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원 시대, '제약업 사회적 소명' 눈감아…계열사 사적 이용 비판도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최성원 광동제약 회장은 가업인 제약업을 승계했지만 전문의약품과 신약개발이라는 제약업체의 사회적 소명은 소홀히 한 채 식음료(F&B) 사업으로 사세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너가 2·3세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정 여론이 많지만, 제약업계에서 가업승계는 난치·희귀병 치료제 등을 공급한다는 긍정의 측면이 부각되면서 '면죄부'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쌍화탕·청심환 등 천연물 의약품과 전문의약품 위주로 광동제약을 발전시킨 부친 고(故) 최수부 회장과 최 회장은 '다른 길', 광동제약이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최 회장은 제약업을 계승발전 시켜야 하는 '사회적 책임'과 사세 확장의 기로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제약업계에서 수십년 잔뼈가 굵은 최 회장이 고심끝에 선택한 결정이긴 하지만 제약업계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 회장의 '뚝심 경영'에도 오너 2·3세의 경영권 승계에서 종종 보이는 역기능을 광동제약도 피해가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 1%대 연구개발비...신약 개발 의지 실종?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연구개발(R&D)에 약 130억 원을 투입했다. 매출액의 1.6% 규모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국내 제약업계 '빅4'(유한·종근당·한미·대웅)와 견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빅4'의 R&D 비용은 1500억 원 수준으로 매출액의 10% 이상에 육박한다. 광동제약의 연구개발비는 이들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지난 2022년 광동제약 연구개발비 중 96억 원은 임금 등이 포함된 판매관리비로 분류돼 있다. 제조경비가 41억 원이다. 연구개발본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형의 구조를 갖고 있다.
연구개발 실적도 저조하다.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이 하나도 없고 라이선스 인(기술수입)만 두 건 있었다.
지난해에는 연구개발 실적이 늘어나 전문의약품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으나 다른 제약사에 비해 뒤떨어진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광동제약의 라이선스 인은 5개로 늘었다. 외국에서 전문의약품 5개를 국내 판매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략 신약 개발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개량 신약을 2010년 개발 완료됐지만 판매 중단됐으며 합성의약품 'KDBON-302'(2016년 개발 완료)만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치매치료제 'KD501'은 개발 보류됐고 비만 치료제 'KD101'과 여성성욕저하장애 치료제 'KD-BMT-301'만 가교 3상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 '사회적 책임' 강한 제약업 특성 외면 말아야
제약회사가 개발하는 신약은 사업 성격도 갖고 있지만,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회적 성격' 또한 대단히 강하다. 난치병 신약을 개발해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하거나 비싸고 투약이 어려운 의약품의 접근성을 용의하게 하는 등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는 일도 제약사가 하는 중요한 일이자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신약 개발이 아니더라고 치료제를 공급한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다국적 제약사의 전략 의약품을 수입해 국내 환자들에 공급하는 것이나 라이선스가 만료된 의약품의 복제약(제네릭)을 만들어 공급하는 게 의미 있는 일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네릭은 약가를 절반 이하로 낮추기 때문에 건보재정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치료제 공급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국내에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해야 하고 보건당국의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특히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상장 제약사는 연구개발비용 부담 때문에 주주 배당을 못하기도 한다. 또 적자 폭을 감당하지 못해 구조조정을 하거나, 신약후보물질을 정리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약 개발은 '오너 집중형' 기업에서나 가능하다게 업계 정설이다. 2~3년마다 바뀌는 전문경영인이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없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일은 '권한을 가진', '뚝심 있는' 오너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
광동제약은 어떤가? 일반의약품과 전문 의약품 판매는 현상 유지만 하고 있고 다른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제약사로 체질 개선을 하고 있는 데 비해 상당히 뒤져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 회장은 제약업 가업승계의 긍정 효과는 누리면서 의약품 공급이라는 사회적 가치실현, 사회적 책임 이행은 다소 소홀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 건전지배 구조 구축해 승계경영 모범 보여야
광동제약은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광동생활건강에 부당지원했다는 혐의였다. 최 회장이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거셌다.
소비자단체들은 지난달 "광동제약이 불법행위 근절과 건전한 지배구조를 구축을 통해 승계 경영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최 회장이 광동제약의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 광동생활건강의 몸집을 불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동생활건강은 지난 2021년 549억원과 2022년 655억원의 매출을 각각 올렸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2021년 광동생활건강의 매출 중 27.5%에 해당하는 151억 원이 광동제약 물량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22년에는 광동제약이 올려준 매출이 24.42%인 160억 원이었다고 했다.
광동제약의 최대주주는 미국계 사모펀드 '피델리티 퓨리탄 트러스트'로 지분율은 9.96%. 소액 주주분이 42.56%이다.
최 회장은 광동제약 지분 6.5%를 갖고 있으며 친인척 소유분이 2.38%다. 최 회장의 우호지분인 가산문화재단이 5.0%를 보유하고 있고 광동생활건강 3.05% 임원들이 0.14% 갖고 있다.
최 회장 포함한 우호지분률은 16.3%에 이른다. 소비자 단체는 최 회장이 갖고 있는 광동제약의 지분율이 낮아 광동생활건강을 통해 우호지분을 늘리기 위한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고 본다. 광동생활건강은 최 회장이 지분 56.33%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개인 회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소비자단체들은 최 회장이 광동생활건강 유동자산을 늘리기 위해 광동제약의 일감을 몰아주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 회장이 광동생활건강의 확보된 유동자산을 이용해 광동제약 지분을 대량 매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최 회장 개인 지분율이 높아져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소비자단체들은 분석한다.
뉴스투데이는 F&B사업으로 체질 개선한 이유를 알기 위해 광동제약 관계자와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