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아이유·아이브, 치킨과 피자를 전혀 먹을 것 같지 않은 날씬한 모델들이 출연하는 먹방 광고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더위도 한풀 꺾이고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하늘이 높은 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고, 말도 인간도 살 찔 가능성이 높다.
가을은 날씨로 보면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 더운 여름보다 입맛이 없어질 일도 없고 산책, 등산, 단풍놀이 등 아웃도어 활동으로 운동량이 많아져 자연스럽게 많이 먹게 되고 거기에 더해 수확의 계절답게 육해공 산해진미가 차고도 넘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TV를 켜면 우리를 유혹하는 다양한 먹거리 광고가 더 눈에 띈다. 모델들이 먹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맛있어 보이고 참다 참다 결국 모바일에 손이 간다. 마치 종을 치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말이다.
아이유가 모델로 나오는 피자 광고다.
푸른 언덕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클래식한 큰 의자에 아이유가 앉아 있다. “격이 다른 품격을 만드는 격이 다른 피자”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아이유가 피자를 먹는다. 아니 더 정확히는 입에 살짝 넣는다. 넣었다 빼는지 먹는지는 광고에서 확인할 길이 없다.
인기 아이돌 아이브가 모델로 나오는 피자 광고다.
멤버들이 테니스를 치다가 피자를 시킨다. “우리가 말이야 다른 건 몰라도 피자는 좀 아는데…”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멤버들이 탁자에 둘러 앉아 피자를 맛있게 먹는다. 아니 더 정확히는 피자를 손에 들고 입으로 길게 늘어진 치즈의 한쪽 끝을 물고 있다.
광고만으로 진짜로 먹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아마도 실제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광고 촬영이라도 다이어트에 민감한 아이돌에게 칼로리가 엄청 높은 피자를 순순히 먹게 놔둘 소속사는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전지현이 모델로 나오는 치킨광고다.
전지현이 신제품 발표회장에서 기자회견을 한다. 광고 후반부에 전지현은 특유의 먹성으로 치킨을 입으로 넣고 씹은 후 손으로 입을 닦아내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진짜로 먹는 것으로 착각 할 만큼 앞선 두 광고의 먹방 장면과는 차원이 다른 완전 리얼 연기다. 만약 아카데미에 치킨먹방 연기 부문이 생긴다면 전지현이 무조건 1회 수상자가 될 것이다.
진짜로 먹지 않은 것을 어떻게 확신하냐고? 소비자가 광고에서 보는 맛있게 먹는 그 한 장면을 위해 최소 몇 번 많게는 수 십 번을 촬영해야 하는데 매번 진짜로 먹다가는 아무리 전지현이라도 버틸 수 없다.
비밀은 먹는척하다 뱉어내는 것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희가 맛있게 먹고 마시는 사진을 SNS에 올리자마자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에 있다.
실제로 광고를 여러 번 반복해서 자세히 보면 치킨이 입으로 들어가고 살짝 씹다가 장면이 바뀌어 손으로 입을 닦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입에 넣고 씹는 장면과 손으로 입을 닦는 장면이 별도로 촬영 되었다는 얘기다. 그 사이 그 많은 치킨을 버리기 아깝다고 전지현 혼자 다 먹었을까?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유명한 화장품 광고 카피가 있다. 이 말을 패러디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화장품, 패션, 커피, 자동차 등 폼 나는 광고는 다 드시고, 폼 안 나는 먹는 광고는 진짜 잘 드시는 모델들에게 양보하세요”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