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11.14 10:11 ㅣ 수정 : 2023.11.14 10:48
1심 재판부, SK 주식 분할 대상서 제외해 최 회잔 손 들어줘 결혼 기간 상속·증여 받은 재산, 분할 대상 아니라는 논리 가치 증식·감소 방어에 기여했다면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노 관장 "남의 가정 깬 사람 벌 받아야" 주장 최회장 측 변호인단 "십수 년간 남남…재산분할 위해 논란" 맞받아쳐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34년 간 결혼 생활 종지부를 찍고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사랑과 전쟁’ 2라운드 서막이 열렸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도 재산분할 대상에서 SK 주식은 제외했다. 노 관장은 재산분할에서 SK 주식을 제외한 부분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심 선고 이후 11개월 만인 지난 9일 두 사람의 이혼소송 항소심이 시작됐다. 첫 변론준비기일부터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 감정 다툼이 격화되는 모습을 보여 1심 못지않은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 소송전으로 번진 ‘세기의 이혼’…1차전, 최태원 勝
두 사람 이혼은 2015년 최 회장이 혼외 자녀 존재 사실을 스스로 밝히고 노 관장과 성격 차이로 이혼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밝히며 시작됐다.
이에 따라 양측은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해 본격적으로 법적 절차에 들어갔지만 끝내 조정에 실패하며 소송전으로 번졌다.
당초 노 관장은 이혼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2019년 12월 이혼에 동의한다고 입장을 바꿔 맞소송(반소)를 제기했다. 그리고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이 확보한 SK㈜ 1297만5472주 가운데 42.29%를 요구했다. 그러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주식 50%를 지급하라고 청구 취지를 변경했다.
1심 재판부는 사실상 최 회장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2월 6일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이혼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만일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연 5%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지연이자로 지급하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는 노 관장이 요구한 재산 규모 대비 인용된 금액에 못미칠뿐만 아니라 SK㈜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노씨가 SK㈜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바가 있다고 보기 힘들어 이를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노 관장은 이혼소송 과정에서 최 회장 주식 처분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신청한 가처분을 제출했는데 이 역시 최 회장이 승기를 거머줬다.
노 관장이 가처분을 제출했을 당시 최 회장 측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법원은 노 관장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최 회장의 SK 주식 350만주를 이혼소송 판결 선고 전까지 처분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 12월 20일 최 회장 이의 신청을 수용해 당초 주식 처분 금지를 취소하며 결정을 번복했다. 이는 이혼소송 1심에서 재산분할 대상에 SK 주식이 제외된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노 관장 측은 이에 대해서도 항고한 상황이다.
■ 2차전 쟁점도 ‘SK 주식 재산분할 여부’
노 관장 측이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하면서 두 사람 이혼소송은 다시 한번 불이 붙었다.
재판 쟁점은 최 회장의 SK 주식의 ‘특유재산’ 여부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 사람이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는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신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뜻한다. 특유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에 대해서만 분할 대상으로 인정한다.
최 회장 측은 소송 쟁점인 최 회장의 SK 주식은 부친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물려받은 상속재산에 해당해 특유재산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노 관장 주장은 다르다. 관련 주식은 1994년 혼인기간 중 사들인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2억8000만원으로 매수한 주식 가치가 최 회장 경영활동으로 3조원 이상 증가했는데 이 과정에서 내조와 가사노동을 통해 협력했다고 강조한다.
이 쟁점은 법조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여성변호사회 주최로 열린 ‘특유재산분할의 판례동향과 법적 쟁점’ 토론회에서도 관련 내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혼인 중 증여 또는 상속으로 취득한 재산, 즉 실질적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에 제외돼야 하며 가사 노동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으로 이를 분할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현소혜 교수는 또 “혼인기간 중에 실질적 특유재산 가치가 증가하면 그 가치증가분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이는 부부 쌍방 또는 일방이 혼인 중 투입한 자원에 기초해 형성된 재산이 아닌 혼인생활과 독립된 재원으로 마련된 재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특유재산이 어느 범위에서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고 재산분할 판결을 봐도 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아 사후적으로도 알 수 없다”고 진단했다.
윤진수 교수는 또 “특유재산은 다른 배우자 일방이 적극적으로 유지에 협력해 감소를 막거나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것이 원칙이고 다른 배우자 일방이 가사노동을 한 경우에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세밀한 접근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연빈 변호사는 “실질적 특유재산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된다고 해도 취득과 유지의 경위, 자산의 보유 형태, 협력이 가치 증감에 미친 영향 등에 따라 재산 분할방식과 비율에 있어 고려가 필요하다”며 “법원 판단에 있어서도 보다 세밀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기대했다.
■ 같은 소송 다른 행보…재판에 임하는 두사람 ‘온도차’
이혼소송 1심 선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상반된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노 관장은 언론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자신 입장을 가감 없이 노출하고 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아직 진행 중인 소송인 만큼 노 관장 주장에 대한 대응 외에 소송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1심 선고 후 노 관장은 <법률신문> 인터뷰를 통해 “1심 재판은 완전한 패소였다”며 “이번 판결로 앞으로 기업을 가진 남편은 가정을 지킨 배우자를 헐값에 쫓아내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재판 결과에 적극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법률신문> 보도에 따르면 노 관장은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을 당하면서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대표적 선례가 될 것이라는 주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담하다”며 자신 심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또한 가사 소송은 본인 출석 의무가 없어 당사자가 직접 나서는 일이 흔치 않지만 노 관장은 2심 첫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하기도 했다.
이날 노 관장은 법원을 나서는 길에 취재진 질문에 “30여년 결혼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저희 사건으로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 지켜지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관장은 또 지난 1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최 회장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 언급하기도 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노 관장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이다. 남의 가정을 깬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 사회의 이정표가 되기 위해, 돈의 힘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법률신문>과의 인터뷰, <뉴시스>와의 인터뷰 보도 이후 모두 언론을 이용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태도에 심히 유감스럽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법률신문> 인터뷰에 대해 “가사소송법은 가사사건 보도를 금지하고 있고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위법한 보도이기 때문에 법적 조치 필요성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대해 “노 관장과의 혼인관계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완전히 파탄이 나 있었고 십수 년 동안 형식적으로만 부부였을 뿐 서로 불신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남처럼 지내오다 현재 쌍방이 모두 이혼을 원한다는 청구를 해 1심에서 이혼하라는 판결이 이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또 “그럼에도 노 관장은 마지막 남은 재산분할 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얻기 위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 일방적인 자신 입장을 언론에 이야기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며 “개인적인 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게 부적절하고 항소심 재판부 당부도 있어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불과 2일 전에 항소심 재판부가 ‘여론몰이식 언론플레이 자제하라’고 당부했는데 노 관장이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일방적 주장을 기자회견과 인터뷰로 밝혔다”며 “법정에서 다투고 있는 당사자 사이 문제를 고의적으로 제3자에게 전가시켜 세간의 증오를 유도하려는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