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경제정책 이끌 기본원칙과 실용적 준칙은? (3)
한 국가가 얼마나 적합한 경제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했는가에 따라 경제의 성쇠가 결정된다는 것은 역사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간혹 경제정책의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정책의 효율성과 효과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정책당국이 경제정책을 기획하고 수립할 때 원칙이 불명확한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 본연의 정체성인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고, 경제 재도약을 위해 경제정책의 원칙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경제정책의 원칙은 경제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있어서 관제탑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3대 원칙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8개 준칙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범식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지난 편에 경제정책의 3대 원칙을 바탕으로 한 8개의 실용적인 준칙 중 2개를 소개했었다. 이번 편에서는 계속해서 3개 준칙을 살펴보겠다.
• 준칙③ 가격 문제가 발생하면, 수요억제보다 공급 확대로 대응한다.
한국경제는 가격 문제가 발생할 때 종종 수요억제 위주의 정책을 구사했다. 과거 원유가격이 급등했을 때 유류세 인상,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휴무일 지정 등 석유 수요를 강제로 억제한 적도 있었다.
제1차 오일쇼크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국민생활 안정을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1974년 1월 14일)를 발효하여 휘발유세를 인상하고, 생필품 가격의 인상을 억제했다.
또한, 부동산가격 급등에 대한 대책도 주로 수요억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2005년에 발표된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비롯한 일련의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는 수요억제를 위해 종부세 적용대상의 확대, 양도세 실과세, 기반시설 부담금제 도입 등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가격급등과 관련한 가장 효율적인 대응은 수요억제가 아니라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가 더 바람직하다. 가격 문제에 대한 수요억제 위주의 대책은 임시 미봉책으로 오히려 시장의 자원배분을 왜곡시킬 수 있다.
가격 규제는 재화나 서비스의 투자수익률을 하락시키면서 투자위축과 공급축소를 초래하고, 이는 결국 재화나 서비스의 질 저하로 귀결된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급등과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시장 여건에 맞게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스웨덴의 경제학자 아사르 린드벡(Assar Lindbeck)은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폭격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 효과적인 방법은 임대료(주택가격)를 규제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가격 규제의 위험성을 경고한 적이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Nicholas Gregory Mankiw)도 경제학 교과서인 ‘경제학의 원리(Principles of Economics)’에서 가격통제가 오히려 돕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
• 준칙④ 기업과 노동이 충돌하면 기업활동에 우선순위를 둔다.
사회가 지속성을 지니고 존재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개별이익(narrow interest)보다 공동체 이익(encompassing interest)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규율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회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 중 하나가 노사갈등이다.
노동과 자본의 속성상 타협보다는 대립과 갈등이 본질적이고 필연적이다. 노동자는 본질적으로 덜 일하고 더 받기를 원한다. 반대로 자본가는 속성상 돈을 덜 주고 일은 더 시키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사갈등을 방치하거나 노동에 대한 배려에만 치중할 경우 국가 경제발전은 저해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 나라의 성장 가능성과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이윤 창출 기회가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글로벌 시대의 경제정책은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되, 상생 경영을 위한 노사 간 신뢰 구축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과 노동자, 정부가 사회적 협의를 바탕으로 노사가 화합하고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준칙⑤ 특정 목적을 위해 개인의 사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개인이 소유한 재산의 사용권, 처분권, 수익권 등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재화나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가능해진다. 개인의 사유권을 침해하거나 인정하지 않을 경우, 자신의 부를 창출할 인센티브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
정부와 사회가 개인의 재산을 보호해주고 정당하게 재산을 축적하는 것을 장려하고 인정해줄수록 사람들은 부를 형성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향상시키고 더 열심히 일할 동기를 가지게 된다.
또한, 사유재산의 보호와 강화는 재화나 서비스의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혁신을 배가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사유재산의 소유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재산이나 그 재산을 이용한 서비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을수록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안다. 이러한 이유로 사유재산의 소유자들은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된다.
또한, 사유재산제도 속에서 희소성이 커진 자원은 가격이 오르고 그 결과, 그 자원의 이용을 줄이거나 대체품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혁신도 발생하게 된다.
다음 편에서는 8개의 실용적인 준칙 중 나머지 3개 준칙을 소개하겠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