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4.17 05:00 ㅣ 수정 : 2024.04.17 05:00
美정부의 삼성전자 반도체 보조금 9조원대...역대 3번째 규모 삼성전자 美 테일러市 투자금액 55조원대로 대폭 늘어날 듯 첨단 패키징 공장 세워 HBM·2.5D패키징 등 차세대 '먹거리' 생산 미국 반도체시장 공략·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제 강화 포석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60억달러가 넘는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라는 지난달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사실로 드러났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자국에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에 최대 64억달러(8조9216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보조금은 역대 3번째 규모다. 특히 이 금액은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가 받는 지원금(66억달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동안 설(說)만 무성했던 보조금 지원 규모가 구체적으로 밝혀지면서 삼성전자의 향후 투자 방향과 경제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삼성전자, 테일러시(市)에 파운드리 설립…美 보조금 9조원대 투입
삼성전자는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시(市)에 파운드리 설립 계획을 2021년 11월 발표한 후 이를 추진 중이다.
데일러시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되며 5G(5세대 이동통신), 클라우드 기반의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고성능 컴퓨팅),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당시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달러(약 23조7065억원)로 알려졌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금액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2022년 8월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른바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제정했다. 지원 대상인 삼성전자도 지원에 참여했다.
업계는 애초 삼성전자 보조금을 20억~30억달러(약 2조6690억~4조35억원)로 전망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400억달러(약 53조3800억원)를 투입해 반도체공장을 설립 중인 대만 TSMC 보조금이 66억달러(약 9조2037억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15일 삼성전자에 보조금 64억달러(약 8조9216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상 금액의 2~3배 수준이다.
이에 화답하듯 삼성전자의 미국내 예상 투자 금액도 기존 170억달러에서 400억달러(약 55조원) 이상으로 대폭 늘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시 신규 라인을 통해 미국 반도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를 강화하며 고객사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해 신규 고객사를 대거 확보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미국 정부도 삼성전자 투자로 얻을 게 많다.
반도체 공장 건설에 따른 1만7000여개 일자리 창출과 반도체 생산인력 4500여명 고용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비중을 높여 중국과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첨단 패키징 공장 설립도 추진…메모리·비(非)메모리 시너지로 TSMC 추격
삼성전자가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배 이상 늘린 것은 테일러시 공장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핵심 거점으로 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내 입지 강화에 대한 삼성전자의 의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강자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D램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45.7%으로 △SK하이닉스(31.7%) △미국 마이크론(19.1%)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와 달리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의 오랜 숙원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은 11.3%로 파악됐다. 1위 TSMC은 61.2%로 삼성전자와 49.9% 포인트라는 큰 격차를 나타냈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약 24%, 비(非)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약 76%로 3배 가량 차이가 난다.
또한 비메모리 반도체는 수요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기 때문에 경기 영향을 받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가격변동이 크지 않고 그만큼 부가가치가 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2023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예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모리 제품 매출은 37% 하락했지만 비메모리 매출은 3%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와 같은 반도체 불황기에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일궈냈어야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전체 반도체 사업 매출의 70%를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해 업황 부진에 따른 대규모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우위를 유지하려면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역시 이를 위한 발판이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이번 추가 투자는 첨단 패키징 공장과 함께 연구개발(R&D)시설 신축에 활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첨단 패키징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등 이종 반도체를 결합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유형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특히 최근 떠오르는 AI 반도체 분야의 핵심 기술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첨단 패키징 공장에서 HBM(고(高)대역폭메모리), 2.5D 패키징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2.5D 패키징은 로직칩(논리적인 연산을 수행하는 반도체칩)과 4개 HBM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공정기술이다.
미국에는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퀄컴 등 칩메이커 기업들이 대거 포진돼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투자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와 패키징 설비를 구축하면 이들을 고객사로 확보해 제품을 수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TSMC나 인텔 등 주요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이 모두 보조금을 받고 미국 내 생산 기지를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파운드리 격전지가 될 미국에서 삼성전자는 TSMC와 격차를 줄이고 파운드리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지상과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특히 첨단 패키징 시설 설립이 주목된다”며 “TSMC는 오로지 파운드리 사업만을 펼쳐왔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시너지를 통해 TSMC를 추격하고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까지 거머쥘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