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 기피하는 MZ세대...호텔업은 구인난, 여행업은 구직전쟁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청년과 경력 보유 여성, 신(新) 중년 등 재취업이 필요한 모든 세대가 참여 가능한 취업 박람회가 열렸다.
새로운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동상 일대에서 열린 ‘2023 리스타트 잡페어’는 5일부터 6일까지 양일간 진행된다.
이번 잡페어는 전체 56개 기업‧기관이 참여해 총 74개의 현장 부스와 100여개 온라인 부스도 운영한다.
취업준비생의 관심이 많은 채용 부스는 △포스코, HD현대 등 제조업체와 유통·식음료·외식·금융권 기업을 중심으로 한 ‘다시 시작관’ △호텔‧항공‧관광업으로 구성된 ‘바로 면접관’ △플랫폼·정보기술(IT) 기반 기업에서 170명이 1대1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 상담관’ △공사‧공기업 위주의 ‘일자리 지원관’ △인생네컷, 취업타로, 퍼스털 컬러진단 등이 준비된 ‘이벤트 체험관’ 등 총 5개로 구분해 운영한다.
■ 취준생 유승혜씨, "1개월에 2,3번 면접 보는 데 고스펙자 많아서 상향 평준화 추세" / 김한솔 씨, "자기 소개서 작성이 가장 어려워"
이날 이벤트 체험관을 방문한 유승혜(28‧인천) 취업준비생은 뉴스투데이와 현장 인터뷰에서 “이번 박람회와 같은 기회를 많이 가지는 것이 좋다”며 “참여하면 취업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해 주최 측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제조‧건설업 분야로 취업을 희망하는 유씨는 “1개월에 평균적으로 2~3번의 면접을 보는데 고(高) 스펙자가 많아서 상향평준화되는 바람에 취업에 어려움이 많다”며 “면접을 보려면 인적성도 봐야 되므로 어려움이 더하다. 취업을 위해 회계‧재무 관련 자격증도 준비 하고 있다”고 말해 취업 준비의 어려움을 말했다.
입사서류 컨설팅을 받으러 잡페어를 방문한 취업준비생인 김한솔(23‧평택) 씨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구직 상담을 받아서 좋다. 취업과 관련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하며 취업 컨설턴트에게 도움 받고 싶은 부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게 가장 어렵다. 토익 성적도 만들어야 하는데 취업을 준비한지 1개월 차여서 700점대를 희망한다”며 “채용 정보를 많이 제공해주면 좋겠다”고 말해 취업 준비 초기의 부담을 토로했다.
김씨와 같이 입사 서류 작성에 어려움을 보이는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무료로 입사서류 컨설팅 지원을 하고 있는 박진경 커리어넷 고용서비스팀 지사장은 기자와 만나 “코로나 공백기 동안 채용이 위축됐다. 재취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에게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국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한 일 경험을 쌓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하며 재취업을 위한 직무 경험 만드는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조선호텔 관계자, "식품 파트 구인난이 심각해 필요 인원의 50%를 추가 채용해야 해" / 이랜드 캔싱턴 호텔 관계자, " 업계에서 가장 높은 초봉을 지급하고 해외연수 제공하는 등 MZ 맞춤형 복지 강화해"
이날 잡페어에서는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에 취업 시장이 활발해진 호텔, 여행, 항공 업계 등의 채용 풍속도가 상당히 다른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조선호텔 HR팀에 근무하는 안영재 파트너는 뉴스투데이와의 현장 인터뷰를 통해 “채용 인원이 줄었던 코로나 기간보다 최근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며 엔데믹 시대의 업계 채용 분위기를 전했다.
안 파트너는 “조선호텔은 직무별로 구인 규모가 다르다. F&B 식품 파트 구인난이 심각한데 필요 인원의 50% 정도를 추가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음 파트 채용이 어려운 원인에 대해서 안 파트너는 “식음은 레스토랑이나 다른 분야로도 취업의 길이 많이 열려있다. 감정 소모가 있는 서비스업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파트너는 업계 구인난을 극복하기 위해 “취업의 문을 낮춰 제로-베이스(Zero-base)로 입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더 많은 신입 사원을 채용하기 위해 교육 커리큘럼을 다양화했다. 바텐더‧바리스타는 평균 6개월 정도 수준 높은 신입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소몰리에는 1년간 신입 교육을 받게 된다”고 안내했다. 전체 직무의 취업률 증가를 위해 “사원을 대상으로 다른 국가에서 근무할 기회를 제공하고, 복지 환경도 개선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안 파트너는 인턴으로 시작해 부서에서 인정을 받고 정규직인 된 사원 이야기를 하며 “현장에서 만난 기억에 남는 사원이 많다. 붙임성이 좋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인재와 일하고 싶다. 전문가적인 서비스 마인드와 근무에 대한 의지가 있는 사원을 기다린다”고 말해 인재 채용의 문이 언제나 열려 있음을 강조했다.
잡페어에 참여한 이랜드 캔싱턴 호텔 리조트의 김유리 채용 매니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보다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군별로 다른데 서비스 직군의 공백률이 50% 정도에 달한다”고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서비스 직군이 일하기 힘들다는 편견이 업계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된다”고 말하며 구인난이 심한 원인을 설명했다.
김 매니저는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과 관련 “캔싱턴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초봉을 지급하고 MZ 직원의 혜택을 다양화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랜드 계열사 할인, 객실 할인 90%, 해외연수 기회 제공 등의 MZ 사원 맞춤형 복지를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또 김 매니저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30대에 지배인 달자’는 표어를 가르치며 “캔싱턴은 경쟁사와 비교해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4년 이내에 지배인 승진이 가능하고 내부 교육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고 자랑했다.
김 매니저는 이어 진지한 표정으로 “배우고자하는 의지가 있고 성장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빠른 성장을 통해 취업준비생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해 앤데믹 시대의 업계 구인난 해소와 회복을 위한 의지를 보였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인력난이 심한 호텔 업계와 달리 항공‧여행업 관련 인사 담당자는 꾸준한 채용을 통해 인력 수급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답을 보였다.
■ 하나투어 관계자, "올해 인턴 90명 모집에 2000명이 지원해"
조수지 제주항공 인사팀 채용담당자는 인터뷰에서 “코로나가 끝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채용을 시작했다. 인력 채용은 코로나 발생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한 상태”라고 말했다. 조 담당자는 “제주항공은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인재 채용을 희망한다. 코로나 암흑기가 끝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인재, 다 같이 성장하고 싶은 인재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재근 하나투어 인사팀 선임은 “현재 구인난은 없다. 최근 들어 취업이 간절한 지원자 많아져서 채용에 열심이다”고 밝혔다. 손 선임은 “코로나 기간 온라인 채널을 통해 채용을 홍보하다보니 취업준비생들과 1대1 상담이 부족한 상황이다”며 “함께 일할 직원을 미리 만나고 1대1 상담을 할 수 있는 오늘 박람회가 좋은 기회가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손 선임은 “올해 인턴 90명 모집에 2000명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나투어는 젊다. 창의적 인재. 변화에 적응하는 주도적인 인재를 채용하고 싶다”며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업종에서 일하는 것에 큰 의미를 발견했으면 한다”고 말하며 관광 업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부탁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이날 오전 잡페어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