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반도체 기술 유출에 ‘솜방망이 처벌’, 국가 '미래 먹거리' 위협 받는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업황 부진으로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반도체 업계에 근심이 더해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핵심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협력사 A사 임원 등에 대해 최근 1심 판결이 나왔다. A사는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약 2년에 걸쳐 삼성전자 계열사 세메스 정보를 몰래 취득해 초임계 세정장비를 개발하고 SK하이닉스의 HKMG(하이케이메탈게이트·High-K Metal Gate) 반도체 관련 공정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HKMG는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용량을 개선한 첨단 공정 기술이다. 이를 통해 D램 반도체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도 전력 소모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사 부사장에게 징역 1년, 상무 등 고위직 임원 2명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3000만원, 나머지 직원들에게 징역 8월~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형, 무죄 등을 선고했다. 또 양벌규정으로 재판에 넘겨진 A사에 대해 벌금 4억원을 판결했다.
업계에서는 현실과 괴리감 있는 솜방망이 양형기준으로 국가 핵심산업인 반도체 기술이 위협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기술보호법에는 국가핵심기술 유출 때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동시에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또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5년 이상 징역과 20억원 이하 벌금을 모두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에서는 기술유출 범죄는 중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재판부로 넘어온 기술유출 기소 사건 가운데 30.3%는 무죄, 54.5%는 집행유예로 결정난 것으로 알려졌다.
10건 중 8건은 법정형보다 지나치게 낮은 대법원 양형 기준과 처벌 대상을 ‘목적범’으로 보는 강한 범죄구성요건 등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상향 조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기술유출범죄 양형기준 분리와 강화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양형위는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정비에 나섰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11월 양형기준안 심의를 거친 후 내년 1월 확정되면 같은 해 3월 최종 의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그대로 복제해 중국에 옮기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전자 전(前) 상무가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엔지니어링 영업비밀도 부정 취득한 혐의가 지난 20일 추가됐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서, 어떤 루트로 국내 기업 기술이 외부로 새나가고 있을지 모를 지경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은 곧 국가 경쟁력이다. 관계 당국은 양형기준 재정비 과정에서 국내 기업은 물론 자칫 한국에 위기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개선작업에 나서야 한다.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차원의 과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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