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전자 '반도체 보릿고개' 넘고 4분기에 흑자 돌아설까

전소영 기자 입력 : 2023.11.01 05:00 ㅣ 수정 : 2023.11.01 05:00

메모리 적자 폭 축소·모바일 실적 호조에 올해 첫 조 단위 분기 영업익 달성
HBM·DDR·LPDDR5x 등 고부가제품 판매 증가와 '업황 바닥쳤다' 인식 확산
하만·삼성디스플레이, 3분기 영업이익 급증해 '효자'업체로 발돋움
D램, 4분기에 판매량과 가격 크게 늘어 영업이익 1조원 시대 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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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패키지 경쟁력 및 R&D 역량, 중장기 사업 전략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마침내 적자 규모가 줄어드는 국면을 맞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적자 폭이 축소하고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거둬 3분기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조 단위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반도체 적자 폭이 기대만큼 크게 줄어들지 않았지만 메모리 반도체 회복 가속화와 고성능 D램 수요 증가 등으로 올해 4분기에는 실적 개선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제품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에 중점을 두고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선별적 감산 기조를 유지해 선단공정제품 판매를 늘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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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2023년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연결 기준 매출 67조4000억원과 영업이익 2조4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사 매출은 스마트폰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와 디스플레이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영향으로 직전 분기 대비 12.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DS(디바이스 솔루션·반도체) 부문 적자가 줄어들고 스마트폰 플래그십의 견조한 판매, 디스플레이 주요 고객 신제품 수요 증가 등이 겹쳐 전 분기 대비 268% 늘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2.22%, 영업이익은 77.6% 줄었다. 지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27%, 52.48% 줄어들었던 점과 비교하면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사업 부문에 따라 DS 부문 매출은 16조4400억원, 영업손실은 3조7500억원이다. 

 

메모리반도체는 HBM(고대역폭메모리),  DDR(더블데이트레이트)5, LPDDR(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5x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증가하고 일부 판매가격 상승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폭이 줄었다.  또한 메모리 업황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반도체 부품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고객사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시스템LSI(고집적회로)는 수요 회복이 다소 늦어지고 재고 조정이 겹쳐 실적 개선이 부진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라인 가동률 저하 등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졌지만 고성능컴퓨팅(High Performance Computing, HPC)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분기 수주를 기록해 미래 준비 측면에서 성과를 냈다.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실적은 매출 44조200억원과 영업이익 3조7300억원이다.

 

MX(모바일 경험)는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에 힘입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2분기와 비교해 성장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 제품 등 3분기에 나온 신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플래그십 비중이 늘어나면서 판매단가가 올라 전반적인 매출이 성장과 함께 두 자리 수익률을 확보했다는 게 삼성전자측 설명이다. 

 

네트워크는 통신사업자의 투자 감소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와 주요 해외 시장 매출이 줄었다.

 

VD(비주얼 디스플레이)의 경우 글로벌 TV 수요는 지난해 3분기에 비해 줄었지만 Neo QLED(퀀텀발광다이오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초대형 등 고부가 제품 판매에 집중하고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키워 전년동기 대비 수익성이 향상됐다.

 

3분기 생활가전 실적은 성수기 효과가 주춤해져 지난해 3분기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전장(자동차 전자장치)·오디오 자회사 하만(Harman) 실적은 매출 3조8000억원과 영업이익 4500억원이다.  하만은 전장 고객사의 수주 확대와 포터블 스피커 등 소비자 오디오 및 카오디오 판매 확대 영향으로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썼다.

 

삼성디스플레이(SDC)는 3분기에 매출 8조2200억원, 영업이익 1조9400억원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패널의 경우 주요 고객사의 플래그십 제품 출시에 적극 대응해 올해 2분기와 비교해 이익이 크게 늘었다.  대형 패널은 수율(완성품 가운데 합격품 비율) 향상 및 원가 개선 등으로 적자폭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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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은 지난 10월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했다. [사진 = 삼성전자]

 

이번  삼성전자 실적의 최대 관심사는 반도체 사업, 특히 메모리 부문에서 올해 1·2분기와 비교해 3분기에 적자폭이 얼마나 줄었는 지 여부다.

 

이날 실적 공개를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DS 부문 적자를 △교보증권 3조4000억원 △유진투자증권은 3조7000억원 △한화투자증권 3조7000억원 △하이투자증권 3조8000억원 △키움증권 하이투자증권 3조8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실제 영업손실은 3억7500억원으로 증권가 추정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PC와 모바일은 D램, 낸드 모두 고용량 제품 채용 확대와 함께 고객사 완제품 재고 조정 마무리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서버는 매크로 경기 불확실성과 고객사 IT(정보기술) 투자 제한으로 일반 서버에 대한 수요가 비교적 부진했지만 생성형 AI(인공지능)용 고용량·고사양 제품 수요는 계속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반도체 업황이 안정되는 분위기 속에서 삼성전자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두고 HBM, DDR5, UFS(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 4.0  등 선단 인터페이스 제품 판매를 꾸준히 늘렸다”며 “재고량이 많은 제품은 무리 판매를 늘리기 보다는 생산량을 줄여 재고를 낮추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에 실적 개선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위한 관건은 역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삼성전자 주가와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등하려면 DS부문 실적 개선이 필수이며 올해 4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메모리는 올해 3분기에 가격 하락이 멈춘 만큼 4분기에는 추가 가격 상승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HBM도 긍정적인 소식을 기대한다"며 "고객사 승인 및 양산 일정을 고려할 때 HBM3는 내년 1분기, HBM3E는 내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특히 내년 3분기 이후 2.5D 패키징과 연계해 공급할 가능성이 큰 점도 DS 실적 개선에 희소식”라고 평가했다.

 

2.5D 패키징은 AI 연산용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여기에 HBM을 붙어 하나의 반도체를 만드는 첨단 기술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관련 논란이 있지만 HBM3는 이미 출하가 진행 중이고 올해 4분기에 대규모 선적이 시작될 전망”이라며 “특히 HBM3E도 연내 출하될 것으로 예상돼 HBM과 관련된 시장 우려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승우 연구원은 “메모리는 감산 확대로 재고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4분기 영업이익은 3조8000억원으로 더욱 늘어나 이익 증가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의 수익성 개선이 DX 부문의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상쇄 시킬 것”이라며 “4분기 D램은 판매량과 가격이 3분기 대비 각각 7%와 9% 상승해 영업이익이 1조원으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업계 내 재고 정상화를 고려해 4분기 메모리 시장 회복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PC, 모바일, 응용 고객사 완제품 재고 수준이 정상화된 상황에서 연말 프로모션, 모바일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 등 계절적 성수기 효과로 부품 수요 개선이 전망된다”며 “PC, 모바일 고용량화 추세 가속화도 수요에 긍정적”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서버 시장은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사들의 CAPEX(미래 이윤 창출을 위해 지출된 비용)가 생성형AI에 집중돼 이와 연관된 수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시장 수요 회복 전망과 업계 내 추가 감산 영향을 고려해 4분기 판매 가격은 제품별 차이는 있지만 3분기 대비 상승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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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목표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 개선에 중점을 두며 1b나노 기반 DDR5, LPDDR5x 및 V8 기반 UFS 4.0 등 선단공정제품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의 경우 차 세대인 HBM3E 판매 비중을 크게 늘려 최근 급성장하는 생성형 시장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현재 HBM은 SK하이닉스 영향력이 매우 큰 편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제품 경쟁력과 첨단 생산능력을 토대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HBM 영역에서 리더십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HBM2 이어 HBM3, HBM3E 시제품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며 “내년 공급 역량은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보했으며 주요 고객사와 내년 공급 물량도 협의를 끝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HBM3는 3분기에 이미 양산 제품 공급이 시작됐고 4분기에 고객사를 늘려 판매를 본격화한다”며 “HBM3 비중은 계속 늘어나 내년 상반기 내 HBM 전체 판매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음 세대인 HBM3e도 샘플 공급을 시작했고 내년 상반기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당분간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선별적 감산 기조를 이어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탄력적인 생산 운영과 수요 개선이 맞물려 재고 수준이 지난 5월 피크아웃(실적이 정점을 찍고 둔화하는 현상) 이후 D램과 낸드 모두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특히 4분기에는 개선된 수요 환경과 생산량 하향 조정 폭을 고려할 때 재고량이 더욱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빠른 시일내에 재고량을 정상화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선별적 감산 등 필요한 조치를 계속 펼칠 것”이라며 “특히 D램 대비 낸드 생산 하향 조정 폭은 당분간 상대적으로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유지해온 CAPEX를 기반으로 선단공정은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공급 비중을 계속 늘려 반도체 시장에서 위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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