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약진에 손보업계 '지각변동'…예실차 논란 해소 과제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해 당기순이익 규모 기준 손보업계 2위에 오르면서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별도기준 1조57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1조2582억원에 비해 25.2% 증가한 규모다. 4분기만 놓고 보면 순이익 규모는 2787억원으로 손보업계 1위다.
손보업계는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4개사가 '빅4'로 불리며 업계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메리츠화재가 2019년부터 급격히 성장하면서 판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DB손보의 순이익은 1조5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1% 감소하며 메리츠화재와 순위가 역전됐다. 삼성화재는 전년 대비 19.2% 증가한 1조818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역대 최대의 실적을 올린 배경으로 우량계약 중심의 질적 성장과 효율적 비용 관리 등 보험 본업 경쟁력 제고를 꼽았다.
메리츠화재에 당기순익 규모에서 밀린 DB손보는 순익 감소 배경으로 해외 지점을 운영 중인 괌‧하와이의 자연재해 사고에 따른 일회성 요인과 장기보험손익 하락 등을 지목했다.
DB손보의 순익 감소가 일회성 요인에 기인한 만큼 메리츠화재가 2위 자리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메리츠화재의 계약서비스마진(CSM) 잔액 규모 증가가 적기 때문이다.
CSM이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에서 미래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실현 이익의 현재 가치를 말한다. CSM은 일단 부채로 인식된 뒤 매년 상각해 수익으로 인식된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리츠화재의 경우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금융감독원 가이드라인을 소급적용해 2023년초 CSM이 연초 제시했던 것보다 4000억원 감소했다"면서 "사실상 CSM의 순증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실적이 급증하면서 '예실차 논란'을 겪기도 했다. 예실차란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금에서 실제 지급한 보험금을 제외한 금액을 의미한다. 예상보다 보험금이 적게 지급되면 그 차액만큼 수익으로 인식된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예실차는 2689억원으로 순익의 17.07%를 차지한다. 금융당국은 예실차가 당기순익 대비 5%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CSM을 보수적으로 산출해 이익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있으나 오차에 해당하는 예실차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CSM 상각이익과 동렬에 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예실차 위주로 끌어가는 실적에 대해 높게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가 큰 점도 우려요인으로 지목된다. 메리츠화재의 부동산 PF 비중은 20% 이상이다. 다만 메리츠화재는 부동산 PF를 모두 선순위로 보유하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부동산 PF는 모두 선순위로 사업이 좌초된다고 해도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회수 시점이 늦어진다고 해도 손해를 볼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예실차 논란에 내해서는 "IFRS17에서는 가정을 보수적으로 하면 예실차가 늘어나도록 연동돼 있다"면서 "IFRS17이 자리를 잡아가면 점차 적절한 범위를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