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이자 많아도 변동금리”...주담대 차주들, 연내 긴축 완화에 배팅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연 3%대 초중반까지 하락했지만 차주들의 선택은 변동형 주담대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올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완화로 시장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기대에 배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3일 기준 주담대 금리는 고정형이 연 3.28~5.77%, 변동형이 4.50~6.86%로 각각 집계됐다. 고정형의 경우 지난해 1월 2일(연 4.82~6.76%)과 비교해 하단이 1.54%포인트(p) 떨어졌다.
보통 고정형 주담대는 대출 실행 때 계약한 금리가 5년 동안 유지된다. 반면 변동형 주담대는 6개월마다 시장금리에 따라 금리를 재산정해 반영한다. 주기적으로 차주가 납부할 원리금(원금+이자)도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선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이 높게 형성돼 왔는데, 최근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신규 취급한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해 11월 기준 56.7%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9월(50.1%)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담대 선택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건 지난해 4분기다. 은행권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해 9월 75.2%, 10월 67.2%, 11월 56.7%로 줄어든 반면, 주담대 변동금리 비중은 지난해 9월 24.8%, 10월 32.8%, 43.3%로 확대됐다.
이는 올해 시장금리에 대한 차주들의 낙관적 전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행보에 맞춰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앞으로 6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재산정 시점에 금리 인하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시장의 기대는 채권시장에 선(先)반영되는 흐름인데, 현재까진 고정형 주담대 금리에 더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통 은행권이 주담대 고정금리 산정의 기준으로 쓰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연 3.50%로 같은 해 10월 말(연 4.52%) 대비 1.02%p 떨어졌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경우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를 기준으로 삼는데 지난해 11월 기준 4.00%로 9월과 10월에 이어 3개월째 오름세를 보였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실제 취급한 수신금리에 따라 등락한다. 지난해 연말 은행권이 수신고 방어를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올린 게 코픽스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도 당분간 주담대 변동금리 선택 비중은 계속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이미 하락 전환한 데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할 경우 채권금리 하락세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도 이 같은 시장 기대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실제 창구에선 당장 금리가 낮은 주담대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우선 문의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다만 실제 긴축 완화가 언제부터 이뤄질지 정확한 시점을 예단하기 어려운 데다, 대출금리 인하 체감도 제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1월 발표될 코픽스는 조금이나마 떨어질 거로 예상하고, 은행들은 이를 곧바로 반영해 신규 실행분에 대해선 금리 인하 효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추세적 하락세를 위해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먼저 내리고, 한국은행도 이에 따라가야 하는데 작년 말보다는 시장 전망이 조금씩 늦춰지는 분위기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