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 시즌 2] (45) 필리핀, 아닐라오 4-2, 강한 조류에 하염없이 밀리다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3.12.29 11:25 ㅣ 수정 : 2023.12.30 09:56

귀여운 흰동가리와 노닐다가 돌연 강한 조류를 만나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
강한 조류를 만나면 정면으로 향하지 말고 대각선으로 향해야 전진이 가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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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있게 웃고 있는 두 친구. 아직 다이빙 하기 전이다 / 사진=최환종

 

[필리핀 아닐라오/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Caban cove에서의 다이빙 시간은 21분, 수온은 28도, 수중 시정은 양호, 수심은 31.7m(평균 15.1m)였다. 입수하기 전에 사전 브리핑에서 바다 표면은 잔잔해 보이지만 아래쪽은 조류가 꽤 있는 것 같다고 서 대표가 얘기했었는데, 역시 아래로 내려갈수록 조류가 점점 거세짐을 느꼈다. 윤 교수를 포함한 다른 팀과 같이 입수한 필자는 Valsalva를 하면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수중 시정은 양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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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an cove로 접근 중인 보트 / 사진=최환종

 

이날 다이빙은 서 대표가 두 친구를 담당하면서 팀 전체 리더는 필리핀人 강사가 담당했다. 아래로 조금씩 내려가자 다양한 색상의 바다나리와 각양각색의 산호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비교적 흰색 바탕에 다양한 점박이 무늬가 있는 뱀 같이 생긴 녀석이 산호 사이로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곰치 같긴 한데 아직은 어려 보이는 녀석이다. 다이빙 후에 서 대표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봤더니 ‘눈송이 곰치(snowflake moray)'라고 한다.

 

잠시 더 앞으로 나아가자 작은 산호 밑에 뭔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랜턴을 비추니 전에 다른 곳에서도 보았던 황금색 곰치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곰치들은 보통 머리만 내놓고 몸통 부분은 바위 속에 숨기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았는데, 이 녀석은 몸통 측면이 보이도록 산호 밑에 앉아서 입만 뻐끔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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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는 ‘눈송이 곰치’ / 사진=최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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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 밑에서 웅크리고 있는 곰치 / 사진=최환종

 

이어서 말미잘과 그 안에서 노닐고 있는 귀여운 흰동가리가 보였고, 두어 종류의 갯민숭달팽이가 보였다. 팀 전체는 필리핀 강사의 인솔에 따라서 어느덧 수심 31m를 넘는 지점까지 내려갔다. 물론 이 정도 수심에는 볼 것이 별로 없다. 태양광도 힘을 잃어서 주변도 어둡다. 이어서 서서히 상승을 하는데 점점 조류가 강해지며 앞으로 전진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리고는 강해지는 조류에 떠밀려서 몸이 한없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때 수심이 대략 15 ~ 20m였다.

 

바닥으로 가서 바위를 붙잡고 버텨보려고 해도 몸이 조류에 떠밀려가기 시작하며 통제가 불가능해지기 시작했다. 호흡은 거칠어지고 Fin kick을 아무리 강하게 해도 조류와 맞서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조류가 거셌다.

 

그러는 동안에 몸은 위로 튕겨지듯이 수면 쪽으로 올라왔고, 내 몸은 안전정지를 할 틈도 없이 수면으로 올라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황당해서 BCD에 공기를 가득 넣고 주변을 바라보고 있는데 언제 따라왔는지 필리핀人 강사가 옆에와 있었고, 필리핀人 강사가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방카 보트를 수신호로 불렀다.

 

다른 다이버 일행들이 아직 바다 속에 있었지만, 수면으로 올라온 필자는 다시 바다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필자는 첫 다이빙을 그것으로 마치고 보트 위로 올라갔다. 그래서 이날 첫 다이빙 시간이 21분에 그치게 된 것이다.

 

지난 초여름의 다이빙에서도 강한 조류 때문에 고생했었는데, 또다시 이렇게 조류 때문에 고생을 하게 되니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서 대표와 조류 다이빙에 대해서 토론(토론 보다는 교육에 가까웠지만)을 했는데, 이제까지 약한 조류에서만 다이빙을 했던 필자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강한 조류를 만나면 조류를 정면으로 향하지 말고 대각선(측면)으로 향해라. 그러면 몸은 조류에 밀리지만 전진이 가능하다’는 내용은 추후에 실습을 해봐야 익힐 수 있겠지만 다음에 또 그렇게 강한 조류를 만나면 어느 정도는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물속에 있던 다이버들이 한 명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윤 교수도 강한 조류를 만나서 조금 힘들었다고 하는데, 역시 강사는 강사인지라 그 상황을 헤쳐 나가면서 다이빙을 즐겼다고 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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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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