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이 행복한 '가족친화기업' 표방…임신·출산·육아까지 생애주기별 복지로 이어져
한때 한국은 온 사회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저출산을 독려했다. 그런데 불과 약 반세기 만에 한국 사회는 정반대 현실에 놓였다. 젊은 층에서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하며 출산율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인구절벽’의 기울기가 날로 가팔라지고 있다. 저출산의 배경에는 자녀양육에 대한 경제적·정서적 부담과 일·가정생활 양립에 어려움이 크게 작용한다. 그 때문에 저출산은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서 해결해야 하는 사회문제로 자리매김했고, 실제 기업들에서는 출산·양육 친화 사내문화 조성으로 해법 모색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출산·양육 정책’을 총 30회 시리즈 기획을 통해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반도체 업계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인재 확보’다. 업계 내 전문 인력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며 새로운 인재 육성과 함께 기존 인력이 이탈하지 않도록 지키는 것 기업들의 숙제로 떠올랐다.
사회적으로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중요도가 상승하며 단순히 높은 연봉만으로 인력 이탈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이제는 고연봉을 뛰어넘는 임금 외 처우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2022년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기업문화 업그레이드(Upgrade) TF’를 설립했다. TF는 가족친화적인 업무 환경 혁신을 통해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SK하이닉스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
이에 따라 임직원은 물론 그의 가족들까지 고려한 복지 프로그램을 신설 및 확대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임직원의 임신·출산·육아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로 이어졌다.
임신은 축하받아야 마땅하지만 아직까지도 회사에 알리기 쉽지 않은 분위기가 기업 저변에 깔려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임신과 출산을 겪는 구성원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문화를 안착시키기 위해 ‘임신 축하 Package(패키지)’를 만들었다.
임신 축하 패키지에는 전자파 차단 담요, 튼살 예방 크림, 신생아용 속싸개 등 산전·산후에 필요한 각종 용품들과 출입 게이트(Gate) 및 통근버스에서 배려 받을 수 있도록 핑크색 임산부 사원증 액세서리 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박정호 부회장의 따뜻한 축하 메시지가 적힌 카드도 함께 동봉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임산부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임신 초기에 주변 동료와 리더에게 소식을 알리는 것이 망설여질 수 있다”며 “임신 축하 패키지를 전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임신 소식을 알리는 동시에 다 함께 배려하고 축하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임신 중이거나 출산 1년 미만인 구성원을 위한 인프라도 새롭게 구축했다. 휴게실 ‘도담이방’을 개별 룸(Room)형 형태로 변경하고 철저한 위생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서의 휴식을 제공한다.
이 밖에 출퇴근 시에도 임신부 구성원이 더 넓은 좌석에 앉을 수 있도록 통근 버스 내 ‘핑크존’을 운영하고 있으며, 임신부에게 꼭 필요한 철분제와 엽산제를 임신 주수에 따라 지원한다. 임신 중 단축 근무 기간도 ‘임신 12주 이전, 36주 이후’에서 임신 전 기간으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는 임신한 임직원에 대한 배려만큼이나 임신을 준비하는 임직원을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난임을 겪고 있는 구성원을 위해 난임 휴가 기간을 기존 ‘유급 1일·무급 2일‘에서 ‘유급 5일’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여성 체외·인공수정 시술 1회당 비급여성 최대 50만원까지 난임 관련 의료비를 횟수 무제한으로 지원한다.
부모로서의 삶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출산 이후부터가 회사의 배려와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때문에 SK하이닉스는 일과 양육을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임직원을 위해 육아 관련 제도에 더욱 힘을 줬다.
우선 출산 후에는 자녀 수에 따라 출산 축하금을 지급한다. 기존 자녀당 30만원이었지만 △첫째 30만원 △둘째 50만원 △셋째 이상 100만원으로 개편해 다자녀 직원에 대한 배려를 더욱 강화했다.
또 법적으로 1년간 보장되는 육아휴직을 SK하이닉스는 최대 2년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여성 임직원은 만 12세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언제든지 육아휴직 연장해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어린 자녀를 둔 구성원들이 마음 편히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청주, 이천, 분당 등 각 사업장 인근에 만 2세 이상 만 5세 이하 대상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출산 후 영아 자녀를 양육할 때만큼이나 워킹 페어런츠(Working parents)의 휴직 또는 퇴사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시점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라고 한다. SK하이닉스는 이 시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최대 3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입학 자녀 돌봄휴직 제도’를 운영한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에 남녀 구성원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 육아휴직과는 별개로 적용된다. 또한 해당 휴직기간은 재직기간으로 인정된다.
SK하이닉스는 당사가 추구하는 가족친화 기업문화를 통해 저출산 및 여성 인재 경력 단절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다방면으로 지원해 구성원이 행복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며 “더 나아가 저출산 및 여성 인재의 경력 단절 등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인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