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 시즌 2] (47) 필리핀, 아닐라오 4-4, 빨판상어(Shark sucker) 이야기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4.01.16 09:15 ㅣ 수정 : 2024.01.16 09:15
빨판상어, 머리부분의 흡반을 이용해 상어나 거북 등 자신보다 큰 생물체 몸에 붙어 살아가 SMB=수면에 있는 보트나 타인에게 다이버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안전 장비
[필리핀 아닐라오/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그날 오후 세 번째 다이빙은 리조트 인근에 있는 몬테칼로 포인트에서 했는데, 너무도 불량한 수중시정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저 다이빙 로그 횟수만 추가했을 뿐이었다.
다음날 오전에는 리조트에서 북쪽에 있는 ‘Ligpo 섬’ 주변에서 다이빙을 했다. ‘Ligpo 섬’은 방카 보트로 약 10~15분 정도 거리에 있어서 그리 멀리 않다. 섬 주변의 “Ligpo Pinacle”포인트는 예전에도 여러 번 왔던 지역이라 제법 익숙한 지역이고, 바닷속에는 높지 않은 수직 벽과 작은 동굴, 그리고 화려한 산호 군락이 있는 아기자기한 포인트이다.
“Ligpo Pinacle”포인트에서의 첫 번째 다이빙은 다이빙 시간 31분, 최대 수심 40m(평균 수심 13.0m), 수온 27도, 수중 시정은 매우 양호했다. 수면의 파도는 약간 강했으나 수면 아래는 조류가 거의 없어서 편안한 다이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잠깐이지만 수심 40m까지 내려가다 보니 공기 소모량이 많아져서 다이빙 시간은 31분에 불과했다. 입수 시 공기탱크 압력은 180bar, 출수 시는 10bar였다.
입수 후 잠시 하강하자 빨판상어(Shark sucker) 한 마리가 보였다. 이 녀석이 ‘둥근머리거북’ 등에 붙어서 다니는 것은 몇 번 봤었는데, 이렇게 혼자 다니는 모습은 처음이다.
빨판상어는 이름만 상어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상어 종류는 아니다. 머리 부분에 있는 계란형의 빨판은 등지느러미가 흡반형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이 흡반을 이용하여 상어, 가오리, 거북 등등 자신보다 큰 물고기나 생물체의 몸에 붙어 살아간다. 숙주가 먹다 남은 찌꺼기를 먹으며 살아간다고 하는데, 자신이 직접 사냥을 해서 산다고도 한다. 성체의 크기는 대략 30~40cm이다.
수직 절벽 쪽으로 다가가자 각양각색의 산호들이 보인다. 수중생물의 이름은 서 대표에게 물어봐서 확인하기도 하지만 워낙 종류가 많다 보니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다. 다이빙을 마치고 집에 오면 바다속에서 촬영한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와 비교해서 이름을 확인하고는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길고 어렵다.
바다 속 구경을 하다보니 어느덧 출수할 시간이다. 안전정지를 하면서 오랜만에 SMB(Surface Marker Buoy)를 수면으로 올려보내는 연습을 해보았다.
SMB는 수면에 있는 보트나 타인에게 수중 또는 수면에 있는 다이버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안전 장비 중의 하나이다.
SMB는 밝은 노란색이나 빨간색의 길다란 튜브 모양으로서 물속에서 튜브 안에 공기를 불어넣으면 그 부력으로 튜브가 수면으로 올라가서 다이버 위치를 알리는게 되는데, 색깔과 모양 때문에 ‘다이빙 소시지’라고도 불린다(길이는 대략 120 ~180cm). SMB는 그 밝은 색상 때문에 멀리서도 다이버의 위치를 식별하기가 용이하다.
SMB는 기초 교육 때 몇 번 해보고는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랜만에 물속에서 SMB를 작동시켜보는데 SMB와 연결된 줄이 SMB와 엉키는 바람에 줄을 잡고 있지 못하고 SMB를 그냥 수면으로 올려보내고 말았다(SMB의 부력이 생각보다 강해서 SMB를 잡고 있으면 그대로 수면으로 올라갈 뻔 했다).
SMB 작동법 역시 자주 해보고 숙달이 되어야 필요시에 사용할 수 있는데... 두번째 다이빙에서는 SMB 작동을 실수 없이 잘할 수 있었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