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원 시대, F&B사업 집중…‘전통 제약사’ 위기 자초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최성원 광동제약 회장이 지난해 승진해 승계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광동제약이 변신하고 있다. 창업주 고(故) 최수부 회장 시절 전통 제약사로 성장한 광동제약은 최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F&B(식음료) 기업으로 체질을 완전히 개선했다. 문제는 광동제약이 F&B 사업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뤘지만 전통 제약사의 면모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다. 최 회장의 시대를 연 광동제약은 제약과 F&B를 쌍끌이할지, 양자택일할 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어 제약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지난해 3분기 누적 6931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중 의약품 매출 비중은 18.87%인 반면, 생수 '삼다수'가 대표하는 F&B의 비중은 무려 58%로 나타났다.
'쌍화탕'과 '청심환' 매출을 제외하면 광동제약이 전통 제약사의 전문의약품 매출은 단 9.8%에 불과하다. 광동제약이 제약사가 아아니라 일반 F&B 기업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최성원 회장 '선택과 집중' 차곡차곡 쌓은 F&B포트폴리오
현재의 광동제약은 최성원 회장의 경영전략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최 회장은 경영학 엘리트 코스를 밟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경영학 전공자답게 임원 자리에 오른 후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전무이사 시절인 지난 2001년 비타민 음료 '비타500'을 출시했다. 그가 지난 2005년 사장 자리에 오르자 비타500의 매출은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최 사장의 진두지휘하에 광동제약이 2004년 시작한 스타마케팅이 일으킨 변화였다.
생수 '삼다수' 사업은 광동제약에는 체질개선과 변신의 전환점이 됐다. 광동제약은 지난 2012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로부터 삼다수 사업권을 확보했다. 이듬해인 지난 2013년 최 회장이 광동제약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면서 삼다수 판매량은 우상향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광동제약의 지난 2022년 삼다수 매출액은 2955억 원었다. 국내 톱3 제약사 주요 캐시카우인 전문의약품 매출이 1500억 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다수의 매출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 '영업통' 최성원 회장의 선택과 전문의약품 사업 위축
최수부 창업주 회장은 군 제대 후 '고려산업인삼사업사'라는 곳에서 외판원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1963년 광동제약을 설립했다. 이는 곧 광동제약이 전통의 제약사 영업방식을 토대로 성장한 기업임을 말해준다.
최 회장도 전통 제약사 영업을 하며 잔뼈가 굵었다. 그는 지난 2000년 광동제약 영업본부장(상무급)을 지내고 이듬해 전무이사로 승진했다. 그는 병의원·약국 영업을 통해 매출을 일으키는 제약사의 성장 방식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러나 이런 영업 방식으로만 경영이 가능한 전문의약품 사업은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광동제약의 전문의약품 사업은 지난 2020년 920억 원과 2021년 1022억 원으로 성장세를 보이다 백신류의 매출이 위축되면서 2022년 629억 원으로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682억 원에 이르는 등 일부 회복하는 데 그쳤다.
전통의 영업방식에 의존하는 제약 사업의 한계와 위기를 절감한 최 회장은 인사 개편을 단행해 돌파를 시도했다. 강점인 천연물 신약 분야에 구영태 전무를 부사장을 승진시켰고 일반의약품 매출 강화를 위해 약국사업본부 이재육 상무이사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다만 전문의약품이 제약사업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는데도 전문의약품 사업에 영업력이 출중한 인재를 투입하고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현상유지를 택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 결과 광동제약의 F&B는 커지고 전문의약품은 F&B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위축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불균형 성장 전략을 고수할 것인지, 균형성장을 시도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