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LG전자 조주완 호(號), '가전 8년 연속 성장'에 마냥 웃을 수만 없는 이유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1.29 10:00 ㅣ 수정 : 2024.01.29 10:00

LG전자, 주력인 생활가전 사업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전환
4분기 가전업계 '계절적 성수기'...LG전자 신제품 출시 상반기 집중
생활가전 사업, 경쟁 심화로 2020년 이후 영업이익 하락세
중국 브랜드 강세·고물가 따른 가계지출 부담 증가도 한 몫
기술 초격차 토대로 모든 소비 계층 끌어안는 경영전략 수립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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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브제컬렉션(LG Objet Collection) [사진 = LG전자]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조주완 대표가 이끄는 LG전자가 2023년 매출액 84조2278억원을 달성해 3년 연속 사상 최대 연간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과거 펜트업(Pent-up·억눌린 수요가 급속히 되살아나는 현상) 수요 당시에 버금가는 성적표다.

 

LG전자는 실적 성장 요인으로 회사 캐시카우(Cash cow:주요 수익원)사업 ‘생활가전’과 미래 성장 사업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을 꼽았다. 이에 따라 8년 연속 성장곡선을 그린 가전과 전장은 8년 전 매출액 합계가 약 18조원이다. 그러나 가전과 전장은 지난해 매출액 합계가 40조원을 웃돌아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책임졌다.

 

특히 생활가전은 대다수 국민이 아는 ‘가전은 LG’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LG전자의 주력사업이다. 연간 실적 기준으로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홈 어플라이언스&에어 솔루션(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가 4개 사업본부 가운데 실적이 가장 많다.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생활가전 사업은 연간 실적이 준수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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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LG전자 실적 자료 발췌]

 

■  8년째 성장세였던 생활가전,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 이유는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해 H&A 사업본부 실적이 매출액 30조1395억원, 영업이익 2조78억원이다. 하지만 4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액 6조6749억원, 영업손실 115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H&A 사업본부 실적은 직전 분기인 3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8.5% 포인트 감소했으며 2022년 4분기와 비교해 2.1% 포인트 하락했다. 

 

4분기는 흔히 가전업계의 '계절적 성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LG전자는 에어컨과 냉장고 등 주력 프리미엄 가전 신제품 출시 시기가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하반기에 수익성이 악화되는 이른바 ‘상고하저’ 패턴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LG전자 H&A 사업본부 사업의 적자전환은 이례적이다.

 

2023년을 제외한 최근 5년간 H&A 사업본부의 4분기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2018년 1126억원 △2019년 1222억원 △2020년 2996억원 △2021년 1571억원 △2022년 255억원으로 단 한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그러나 H&A 사업본부는 2020년 이후 영업이익이 계속 하락세다.    

 

LG전자는 4분기 H&A 영업이익 적자 요인 중 하나로 경쟁 심화를 지적했다. 

 

LG전자 H&A 사업본부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글로벌 가전 수요 시장 회복과 ‘프리미엄존’과 ‘볼륨존’ 투트랙 전략을 통한 가전 구독 등 신규 사업 영역 확대로 2022년 4분기 대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재료비와 물류비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고 연말 성과급이 지급돼 2022년 4분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가 지적한 것 처럼 가전 시장은 경쟁 포화상태인 '레드오션(red ocean)'이 된 지 오래다. 국내 기준으로 LG전자는 가전 양강 구도를 그리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양한 중소·중견 가전 기업이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한 몫했다. 최근 몇 년간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디자인, 기대 이상의 뛰어난 성능까지 갖춘 이른바 ‘차이슨’으로 불리는 중국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진출해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양상이다.

 

차이슨은 차이나(China)의 ‘차’와 영국 고급 가전제품 브랜드 다이슨의 '이슨'을 조합해 만든 용어다. 즉, 중국에서 만들었지만 원조 제품과 비교해 가격은 물론 디자인 등 가성비가 좋다는 의미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가 끝난 후 나타난 기저효과와 고(高)물가에 따른 가계 지출 부담 등 대내외 환경도 영향을 줬다. 

 

국내 가전 시장은 2021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 정보 업체 GfK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국내 가전 시장 규모는 매출 기준으로 전년 대비 14%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공급이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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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LG전]

 

■ 중국 가전기업 추격...‘초격차 기술·가격 경쟁력’ 확보가 관건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LG전자는 신(新)가전 중심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를 늘리고 볼륨존(Volume Zone·중저가 제품  대량판매) 모델 경쟁력을 강화하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펼쳐왔다.

 

이는 ‘프리미엄 또는 저가형’으로 굳어지는 소비 양극화 현상에 따라 모든 소비 계층을 끌어안기 위한 경영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2011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로 신가전 포문을 연 LG전자는 식물재배기 'LG 틔운', 신발관리기 ‘LG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 무선 프라이빗 스크린 ‘LG 스탠바이미’ 등 다양한 프리미엄 신가전으로 가전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LG전자는 또한 2020년 10월 말 프리미엄 라인업(제품군)인 공간 인테리어 가전 ‘LG 오브제컬렉션(LG Objet Collection)’을 내놨다. LG 오브제컬렉션은 우수한 가전성능은 물론이고 어떤 공간과도 조화를 이루는 차별화된 디자인이라는 특징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만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2021년 3분기에 분기 사상 처음으로 매출 18조원을 돌파했으며 H&A사업본부는 단일 사업본부 최초로 7조원을 넘어섰다. LG 오브제컬렉션은 당시 실적의 일등공신으로 인기를 모아 출시 1년 만에 ‘생활가전 효자’로 등극했다.

 

이에 힘입어 LG전자는 프리미엄 전략과 함께 소비 수요가 가장 많은 ‘볼륨존’ 공략도 병행했다. 볼륨존 라인업은 LG전자가 자체 제작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다. 쉽게 설명하면 하청 업체가 생산·개발 등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주문자개발생산(ODM) 제품으로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보급형 제품'이다.

 

LG전자는 올해도 프리미엄존과 볼륨존 등 ‘투트랙’ 전략을 이어간다. 

 

LG전자 관계자는 “회사는 그동안 시장 변화에 발맞춰 프리미엄과 볼륨존 투트랙 전략을 지속해왔고 앞으로도 시장 상황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한다”며 “경쟁 우위 제품과 시장 선도 제품을 강화해 중국이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 초격차를 만들고 동시에 중저가 ODM 사업을 확대해 중국 시장 진입을 위한 투자 확대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 브랜드가 일부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에 맞서 LG전자는 프리미엄존은 핵심 부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대용량 고효율 제품과 차별화된 디자인, 성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며 "볼륨존은 제품과 가격 경쟁력을 보강해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 가전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초격차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핵심 과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국내 주요 가전기업의 프리미엄 제품은 대체로 가격이 비싸고 크며 중저가 제품은 가격면에서 중국에 밀린다”며 “또한 과거 중국 제품이 ‘품질이 나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중국기업도 기술 격차를 좁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다 보니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적당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중국 제품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며 "최근 늘어난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생활 규모, 가성비 등을 따져 이러한 소비 변화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프리미엄 대형가전도 공략하고 있고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가전업계는 초격차 기술 확보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 개발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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