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최근 카드업계가 급증하는 해외여행 수요에 맞춰 해외여행 관련 혜택을 강화하는 동시에 연회비가 비싼 프리미엄 상품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전반적으로 축소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가 겹치면서 국내 소비가 축소되는 가운데서도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는 꾸준히 증가했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객 수는 2271만5841명으로 전년 655만4031명에 비해 246.6%나 폭증했다.
해외소비가 늘어나면서 카드업계는 해외결제 수요에 맞춘 상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해외결제액을 할인해주거나 환전 수수료율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경쟁적으로 제공하며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또 카드사들은 연회비가 비싼 프리미엄 상품을 강화하며 상품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프리미엄 카드는 연회비가 일반카드에 비해 높은 대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일반 카드의 연회비가 1~2만원인 것에 비해 프리미엄 카드는 수십만원에 달한다.
카드업계가 이처럼 해외여행 관련 서비스와 프리미엄 카드 출시 경쟁에 나서는 것은 조달금리 상승과 연체율 상승에 기인한다. 조달비용이 늘어나고 카드값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또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프리미엄 카드는 연회비가 비쌀 뿐 아니라 사용금액이 큰 고객이 사용하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매출을 높이기 좋은 전략이다. 또 해외여행의 경우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고객을 확보하기에 좋은 수단이다.
문제는 카드사의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혜자 카드’로 불리며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상품을 단종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가장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무이자 할부 기간 축소다. 카드사들은 6~12개월까지 제공하던 고객에게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기간을 2~3개월까지 축소했다.
지난달에는 물가상승률이 3%를 넘어서는 등 소비여력이 크게 감소하면서 신용판매 매출을 올리기 어려워졌다. 카드사들은 조달비용 부담에 수익까지 감소하면서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할 여력이 줄어들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돈이 몰리는 곳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과 연체율 상승 등 수익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연체 가능성이 낮고 소비여력이 큰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카드를 늘리는 것은 카드사의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만 혜택을 마구잡이로 줄이면 장기적으로 카드사에 독이 될 수 있다. 혜택을 보고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 입장에서는 혜택을 ‘줬다 뺏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카드 연회비를 낼 수 없고 해외여행을 갈 형편이 되지 않는 고객은 카드사를 통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카드사 혜택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이뤄지는 것이다.
카드사는 VIP 고객뿐 아니라 서민금융과도 밀접한 대표적인 소비자금융이다. 프리미엄 카드 상품을 강화하는 만큼 고물가 시기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한 상품을 함께 내놓는 등 다양한 고객군을 위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