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KPC한국생산성본부는 2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리더들의 변화와 디지털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최고경영자(CEO) 교육 프로그램인 ‘KPC CEO 북클럽’을 개최했다.
이번 강의에서는 ‘보이지 않는 도시’의 저자이자, 프랑스 국립 건축가로 활동 중인 임우진 건축가가 ‘도시의 숨겨진 모습과 가능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임 건축가는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프랑스로 건너가 그곳에서 석사와 건축사 디플롬(DPLG)을 수료한 후, 프랑스 국립 건축가로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프랑스 보르도 ‘생카테린 광장’ △강원도 고성군 ‘인화이트 주택’ △파리 ‘순그릴 샹젤리제 레스토랑’ 등이 있다. 프랑스의 거장 도미니크 페로와 함께 서울의 ‘이화여대 ECC’를 설계하기도 했다.
특히 이탈리아 피렌체 국제현대미술비엔날레에서 디자인 부문 최고상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상’을 비엔날레 역사상 최초로 두 번 수상했을 정도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30여년, 파리에서 20여년 생활하며 두 문화권의 거주민이자 이방인으로서 독특한 시각을 갖고 열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도시의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저자의 눈에 포착된 여러 도시의 모습들이 문제점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던져 준다고 바라봤다.
■ 공간의 영향…프랑스, 한국의 도시 건축에 대해서 '공간이 주는 것'
“건물이라는 것을 재미있는 게 만들어 놓으면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 또는 200년 그 자리에 존재한다. 근데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만들어 놓은 건물에 의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생각이 그 건물 공간에 따라 고착이 되고 바뀌기도 한다”
임 건축가는 “한 번 공간에 익숙해진 순간부터는 그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익숙하기 때문에 마치 우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말이다”며 “일상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게 공간인데 과연 이 공간을 우리가 만들어 놓고 익숙해져 버리면 보이지 않는 공간이 돼 버린다”고 강조했다.
임 건축가는 ‘보이지 않는 도시’의 저자다. 매일 건너는 횡단보도부터 노래방, PC방, 국회의사당, 우리 집 안방까지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보고 있다.
그는 “유럽은 기본적으로 대중을 신뢰하지 않기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도시전략을 수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량이 횡단보도 앞 정지선을 넘으면 신호등을 아예 볼 수 없도록 신호등 위치를 정해 정지선을 지킬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고, 다수가 이용하는 벤치에 칸막이처럼 손잡이를 설치해 한 사람이 벤치를 모두 차지하지 못하도록 물리적 또는 직접적으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정지선을 지키거나 타인을 위해 자리를 비워두는 것을 개인의 양심과 시민의식에 기대한다고 설명한다. 임 건축가는 “국회의사당에서 의원들이 고함을 치는 이유를 국회 본회의장 구조에서 찾으며 동물학자의 생쥐 실험이나 한국인 남성의 평균 신장을 인용하는 식”이라고 비유했다.
‘양심 냉장고’라는 프로그램을 사례로도 들었다. 그는 “그때 기억하시겠지만 밤새도록 지켜봤는데 정지선 앞에 차가 멈추는지 안 멈추는지 보고 있는데, 역시 아무도 어떤 차도 멈추지 않아서 새벽에 촬영을 접어야겠다고 포기하려는 순간, 기적같이 신호등 앞에 멈춘다거나 하는 것“이라며 우리 시대에 그래도 양심은 있다고 해서 많은 이슈가 됐던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강연자는 인간의 욕구가 공간과 만났을 때 어떤 식으로 발현되느냐는 에피소드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뤄냈다. 특히 1장 제목이 ‘왜 그 차만 정지선 앞에 멈췄을까’인데, 2장은 도시와 시민의 관계성 및 도시가 시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라는 시선을 의식했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시스템은 시민이 착하든 그렇지 않든 일관되게 작동할 때 좋은 시스템이 된다고 힘줬다. 도시 경영에서는 개인적인 인간성의 기대는 사실 도시적으로 굉장히 소극적인 태도라고 말한다.
임 건축가는 “인간의 도시적 행동은 개인의 양심과 소양과는 관계없이 구조적인 관계 속에서 좌우된다”며 “아무래도 건물을 짓는 건축가여서 사람 그 자신보다는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좀 더 유심히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축가의 시각으로 일상의 공간 속 이야기들, 한국의 공간과 외국 유명 도시를 비교하면서 결국 "도시 속에 사는 사람에 관한 것, 태어나고 자랐던 이 도시가 외형적인 발전과 물질적인 성공이라는 강박관념을 넘어서 함께 사는 공동의 가치에 좀 더 관심을 가지라"고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