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숙원인 기업 합병(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이 진행되고 있다. 

합병 소식이 공개된 지난 8월에 세간에서는 “서 회장이 후계 구도를 위해 작업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에 서 회장이 직접 나서 “후계를 위한 합병이 아니다”라며 일축하기도 했다.    

7일 공시에 따르면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8.13%를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자회사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등을 각각 두고 있다. 

주식 관계를 살펴보면 셀트리온의 최대주주는 셀트리온홀딩스로 지분 20.05%를 보유하고 있다. 서 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 최대주주기 때문에 셀트리온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홀딩스가 지분 24.29%를 보유하고 있으며 서 회장도 11.19%를 갖고 있다. 또 셀트리온제약의 경우 셀트리온이 지분 54.82%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으로 통합법인(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이 완성되면 셀트리온에 대한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율은 더 올라가고 서 회장의 개인 지분(셀트리온헬스케어 보유 분 11.19%)은 희석돼 비율이 낮아지게 된다.     

■ 서정진 회장 “내 자식이 최고경영자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

서 회장은 공식적으로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다만 지난 2020년 3월 비대면으로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은퇴한 이후 셀트리온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며 “내 자식이 최고경영자가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며 회사 경영에는 이사회 의장으로 관여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서 회장의 자식이 셀트리온그룹에서 의장직을 유지하기 위해선 주식 증여 또는 상속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현재 서 회장의 두 아들 서진석(장남)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의장과 서준석(차남) 셀트리온헬스케어 의장은 셀트리온그룹 관련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를 고려하면 이들이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서 회장의 후광효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 회장 은퇴 후 두 아들이 현 직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주주 자격과 이사회 장악이 필수다. 

현재 승계구도에 가까운 인물은 서진석 의장이다. 서진석 의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에서 의장직을 맡고 있다. 서준석 의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의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3사 합병 시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결국 합병을 통해 셀트리온그룹의 새판을 짜는 서 회장의 후계자는 서진석 의장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서정진 회장의 셀트리온 관련 지분, 서준석 의장에게 어떻게 옮겨 가나

서진석 의장이 통합법인 의장이 돼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선 서 회장의 주식 보유 분을 증여 받거나 지분 매입(유상증자 포함)이 수반돼야 한다.  

IB 업계 추산 서 회장의 통합 셀트리온의 지분은 3.75%다. 2대주주인 셀트리온스킨큐어가 보유한 물량 2.11%가 시장에서 4639억원(셀트리온 주가 3일 기준 14만9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서 회장이 서진석 의장에게 지분을 증여할 경우 증여세만 최소 2000억원 이상이다. 증여세를 위한 재원 마련이 관건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서 회장 은퇴 후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 행방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를 상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합 셀트리온 작업이 완료된 후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이 이루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상장 후 서 회장의 현재 지분 98.13%가 어느 정도까지 희석될지도 관건이다. 또 승계를 위해 서 회장의 아들들이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는지도 중요한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