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색칠하기에 속수무책인 햄버거와 커피, 맥도날드 스타벅스 동병상련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해가 지지 않는다는 패스트푸드 제국 맥도날드가 4년만에 분기 매출 부진을 기록했다. 다행히 가격인상과 원자재 비용감소 덕분에 4분기 전체 순이익은 증가했지만 매출증가율이 시장기대치에 못 미친 것은 투자자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중동, 중국, 인도를 포함한 사업 부문의 매출 성장률 부진으로 인해 거의 4년 만에 처음으로 작년 4분기 매출 부진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맥도날드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개장초 전장보다 4.26% 하락한 284.38달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개장전 거래에서 약 2% 하락했는데, 장이 열리자 낙폭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맥도날드의 4분기 매출 부진은 친이스라엘 기업이라는 낙인과 함께 중동에서 항의와 불매운동의 타깃이 된 것이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이 회사의 국제 개발 라이선스 시장 부문의 매출은 작년 4분기 0.7% 증가에 그쳤다. 이는 예상치인 5.5% 성장률과는 큰 괴리를 보이고 있는 수치다. 국제 개발 라이선스 시장은 맥도날드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는 특히 중동지역 매장에서 매출 타격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중동국가들은 친이스라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패스트푸드 기업들을 타깃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맥도날드와 KFC가 대표적인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매출에도 타격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맥도날드는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글로벌기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많은 중동국가 사람들은 맥도날드가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정치색과 관련한 오해는 앞서 이스라엘 맥도날드가 작년 10월 옛 트위터인 엑스(X)를 통해 “보안 인력과 지역 병원에 10만개의 음식을 기부했으며 구조 지원 및 보안 인력에 50% 할인을 제공한다”고 밝힌 것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메시지가 알려지자 아랍국가들 중에서도 쿠웨이트, 모로코, 요르단, 이집트 등에서 불매 운동이 빠르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집트 맥도날드는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작년 10월과 11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최대 70% 가량 급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집트 맥도날드는 불매운동과 관련하여 성명을 통해 이·하마스 전쟁에서 자사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며, 현지 브랜드 소유권은 전적으로 이집트가 갖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가자지구에 2000만 이집트파운드 규모의 원조를 약속하는 등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스타벅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타벅스는 지난주 중동 지역 매장의 매출과 트래픽에 타격을 입었다. 스타벅스는 작년 11월 팔레스타인 지지 게시물을 올린 직원 노조를 고소한 것이 친이스라엘 기업임을 드러내는 단초라며 불매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스타벅스는 성명을 통해 “스타벅스는 비정치적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스라엘 정부가 군대를 지원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이구동성으로 정치와 무관하다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들이 친이스라엘 기업이라는 소문은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무슬림 국가로 꼽히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최근 맥도날드 방문객이 20% 가량 줄어들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말레이상 맥도날드 운영업체는 불매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단체를 상대로 16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는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도 매출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사정이 안좋아지자, 중국인들이 외식 등 소비를 줄인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상황이 악화되자, 중국 맥도날드는 30위안, 40위안 하던 특정제품을 10위안(약 1800원)에 파격적으로 할인하는 행사를 벌였다. 워낙 할인폭이 크자 해당제품의 주문이 쇄도해 한때 온라인 주문시스템이 다운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