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데이터 솔루션 등에서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미래 사업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 부회장은 지난 2월 서울상공회의소 정기의원총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추후 신설 지주회사 사업 계획을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부회장이 조만간 구체적인 지주회사 방안과 향후 전략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조 명예회장 지분이 공평하게 분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다만 계열분리와 상속세 문제가 함께 얽혀 있어 조 명예회장이 어떤 내용의 유언을 남겼더라도 단기간에 마무리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계열분리를 통해 독립경영을 하게 된 두 형제가 앞으로 어떻게 각자만의 효성을 만들어 갈지도 중요하다”며 “계열분리 전후로 여러 개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조 부회장이 이끌 새로운 신설지주가 추구하는 미래 전략과 청사진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