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금리 동결① 은행권] 대출금리는 계속 오른다···조용히 웃는 은행들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8.24 10:13 ㅣ 수정 : 2023.08.24 10:36

한은, 기준금리 5차례 연속 연 3.50% 동결
물가 둔화에 경기 부진 우려 등 종합 반영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채권금리는 들썩여
은행권 대출금리도 계속 상승··하반기 지속
은행들 이자 이익 증대 효과 계속 누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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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올해 들어서만 5차례 연속 동결 결정이다. 고강도 긴축 기조에 따른 경기 위축과 가계부채 증가, 대외 경제 악화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올 1월 인상 이후 7개월 동안 기준금리가 움직이지 않았지만 시장금리는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채권금리 상승과 금융당국의 압박 등 대내외 요인이 은행 대출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사이 은행권 수익성은 제고될 것이란 관측이다. 

 

■ 한국은행, 기준금리 5차례 연속 동결···시장선 이미 기정사실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3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올 1월 연 3.25%에서 연 3.50%로 0.25%포인트(p) 올린 뒤 2·4·5·7월에 이어 이달까지 5차례 연속 동결 결정이다. 

 

시장에선 이번 금통위 회의 전부터 기준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받아 들였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92%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중앙은행 긴축 효과로 최근 물가 지표가 하향 안정화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부진 및 가계부채 우려, 중국 경제 악화 등 대내외 요인이 모두 반영돼 기준금리가 다시 동결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역대 최대 수준인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그대로 유지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5.25~5.50%로 한국과 2.00%p 차이다. 통상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면 높은 수익률을 쫓는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면서 외화 유출 우려가 제기되지만, 한은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 들썩이는 채권금리, 은행 대출금리 상승 압력···하반기 지속 전망도 

 

관심은 은행권 대출금리 향방이다. 국내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으로 쓰이는 채권금리가 대내외 여건을 반영해 들썩이고 있다. 미국의 국채금리가 15년 만에 최고치로 오른 게 채권시장에 쓰나미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의 하단은 4%대 초반, 상단은 6%대 후반 수준이다. 주담대 변동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가 지난달 0.01%p 내려갔지만 하락폭이 작아 상승 전환 가능성은 열려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인 은행채 5년물 금리도 지난 17일 연 4.41%까지 올랐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는 점,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늘리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은행채 금리 역시 더 오를 가능성이 크고, 결국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4월 저점 이후 대출금리가 이미 반등했으며 은행채 금리나 코픽스 추이를 고려할 때 하반기에도 완만한 대출금리 상승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상생금융 차원에서 대출금리 인하를 독려하던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잔액 급증 후 태도를 전환한 점도 대출금리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선 대출 문턱을 높여야 하는데, 결국 대출금리를 올리는 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 ‘금리 상승=이자 증가’ 은행 곳간은 계속 찬다···실적 잔치 이어질 듯 

 

금리 상승의 최대 수혜자는 은행이다. 고금리를 이기지 못한 차주들의 연체나 부실 우려가 상존하지만, 대출금리가 올라갈수록 은행이 벌어들이는 이자 이익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도 은행의 실적 잔치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이자 이익 합계는 16조659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6%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대출 자산 증가와 금리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3.8% 늘어난 9조1828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올 하반기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익의 기반인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차이) 하락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게 근거다.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는 거의 부동 상태인데, 대출금리는 계속 상승하며 ‘마진’ 규모가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은행권에선 추가 손실 흡수 비용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익이 증가해도 대출의 질이 악화되면 은행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을 계열사로 둔 4대 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을 전년동기 대비 96.6% 증가한 3조9242억원 적립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고금리가 너무 길게 이어지면 은행 이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는 대형 은행들도 해당하는 문제”라며 “미국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 중국 신용 위험도 터졌다. 경제 예측이 어려울수록 충당금은 더 많이 쌓을 수밖에 없고 결국 은행 순이익도 이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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