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대기업들마저 무릎 꿇린 일본의 채용난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합격통보를 받은 올해 취준생들을 위한 기업들의 내정식이 이번 달부터 속속 진행되는 와중에 예정된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채용활동을 이어가는 일본 기업들의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고 있다. 개중에는 마지못해 상시채용을 도입하는 등 기업들의 인력부족 고충이 한층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취업정보회사 디스코의 조사에 의하면 원래 채용계획 대비 실제 내정자 비율을 나타내는 신입사원 충족률은 7월 시점으로 전년 대비 4포인트 감소한 55%를 기록했다. 규모별로 보면 종업원 수가 300명 미만인 중소기업이 48%로 가장 낮았는데 유명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채용계획을 재공고하거나 연장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취업시장이 취준생들에게 한층 유리해져 특정 기업에만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한 디스코의 관계자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조건을 따져가며 입사할 회사를 고르고 다른 곳은 합격통보를 거절하는 취준생들이 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대기업조차 원활히 채용이 불가할 정도의 기술자 부족현상이다. 도시바(東芝)는 올해 채용활동을 마무리하고 내년 취준생들을 위한 채용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여전히 일부 기술직을 충원하지 못해 평소라면 합격자 발표까지 마친 9월에도 직무별 채용설명회를 이어갔다.
히타치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히타치 건설기계(日立建機)는 시스템 및 통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충원하지 못한 상태로 이공계열 학생들을 직접 공장으로 초청하여 현장을 소개하고 업무 매력을 어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광학기기와 전자기기로 유명한 올림푸스(オリンパス) 역시 내시경과 의료기기 등의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신입사원 채용전형을 9월 말까지 연장했다.
한편 취업포털사이트 리크루트에 의하면 올해 취준생들의 합격률은 9월 1일 시점으로 이미 92%를 기록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1개 이상의 기업으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은 상황이었다.
일본경제신문이 올해 3월에 진행했던 신입사원 채용계획 조사에서도 기업들의 채용규모는 작년 채용실적 대비 21.6%나 급증하며 2000년 이후로 치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중견기업들의 채용계획은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각종 유제품으로 연매출 6000억 원 이상을 기록하는 중견기업 교도유업(協同乳業)은 올해 신규채용으로 종합직만을 모집했지만 그마저도 내정자들의 입사취소가 잇따르며 결국 가을 채용을 신설하고 추가 인력모집에 돌입했다.
육가공으로 연매출 3조을 가뿐히 넘기는 종업원 2600여명의 대기업 스타젠(スターゼン)은 기존 채용실적이 있던 대학들을 순회하며 QR코드를 포함한 구인표를 게첩하고 모집단을 늘리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매년 신입사원 채용이 힘들어지고 합격자의 입사포기가 늘어나면서 영업이든 제조든 채용예정 인원을 넘겼더라도 모집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세우는 와중에 일본담배산업(JT) 역시 같은 입장을 취하면서 상시채용 아닌 상시채용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미쓰비시전기(三菱電機)는 올해부터 아예 상시채용으로 방향을 틀어 공식 채용스케쥴을 없애버리고 상시 지원 및 면접체계를 구축했다. 연구, 유학, 동아리활동과 같은 개인의 활동과 경험을 방해하지 않고 지원기회의 공평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라는 인사담당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연매출 45조 원 규모의 대기업마저 저자세를 취하게 만든 인력난이 새삼스럽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