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 개막 따른 업종 전망③] K-반도체, 美 칩스법 무산 위기에 '빨간불'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11.11 05:00 ㅣ 수정 : 2024.11.11 16:40

칩스법, 미국 투자 반도체 기업에 5년간 총 73조원 지원하는 내용 담아
삼성전자,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오는 2030년까지 약 62조원 투자
SK하이닉스, 인디애나주에 약 5조원 투입해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 구축
美정부, 삼성에 약 9조원, SK하이닉스에 약 6300억원 보조금 지급하기로
트럼프, 칩스법에 반대...외국산 반도체에 고율 관세 부과해 미국 투자 유도
정부, 트럼프 상대로 국내 반도체 업계 도울 수 있는 대응전략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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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 대통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박빙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과 다르게 트럼프 후보가 압승했고 함께 실시한 상·하원 선거도 공화당이 모두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따라 보호무역주의를 정책 기조로 삼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이른바 '트럼프 노믹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대선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특히 미국 등 해외시장 의존도가 큰 국내 산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뉴스투데이>는 트럼프노믹스 개막에 따른 국내 주요 업종 전망을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8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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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일러스트=미드저니, 편집=뉴스투데이 / Made by A.I]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며 '트럼프 2기' 시대를 알린 가운데 국내 반도체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국중심 정책에 목소리를 높여 온 인물로 어번 선거 기간에도 더욱 강력해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그는 당선 후 “국경을 포함해 모든 것들을 뜯어고치겠다”며 아메리카 퍼스트를 뛰어넘은 ‘아메리카 온리(오직 미국만)’를 예고했다. 

 

트럼프가 불러올 ‘미국 우선주의’ 파장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집권 중인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칩스법·반도체법)에 그동안 부정적인 견해를 가감 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보조금 축소 및 폐지 가능성도 언급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기반으로 미국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등장으로 보조금에 차질을 생길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사업계획을 수정해야 할 지를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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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윤석열 대통령(가운데)과 2022년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당시 부회장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바이든 정부 추진한 '칩스법', 트럼프 정부 2기에에서 물거품 되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2년 8월 핵심 및 신흥 기술에 대한 공공 및 민간 부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CHIPS Act of 2022 (Public Law No. 117-167)’ 에 서명했다. 이 법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른바 '칩스법'이다.

 

칩스법은 미국이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등 과학산업에  2800억달러(약388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일종의 반도체 생태계 육성법안이다.  이 법안은 미국 상원이 2022년 7월 27일, 하루 뒤인 7월 28일 하원이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해 8월 9일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자국 내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약 54조원)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약 18조원) 등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3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내 반도체 투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시(市)에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해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규모와 투자 대상을 늘려 오는 2030년까지 약 450억달러(약 62조3000억원) 이상 투자할 방침이다. 이는 기존 투자 규모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3688억원)을 투입해 첨단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에 협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약 8조9000억원)를, SK하이닉스에 4억5000만 달러(약 6300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두 기업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은 순조롭게 진행되는듯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칩스법에 대해 강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법에 대해 “그 칩(반도체) 거래는 매우 나쁘다”며 “우리는 부유한 기업이 미국에 반도체 기업을 짓도록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그들은 어차피 우리에게 좋은 회사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  “(미국이 이들 기업에) 10센트도 낼 필요가 없다"며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이 미국에 와서 반도체 공장을 무료로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조금은 커녕 오히려 반도체 수입에 높은 관세를 매겨 미국내 시설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셈이다. 이는 외국 반도체 기업이 아직까지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지원금을 지급받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부 2기 정부에서 이를 번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보조금 뿐만이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격 집권하면 중국 배제 전략이 더욱 강화돼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 관련 대(對) 중국 규제도 거세질 전망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미·중 갈등의 출발점은 트럼프 1기 정부다. 미국이 대중(對中)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며 미중 간 무역전쟁이 일어났다. 이에 중국도 보복관세로 대응하며 무역갈등이 심화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주요 반도체 생산 거점을 두고 있어 트럼프 정부의  중국 규제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하다. 

 

물론 바이든 정부도 중국 제재 기조에 따라 첨단 반도체 기술 및 관련 장비 무역 규제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에 대중 수출통제를 유예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 지정 품목의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 방식인 셈이다.

 

이는 건별 허가가 필요 없어 미국의 장비 수출 통제가 사실상 무기한 유예되는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외국 반도체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중국 투자에 따른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준 셈이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 통제가 전망되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번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트럼프는 아직 행정부를 출범시키지 않았지만 기존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관련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보조금을 줄이거나 폐지할 가능성에 업계가 주목하는 분위기"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설득하고 기업은 정부가 마련한 대책에 적극 협조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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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 [사진=연합뉴스]

 

■ "칩스법 위기, 기업이 아닌 정부 외교력이 더 중요"

 

학계에서도 개별 기업 역할보다는 정부 차원의 대응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주고 받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라며 "그는 A를 주면 B를 내놓는 관계 방식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김용진 교수는 "우리 정부는 (미국에)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아올 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동맹국이니까 함께 잘 살아보자'는 것은 트럼프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에 반도체를 의지하는 게 부담스러울 거다. 미국이 일본과 함께 반도체 생산 거점을 분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며 "군사, 외교 등 기존 협력체계를 활용해 정부가 전략을 고민하고 나서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정부가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석 가천대학교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가 강해 자국 메모리 기업을 키우는 데 더욱 집중할 것"이라며 "그는 칩스법을 폐지하지는 않더라도 보조금 축소 등 일부 손을 보긴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용석 석좌교수는 "사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게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에 유리하지는 않지만 미국 시장을 잡기 위해 투자가 불가피했을 뿐"이라며 "이제 한국도 달라진 상황에 발맞춰 실익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석 교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아닌 관련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방향대로 칩스법이 바뀌면 한국 기업은 미국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그동안 국내 기업을 바라보고 이미 투자를 시작했거나 혹은 계획 중인 소부장 기업 전략에도 차질이 생겨 정부도 이들 소부장 기업 지원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의 중국 규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공장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결국 장비를 투자해야 하는데 트럼프 정부라면 중국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나 새로운 장비 도입을 제한할 수 있다"며 "트럼프는 집권 기간동안 한국 기업이 중국 공장을 폐쇄하고 미국에 시설 투자하는 방향을 유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미국의 중국 규제 부문은 한국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트럼프 정부와 원만하게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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